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경질됐습니다.
그에 대한 엄청난 말들이 많았지만 팬들의 큰 공감을 얻은 글 중 하나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한 줄짜리 촌평이라고 합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감독으론 실패를 거듭했던 이유가 무전략·무전술에 지도력 부재 탓이란 게 중론이었음에도 “이번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 게 애당초 무리였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사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꺼리는 존재라고 하는데 학계에서도 변화는 그 자체가 뇌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급적 변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사람들의 본 모습인데 어쩔 수 없이 변해야할 때가 와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일일 겁니다.
변하지 않기로는 정치인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젠 정치권도 바뀌어야 할 때”라는 요구가 비등한 상황에서 설 연휴 밥상 민심에 정가의 이목이 쏠렸지만 용산이든, 여의도든 요지부동 정치권에 설 민심도 냉랭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
지금 여야 정치인들은 굳이 변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30% 지지층만 굳건하면 지금의 권력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이기면 되고 이길 수 있다는 자만에 국민과 눈높이를 맞출 필요도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국민이 정말 나라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고 지금 상황에 대해 고심을 해도 정치인들은 자기들 당선과 상대를 이길 생각만하니 대한민국이 걱정이고 국민들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4·10 총선을 앞둔 정치판이 상식을 뒤엎는 꼼수와 탐욕으로 뒤죽박죽 난장판이 돼가고 있다.
무엇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이 되살아난 게 치명적이다.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난 농작물의 독소가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퍼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형적인 선거제도는 민의를 왜곡시키고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막는다. 벌써부터 총선 후가 걱정되는 건 출발선부터 궤도를 이탈한 ‘총선 열차’가 불러올 막장 국회가 연상되어서다.
지난 4년 우리는 위성정당이란 괴물이 낳은 후과로 고초를 겪었다. 거대 양당으로의 표 쏠림으로 군소정당의 존재감이 사라지자 타협점 없는 격렬한 정쟁 속 거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이 정치의 순기능을 마비시켰다.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민주당의 입법 폭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시계추처럼 반복되면서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무능 국회, 막장 정치가 일상화됐다.
21대 총선(2020년)에서 각각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민주당(180석)과 미래통합당(103석)은 전체 의석의 94.3%를 독차지하며 양당 독주 체제를 열었다. 이렇게 해서 얻은 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뿐이다.
후보들에 대한 자질 검증 없이 급조된 위성정당으로 운좋게 배지를 단 의원들은 위법과 부정행위로 공분을 샀다.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유용한 윤미향 의원, 거짓으로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퍼뜨린 김의겸 의원은 위법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수치심을 느끼기는커녕 사과 한마디 없이 지금껏 의원석을 지키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에게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유죄 판결을 받은 최강욱 전 의원은 입에 올리기 민망한 막말과 기이한 행동으로 정치를 조롱거리로 만든 장본인이다.
이쯤 되면 위성정당은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정치 개혁이고 진보다. 더욱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유세 때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했고, 대표로 나선 전당대회에선 당원 90%이상의 동의를 얻어 결의문까지 채택하지 않았나. 위성정당 출현을 막는 의원 입법도 쏟아졌다. 그러나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번에도 정공법 대신 꼼수를 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멋지게 이기는 길”을 이끌어 달라며 박수로 이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했고, 이 대표는 “멋지게 지면 뭐하냐”며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의 습관성 말 바꾸기야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게임의 룰’을 결정하는 것조차 제 입맛대로 손바닥 뒤집듯 하고, 그걸 당 대표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일임한 민주당의 정신세계가 놀랍다.
또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위해 만든 논의체인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엔 한미자유무역협정(FTA)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시위를 이끌었던 인물이나 한미 연합군사 훈련 중단, 한미 동맹 반대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는 운동권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극단주의 세력을 무슨 민주진보세력인양 둔갑시켜 우군화하겠다는 것인데, 자질 검증이 안 된 인사들이 국회에 들어온다면 22대 국회에서 무슨 해괴한 일이 벌어질지 아찔하다.
막장 정치의 정점은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이 아닐까 싶다. 조국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직후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고,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최근 옥중 창당(민주혁신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두뇌 회전이 빠른 이재명 대표가 과연 이들의 방탄 창당을 예상하지 못하고 위성정당 창당의 빗장을 열어놓았을까. 물론 형(刑)의 최종 확정 전까지는 누구든 창당도, 출마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위선과 거짓으로 나라를 두 쪽 내고 사회를 뒤흔들어 국민에게 충격과 좌절을 안겨준 장본인들이다. 법의 심판 이전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자중하는 게 마땅하다.
부끄러움을 알고 지난 일을 성찰하는 게 한때나마 주권자의 권한을 위임받아 국록을 받았던 공복(公僕)다운 처신이다. 그런데도 위성정당이란 틈새를 이용해 선거에 나오겠다니 위선과 막장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설사 이들이 배지를 달더라도 대법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선거를 다시 치러야 된다. 국민에게 2중, 3중의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의도를 간파하는 건 어렵지 않다. “윤석열 정권 창출에 책임있는 인사 공천 배제”와 위성정당이라는 두 축으로 당내에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범야권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국회를 반 윤석열 정부 총공세의 기지로 삼으면 안전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 대가는 무법 천지의 난장판 국회, 막장 정치가 될 공산이 크다. 22대 국회가 ‘역대 최악’ 기록을 갈아치우게 될까 벌써 두렵다.
국민의힘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아무리 “우리가 내는 비례정당은 민주당의 꼼수와 협잡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한동훈 비대위원장)라고 합리화를 해도 위성정당 유혹을 벗어던지지 못한 건 두고두고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정치적 과오로 남을 것이다.>중앙일보. 이정민 칼럼니스트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선데이 칼럼], 4·10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등장해서 대통령이 될 거라는 얘기가 우세해지면서 지금 이재명 대표도 의지를 불태우는 것 같습니다. 어중이든 떠중이든 다 끌어 모아서 숫자가 많으면 이기는 것이고 거기서 이기면 남들이 무슨 말을 하던 다음 대권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지 않나 싶습니다.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아침에 자기가 한 말을 낮에 뒤집고 저녁에 또 딴 소리를 해도 우리 국민은 금방 잊을 것이고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늘 존재하니 뭐가 문제겠습니까?
트럼프를 비난하고 그의 집권을 문제 삼기 전에 지금 석 달도 남지 않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선거가 발등의 불인데 우리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 두렵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