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트 피츠제럴드의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70세로 태어난 아기…점점 어려지는 삶…시간을 거꾸로 사는 인생
아주 얇으면서도 재미있는 책을 소개한다. 민음사에서 나온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은 한 면에 영어, 한 면에 한글을 담았는데도 전체가 89페이지에 불과하다. 단편소설이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는 장편은 물론 단편 소설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인 작가이다. ‘흥미로운 플롯, 매력적인 작중 인물들, 서정적이고 산뜻한 문체, 영화와 연극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실험적인 기법, 설득력 있는 주제’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와 연극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실험적인 기법’이라는 말은 확실히 증명되었다. 피츠제럴드의 작품 가운데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한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려보라.『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은 2008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고,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영상시대에 더욱 빛을 발한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의 주인공 벤저민은 70세 노인으로 태어났다. 막 태어난 아기를 보러온 젊은 아빠에게 쭈글쭈글한 노인이 “당신이 내 아버지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이 소설은 점점 젊어져 종국에는 우유를 먹고 웅얼거리다가 세상을 떠나는 벤저민의 기이한 인생을 다룬다. 70세로 태어났으니 결혼할 나이인 20대에 벤저민은 50대였다. 그러니 누가 결혼하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좀 나이든 현명한 남자와 만나길 원했던 아름다운 몽크리프 양과 결혼해 사교계를 놀라게 한다. 세월이 가면서 벤저민은 점점 젊어지고 몽크리프는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 점점 더 멋있게 변하는 자신이 늙은 여자와 사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수군거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더 큰 문제는 벤저민이 자신의 손자보다 점점 더 어려진다는 데 있다. 손자와 함께 유치원에 다니다가 손자는 초등학교에 가고 벤저민은 유치원에 3년이나 다닌다. 많은 상상과 생각을 하게 만든 짧은 소설은 외모지상주의에 동안(童顔)이 각광받는 시대여서 더 공감하게 된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 처음에,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이다”라는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밝힌 피츠제럴드는 여러 장편을 쓰면서도 160여 편의 단편소설을 썼다. 1896년 미국에서 태어나 1940년에 44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세계 1차 대전 참전과 평탄하지 않은 결혼 생활, 알코올 중독이라는 굴곡진 삶을 살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쉬지 않고 글을 썼던 그는 『마지막 거물』을 집필하던 중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쓴 단편 가운데 15편 정도는 세계 문학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츠제럴드는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자신의 소설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