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과
갈비
갈래-갈비-갈퀴-가락-가래
갈'에서 나온 말 무척
많아
분식점에 엄마와 함께 들어온 영이는 뭘 먹고 싶으냐는 엄마의 물음에 '우동'이 먹고 싶다고
했다.
"영이야, '우동'이 뭐냐? 그 말은 일본식 말인데. 우리말로 '가락국수'라고
해야지."
그러나, 영이는 음식점 벽에 붙여 놓은 차림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저것 봐요. 저기도 '우동'이라고 분명히 썼잖아요?"
벽에는 분명히 '우동'이라고 써 있었다. 엄마는 그것은 잘못 쓴 것이라 하면서 지금은 음식점에서
'가락국수'라고 바르게 쓴 곳이 많다고 하셨다.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영이는 왜 '가락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해서 엄마에게 그것을 물어
봤다.
"국어 선생도 아닌 엄마라 그걸 몰라 답을 해 줄 수 없어 어쩌지? 그런데,잘은
모르겠지만,'가락국수'의 '가락'을 '손가락-발가락'의 그 '가락'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니?"
'가락국수'란 말은 '가락'과 '국수'란 말이 합쳐져 이루어진 말이다. 따라서,이 말이 어떻게 해서
나온 말인가를 알아 보려면 두 낱말을 따로 떼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락'이란 말은 '가늘고 길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지금의 우리말에서
'손가락-발가락-엿가락-젓가락,……' 같은 말이 있는데,여기서의 '가락'이 모두 '가늘고 길다'의 뜻을 지녔다.
'가락'에서 그 밑말은 '갈'이 되는데,이 말은 본래 '갇'에서 나온 말로 여겨지고 있다.
'갇'은 '갈라짐'의 뜻을 가진 말이었다.
그래서,지금의 '나뭇가지'의 '가지'란 말이 나왔다.
*갇+이=갇이>가디>가지
따라서, '가지'란 말 속에는 '갈라짐'의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국어 사전에 보면 '가닥'이란 말이 나오는데,'한 군데 딸린 각각의 줄'의 뜻을 가진 이 말도
'갇'에서 나온 말이다.
*갇+악=갇악>가닥
그러니,결국 '가락'과 '가닥'은 한 형제말임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사투리에도 '가닥진'이 있는데, 이 말은 '가락진'의 뜻과 거의 같다.
'갇'에서 나온 '갈'이란 말은 우리 몸의 '다리'를 일컬을 때도 씌었다. 몸에서 갈라진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말에서 '가랑이'란 말을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쉬워질 것이다.
*갈+앙이=갈앙이>가랑이>가랭이
신라 시대의 향가인 <처용가>에도 '가랄'이 나오는데, 역시 '다리'의 뜻으로
씌었다.
'드러사 자래 보곤 가랄이 네히어라.'
(들어와서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갈'에서 나온 말은 무척 많다.
*갈래;갈라진 부분
*갈고리;끝이 뾰족하고 꼬부라진 부분
*갈이질;논밭을 가는 일
*갈퀴;나뭇잎을 긁어 모으는 데 쓰는 대로 만든 기구
*갈피;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틈).(책갈피)
*가랑머리;갈래진 머리
*가루;(떡가루,콩가루,밀가루,……)
*가래;흙을 파 헤치는 농기구
'갈기갈기'나 '갈갈이'와 같은 말도 '갈'에서 나온 것이다.
또,'떡가래-엿가래'에서의 '가래'도 '갈'에서 나온 말로,'가늘다'는 뜻이 들어간
말이다.
'가루'란 말의 사투리로 '갈구'라는 말이 있는데,이 말은 또 '가루'의 옛말이기도 하다. '가루'가
'갈'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는 좋은 증거이다.
'가랑비'의 '가랑'도 '갈'에서 나온 말이다.
갈+앙=갈앙>가랑
'쌍둥이'의 옛말은 '갈오기'이다.
여기서 '갈'자가 들어간 것은 갈라져 나온 아기이기 때문이다.
갈+오기(아기)=갈오기
'갈비뼈'란 말에도 '가느다란' 또는 '갈라짐'의 뜻을 지닌 '갈'이 들어갔다. '갈비뼈'에서 '뼈'는
덧들어간 말이고,'갈비'가 원말이다. 즉,'갈비'란 말만 가지고도 '갈비뼈'와 같은 뜻이 된다. 왜냐 하면 '갈비'에서 '갈'은 '갈라짐'을
의미하고,'비'는 '뼈'를 뜻하는 옛말이니 '갈비'란 말만 가지고도 '갈라진 뼈'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갈비'란 말이 주로 쓰이지만,전에는 '가리'라는 말이 더 많이 씌었다. '가리'는 소의
'가리(갈비)'를 식용으로 일컫는 말이다.
갈비를 토막쳐서 푹 삶아 맑은 장을 친 국을 지금은 '갈비탕'이라고 하지만, 전에는 이를 '가릿국'
또는 '가리탕'이라고 했다. 그 가리의 뼈대(갈빗대)를 구운 것은 '가리구이(갈비구이)'라 했다.
'가릿국(갈비국)-가리탕(갈비탕)-가리찜(갈비찜)' 등도 모두 가리로 만든 것이었다.
'가리마'도 '갈라짐'의 뜻인 '갈'이 들어간 말이다.
이마에서 정수리까지의 머리털을 양쪽으로 갈라 붙이어 생긴 금이 가리마인데,전에는 이를 '가림' 또는
'가림자'라고도 했다.
고기 잡는 기구의 하나로 '가리'라는 것도 있는데,역시 '갈'에서 나온 말이다. 통발 비슷이 대로 엮어
만든 것으로 사람의 갈비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갈'에서 나온 우리말은 무척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 배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