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문화 공연·축제 현장 뛰어다니며 국악 대중화 앞장
K-팝, K-뮤지컬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요즘엔 트롯, 가요도 대형 기획이나 TV음악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업고 장르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바야흐로 음악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시대에 어느 새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버린 장르가 있다. 바로 퓨전국악이다.
처음 황병기(가야금), 김덕수 사물놀이, 슬기둥(밴드) 등에 의해 실험적으로 시도되던 퓨전·창작 국악은 지금은 ‘난감하네’ ‘범내려 온다’ ‘캐논 변주곡-국악 버전’ 등이 대중성을 확보하며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퓨전국악 하면 대구 국악계도 빠지지 않는다. 대구에서 퓨전, 창작의 1세대를 열어간 양성필 대구시립국악단 악장이 든든하게 기초를 놓았고, 대구시립국악단도 다양한 연주·발표회를 통해 퓨전, 크로스 오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실험 무대를 선보였다. 이런 토양 위에서 지금 대구에는 많은 퓨전 국악밴드들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 소개할 ‘모을 연주단’도 주목 받는 신예 그룹 중 하나다. 2021년 설립돼 창단 2년을 맞았지만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전국 문화·축제현장을 뛰어다니며 연주 역량을 뽐내고 있다.
◆2021년 젊은 국악인들 모여 ‘퓨전국악’으로 의기투합=모을연주단 창단은 코로나–19의 우울한 사회상과 닿아있다. 2021년 무렵 팬데믹 때문에 갑자기 ‘무대’가 사라지자 몇몇 뜻있는 국악인들이 연주를 위해 모였다. 이들은 연습과정에서 팀을 꾸리고 퓨전국악으로 ‘노선’을 정했다.
이 때 모인 청년 국악인이 여윤아(해금), 정규혁(피리·생황), 정해윤(소리), 황가연(가야금), 박민선(국악 타악), 이환희(작곡·건반).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이들의 연주활동은 점차 숙련을 더해갔고 깊어진 경지만큼 음악적 유대감도 커졌다.
대부분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팀워크 덕에 이들의 음악은 이론은 물론, 연주·창작 면에서도 상당한 퀄리티를 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을의 연주 실력이 알려지며 각종 축제, 문화행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2021년 10월 경주 ‘신라 국악한마당’, 11월 대구 수성구 ‘행복수성콘서트’에 이어 2022년엔 경산 자인단오제, 경남 의령의 ‘천율 정기연주회’, 안동시 하늘채 우리장터 공연에 초청돼 실력을 뽐냈다.
리더 여윤아 씨는 “아직은 조심스런 첫발로 지역 사회에 얼굴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에 각종 행사, 축제 관계자들에게서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퓨전국악은 이제 대중음악 장르로 자리매김”=모을은 푸전국악을 장르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퓨전’이라는 개념이 워낙 다양해 음악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크다. 그동안 국악과 양악은 ‘퓨전’이라는 이름 아래 차용(借用)과 공존을 모색해 왔지만 이제는 퓨전국악이 독립된 장르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여윤아 씨는 “국악에도 궁중음악을 대표하는 정악(正樂)과 민중음악인 민속악이 있어 서로 보완관계를 유지해왔다”며 “퓨전국악은 민속악의 계보를 이은 현대 대중들의 음악으로써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한 때 퓨전국악은 국악과 양악과 컬래버를 의미했지만 이젠 서양음악과 함께하지 않더라도 국악기로 서양음악이나, 클래식, 가요, ost를 연주하면 그 자체로 모두 퓨전음악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
모을은 팀명에 ‘퓨전’을 쓰고 있지만 퓨전이라는 장르에 갇히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즉, 억지로 서양악기를 끌어들여 본래 곡의 자연스러움을 해친다든지, 본래 국악을 부자연스럽게 편곡해 국악 본연의 정체성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앞으로 문화예술, 교육 분야로도 진출 목표=“지금은 다양한 무대경험과 연주 역량을 쌓기 위해 축제, 행사, 초정공연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퓨전국악 전문연주단으로 거듭나는 것이 저희들의 최종 목표입니다.”
모을은 이 목표를 위해 현재 자체 자작곡, 연주곡 등 레퍼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작업이 마무리 되는 가을 쯤엔 자체 음원을 발표하고 창단연주회, 기획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모을은 국악 대중화, 전문연주단 목표 외에도 다른 비전을 향해 나가고 있다. 바로 문화예술, 교육 분야로의 진출이다.
현재 일고 있는 퓨전국악의 붐을 각 급 학교나 지역 도서관, 문화센터와 연결해 교양강좌, 노래교실처럼 교육사업으로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대중들이 국악에 쉽게 다가가고 시민들이 우리 음악을 사랑할 수 있도록 모을은 그 ‘통로’역을 자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젊은 국악인들이 꿈을 펼치기에는 현실이 그리 밝지 않다.
매년 각 대학 국악과에서 많은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무대나 기회는 너무 적기 때문이다.
여 씨는 “우리 국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그 애정만큼)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주신다면 저희 젊은 국악인들이 꿈을 펼치는데 든든한 토양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국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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