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작이란 말은 예전에 군사독재시절에 많이 듣던 소리입니다. 박정희 시절과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 정권에는 심심치 않게 많이 들었습니다. 정부의 여러기관들이 합작해 특정한 사안을 만들고 그것을 언론에 발표하면서 없던 일이 진짜로 존재하는 일이 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정적을 가두거나 특정 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정치공작이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후에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재판을 거쳐 거짓으로 판명되기도 했습니다. 정치공작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혁당 사건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 대표적인 공안 사건입니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력을 반국단체로 몰아 다수의 민주인사들을 검거해 사형 또는 징역을 선고한 사건입니다. 1964년 그리고 1974년에 자행된 일입니다. 2002년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가 진상을 밝혀냈고 2007년 인혁당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 배상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치 공작은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꾸미는 공작을 의미합니다. 이런 정치 공작은 주로 힘을 가진 집단이 적대시하는 세력을 처단하기 위해 꾸며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치공작은 수사단계를 거치고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끌고가기 위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힘을 가지지 않은 집단이 행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힘을 가진 집단이 아닌 개인들이 타인을 음해하기 위해 없는 것을 만들어 행하는 꼼수는 무고라고 하고 무고죄가 성립됩니다.
근래들어 이 정치공작을 많이 언급하는 인물이 바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그는 자신이 기소된 각종 사건에 대해 미국 민주당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자신의 상대당인 미국 민주당이 관계 기관들과 합작해 자신이 대선에 나오지 못하도록 꾸민 정치공작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트럼프 후보는 미국 재판정에서도 자신의 혐의에 대한 정황과 증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일이지만 미국 공화당 지지층들에게 트럼프의 공작정치 주장은 먹혀 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주장을 비판없이 모조리 수용하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측에서는 정치공작에 대한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설득력이 없는 것입니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추종세력들은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한 야권과 언론들에 대해 치졸한 정치공작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야권과 몇몇 언론들이 음모를 꾸미고 그럴듯한 증거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떠들었습니다.아직도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는 집단도 존재합니다. 이미 재판을 거쳐 모든 것이 밝혀지고 확인됐지만 아직도 공작정치의 희생물이 박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인데 감히 그를 탄핵하기 위해 정치공작을 펼쳤다는 것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설득력이 1도 없는 일입니다. 당시 권력기관들이 총동원돼 국정농단사건을 없는 것으로 하거나 촛불집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갖은 계략을 다 내놓았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일부 야당이나 언론이 작당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면 왜 그런 것을 밝혀내지 못했을까요. 그런 정치공작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치공작은 힘이 있는 세력이 꾸밀 수 있는 일이지 권력 밖에 있는 무리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또한 정치공작에 관련한 증거를 하나도 제시못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한국에 정치공작이라는 단어가 떠돌고 있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을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특정 언론에서 출국금지 사실이 보도되고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고 그뒤 부랴부랴 출국한 일련의 상황을 보도하는 과정이 바로 정치공작이다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공수처와 야당 그리고 좌파 언론이 결탁한 정치공작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 최고위 기관에서도 이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할까요. 그런 정치공작이 가능하려면 공수처와 더불어 민주당 그리고 MBC관계자들이 만나 뭔가를 꾸민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말로만 주장하지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그 막강한 검찰과 경찰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데 정치공작을 한다 과연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지금 이 나라 검찰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 아닙니까. 또한 검찰과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것이 먼저이지 그냥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정치공작만 언급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오히려 궁지에 몰리니 별 소설을 다 작성하는구나하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모 정당의 유력 후보가 총선과 관련해 당의 공천을 받았지만 돈 봉투 수수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됐습니다. 당사자는 정치공작에 의한 억울한 인격 살인 피해자에게 공천 취소까지 해서 되겠느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정치공작에 의한 의혹만 가지고 후보 취소 결정까지 이르는 것은 무리하며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억울해 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정치공작 관련자들과 배후세력을 형사고발했다면서도 증거는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 봉투 수수 의혹사건은 당사자가 한 남성으로부터 흰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이 공개되면서 터져나왔습니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소속 정당은 객관성이 없다면서 공천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당사자의 보좌관이 돈 봉투를 준 사업가와 주고 받은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고 당은 결국 공천 취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당사자는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치공작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자신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힘을 가진 당 관계자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검토하고 논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을 오로지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자신이 그렇지 않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공작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진행형으로 보입니다. 뭐 미국에서도 정치공작 운운하니 한국이라고 없겠습니까. 다만 정치공작은 힘을 가진 세력이 할 수 있는 것이지 힘없고 정보없는 세력은 사실상 해내기가 불가능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공작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수적입니다. 폭로한 측은 정황 증거를 가지고 있는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정치공작만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세상 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정치공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정말 힘없는 집단에서 만들어내지도 만들 수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정치공작 주장은 이제 한국에서는 잘 먹혀들지 않는 한물 간 예전의 전가의 보도로 전락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3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