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시민모임, 10만 명 서명받기 대장정 마감 거리로 나간 9개월여...“오늘 내 생애 가장 기쁜 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민들께 도와달라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기쁨의 눈물, 슬픔의 눈물, 분노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저는 광주시민. 전남도민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 분들이 제 한의 절반을 풀어줬습니다. 가슴의 대못이 빠져나간 듯합니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입니다.”
지난 2월 99엔 문제해결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협상 기금 마련을 위한 국민 10만 명 1천원 모금운동인 ‘10만 희망릴레이’가 9개월여의 대장정 끝에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10만 희망릴레이’는 일제 당시 미쓰비시징용 피해자 규모를 상징하는 10만 명이 지난 2009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금 명목으로 지급한 99엔에 해당하는 1천원을 모금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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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 15일 오후 2시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기념탑 앞에서 ‘10만 희망릴레이 달성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인 |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대표 김희용 목사)은 15일 오후 2시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기념탑 앞에서 ‘10만 희망릴레이’ 달성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운동에 참여한 시민에게 감사 인사와 향후 활동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날 김희용 대표는 “‘10만 희망릴레이’ 서명에 참여한 50% 이상이 청소년들이다. 기성세대가 무심히 지나치면 영원히 묻힐 거라고 오판할까봐 청소년들을 찾아갔다.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며 “오늘은 보고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국이 다시는 전쟁의 피해가 없는 자주 세상을 만드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라고 인사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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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덕 할머니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 한의 절반을 풀어줬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다”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
양금덕 할머니는 “광주시민. 전남도민들께 감사드린다. 내 한의 절반을 풀어줬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다”며 만세삼창을 제안했다. 그러나 양 할머니는 “정부에서 한 일이 뭐가 있나? 원통이 터진다. 내 목숨 값이 1,300원 밖에 안 되나? 죽는 날까지 끝까지 할 것”이라며 눈물을 닦았다.
지난 2009년 일본 후생노동성 사회보험청은 양금덕 할머니 등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후생연금 탈퇴수당금으로 ‘99엔’을 지급했다.
또 지난해 MB정부는 징용으로 끌려간 노무자들의 미불임금, 각종 수당, 저금, 사망자 조위금 등 일본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공탁금 2억 3천만 엔(약 4조원)에 이르는 공탁금 환수를 포기하고 일본정부를 대신해 1엔당 2천 원씩 환산해 우리정부가 대신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여 당사자들과 단체 회원들의 분노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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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광주시의회 교육위원(왼쪽에서 두 번째)과 이금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그리고 양금덕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인 |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후생노동성을 상대로 ‘99엔’ 지급에 대해 재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었으며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일본에 대한 대응 촉구 등 가능한 협의에 대해 제안했으나 아직 어떤 답도 받지 못했다.
앞으로 시민모임은 오는 12월 2일과 26일 미쓰비시와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정치적 환경이 긍정적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다”며 기대를 보였다.
이 국장은 협상의 청신호로 지난 9월 국가 발주 사업에 ‘전범기업 입찰제한’ 조치와 함께 1차 일본 전범기업 136개 명단이 발표되었으며, 미쓰비시와 그 계열사 8곳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들었다. 따라서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미쓰비시가 가장 타격이 커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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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회장(왼쪽)과 양금덕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 ⓒ광주인 |
또 시민모임은 올해 안으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하는 헌법적 의무를 불이행한 국가의 책임을 묻을 예정이다.
이 사무국장은 “‘99엔’ 문제는 단순히 양금덕 할머니 개인의 해프닝이 아니다. 70만 강제징용자의 운명이 달린 일”이라며 “‘99엔’ 문제와 같은 현안도 해결하지 못하면 테이블에 올라오지 못한 문제는 언제 해결할 수 있겠냐”고 ‘99엔’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10만 희망릴레이는 99엔에 대한 준엄한 경고입니다”
광주 시민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삼 82년 전 일제의 폭압을 뚫고 일어선, 그날의 분기와 용맹이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보고자, 비장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일본정부가 99엔 값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해방된 내 나라, 내 땅에서까지, 버린 자식 취급받는 현실에서, 오늘 우리가 무엇을 향해 출발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함입니다.
해방 66년, 일제피해자들의 피 값이, 고기 한 근 값 보다 못한 현실입니다. 심지어 일본정부는 사죄도 모자라, 99엔으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마지막 남은 존엄마저도 농락하고 있습니다.
민족적 의분의 표출이자 99엔에 대한 준엄한 경고
광주 시민 여러분!
그러나 광주가 또 한 번 역사를 썼습니다. 단언컨대, 지난 9개월여 간의 대장정 끝에 이룬 ‘10만 희망릴레이’는 일제 과거 청산 역사에 또 하나의 빛나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해방 60여년이 훌쩍 지나 팔순의 할머니에게 내미는 99엔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재차 강조하지만 99엔 사건은 이 땅을 살아가는 인류의 모든 양심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한 인간의 마지막 존엄성마저 모독하는 반인류적인 행위 앞에 그 어떠한 치장이나 지식도 가식에 불과합니다.
99엔을 제쳐두고 정의를 말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99엔을 놓고 호혜니 선린을 얘기하는 것은 기만이자 언어도단입니다.
강조하건데, 10만 희망릴레이는 한 인간의 존엄한 생을 파탄내고도 해방 66년이 되도록 사죄 한 마디 없는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에 보내는 민족적 의분의 표출이자, 99엔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입니다.
고개부터 숙이는 이 나라 대통령
광주시민 여러분!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들께 한 번 묻겠습니다.
일제피해자들의 고혈로 성장한 제1의 전범기업 미쓰비시한테 아리랑 3호 위성 발사를 맡겨 손을 들어준 사람은 누구이며, 그런 미쓰비시를 상대로 해방 65년 만에 협상장으로 불러 앉힌 사람들은 과연 누구입니까?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이런 협상이 있는지 없는지 아예 문의 한번 없습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아예 협상에 관심조차 없는 이 나라가 과연 반듯한 나라입니까? 팔순의 할머니가 일제에 빼앗긴 피 값이 고기 한 근 값 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어도 입을 닫고 있는 이 정부는, 과연 제대로 된 정부입니까?
10만 희망릴레이는, 제 민족의 생명과 존엄마저 헌신짝 취급하며, 남의 조롱거리가 되도록 내 버려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가장 통렬한 채찍이자 훈계입니다.
“99엔에 침묵하면, 10만 희망릴레이의 불길이 향할 곳은 갈재 넘어 정권입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10만 희망릴레이로 표출해주신 시민들의 열망을 안고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해 갈 것입니다. 모든 책임은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의제조차 삼지 않는 마당에, 이제 99엔 문제와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둘째, 한국정부의 법적 책임 소재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헌법적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위반한 국가의 의무 불이행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겠습니다. 국가를 피고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연내에 제기할 예정입니다.
셋째, 99엔 문제와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해 거듭 정부의 입장 확인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입니다. 99엔에 침묵하면, 10만 희망릴레이의 불길이 향할 곳은 갈재를 넘어 이제 서울밖에 없다는 것을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한 나라의 헌법을 대통령이 지키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권좌에서 물러나야 하거나 탄핵입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확인한 국민주권의 정의이자, 10만 희망릴레이로 표출된 민심입니다. 2011년 11월 15일
10만희망릴레이운동본부. 일제피해자공제조합.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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