세종시와 메르스의 역설
얼마 전 세종시에 있는 정부 부처 대변인으로 임명된 국장급 공무원이 사무실로 인사를 왔다. 해당 부처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던 중 신임 대변인이 “명동에서 근무해서 부럽다”고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에서 20년 넘게 근무해서 매우 좋다”고 대답해줬다.
평화방송 주소지는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30’이다. 정확히 명동은 아니지만 명동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만큼 명동에서 근무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정부 인사를 배웅한 후 “왜 명동에서 근무하는 게 부러울까?” 생각해 봤다. 결론은 정보였다.
명동에서 한 시간만 있으면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의 절반쯤 된다는 걸 알아낼 수 있다. 또 몇 달만 있으면 명동의 먹거리가 수시로 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봄에는 초코를 입힌 딸기, 여름에는 사탕수수 즙이 등장하고 양고기 꼬치구이, 즉석 자장면은 수시로 입맛을 자극한다. 1~2년 있다 보면 명동의 가게 지도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명동 한복판에서 맥도날드 같은 햄버거집이 여러 곳 있었으나 이제는 각종 유명 화장품 가게가 그 자리를 채웠다.
기업가에게 정보는 곧 상품이자 돈이다. 공무원 입장이라면 정보는 시민들의 생각을 읽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 정보를 얻으려면 시장과 가까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실패하는 책상머리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한두 명씩 늘더니 급기야 20명 가까운 확진 환자가 생겼다. 첫 환자는 귀국 후 발열과 기침 등으로 병원 3곳을 돌아다녔지만 보건당국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와 누나가 감염된 후 병실에 4시간 동안 있다 중국 출장을 갔던 남성이 중국에서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경위를 보면 국제적 망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이 실패했다는 점은 자명하다.
메르스가 발병한 이후 보건복지부 관료들은 서울에 있는 건강보험공단, 세종시를 오가며 대책을 발표했고 수시로 국회에 불려다녀야 했다. 그들이 세종에서 오송으로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이용해 이동하느라 시간을 뿌리는 동안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응급실에서 다른 환자와 섞여 있는 일도 있었다. 메르스와 관련한 보건당국과 의사, 환자, 전문 인력 간 원활하지 않은 정보 유통이 안이한 초기 판단을 내리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문제는 세종시에 있는 부처들이 위기 상황시 보건복지부와 비슷한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유사 사례도 이미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합참의장은 계룡에서 회식을 하고 음주 상태로 KTX를 탔고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탈 때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장이 대전에서 오느라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
세종시가 지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대다수 의사, 교수, 변호사, CEO와 같은 전문가 그룹이 사는 곳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외진 곳임이 틀림없다.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세종시 KTX 역이라도 만들어 공무원과 전문 인력들이 서울로 오가는 시간과 거리라도 단축시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