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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는 친구와 함께 인사하러 김활란을 찾아갔다. 학교를 떠나는 마당에 앞으로 어찌해야 하는지 스승에게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김활란은 1939년부터 이화여전 교장으로 있었다. 일제는 기독교 학교인 이화여전을 무슨 핑계를 붙여서든 폐교시키려고 했다. 이화를 지키는 것이 목숨만큼이나 중요했던 김활란은 친일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오욕도 감수했다. 그런 사정을 아는 까닭에 학생들은 여전히 김활란에 대한 신망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때 김활란 박사가 ‘백인백승’(百忍百勝)이라는 글씨를 붓으로 써서 주셨어요. 백번 참으면 백번 승리하리라는 뜻이었지요. 이 말 속에 말 못할 고뇌가 담겨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활란은 이희호의 이화여전 스승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막 세상을 알아가던 시절의 이희호에게 삶의 좌표가 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스승이 일제의 압박 아래 황국신민 교육과 군국주의 시책을 선전하는 활동을 하는 걸 제자들은 지켜보았다. 일제가 조선인 징병제를 실시하자 김활란은 <매일신보>(1943년 8월7일치)에 “나라를 위하여 불덩이같이 끓는 피와 몸을 통틀어 바쳐 성은에 보답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렸으며 반도 남아의 의기를 보일 기회가 드디어 왔다”고 썼다.
또 이화여전을 ‘지도원 양성기관’으로 바꾸는 조처가 내려진 1943년 12월에는 <매일신보>에 이렇게 썼다. “싸움이란 반드시 제일선에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학교가 앞으로 ‘여자청년연성소 지도원 양성기관’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 동시에 생도들도 황국 여성으로서 다시없는 특전이라고 감격하고 있습니다.”
김활란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학교가 여자청년연성소 지도원 양성기관으로 바뀌자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났고, 남은 학생들도 마지못해 학업을 계속했다. 나중에 김활란은 자서전에서 그 시절의 심경을 이렇게 기술했다. “나는 그렇게 질질 끌려다니면서 그때까지 이화를 지켜보겠다고 버둥거리며 남아 있다가 이러한 일마저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나의 처사를 거의 후회하기까지 했다.”
이희호가 기억하는 김활란은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철없는 학생들이 김활란의 서툰 일본어를 들으며 히죽거리기도 했다. “영어를 그렇게 잘했던 사람인데, 마음에서 우러난 친일파였다면 일본어를 영어처럼 유창하게 하지 못할 리가 없었을 거예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 김활란을 자발적 친일파와 똑같이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본에 자진 협력하여 영달을 하고 재산을 불리고 동족을 괴롭힌 사람들을 단죄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김활란을 그런 부류의 친일파와 함께 묶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승만 박사의 가장 큰 잘못이 친일파를 불러들여 자신의 취약한 정치기반을 다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일파를 단죄하기는커녕 오히려 중용한 것 때문에 대한민국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고 불의가 득세하게 됐습니다.” ‘친일파의 죄를 물어야 한다. 동시에 그 시대의 어둠도 함께 보아야 한다.’ 이것이 친일 문제를 보는 이희호의 태도다. 그러나 이희호는 김활란이 5·16 쿠데타 직후 미국 정부에 쿠데타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박정희 군사정권을 지지한 데 대해서는 딱 잘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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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의 김활란 관련 언급인데 비교해보면 이화여대 공식 입장과 일치합니다.
전형적인 '어쩔 수 없는 친일' 논리죠.
어디서 많이 본 레퍼토리지 않은가...
그래서 이완용이는 일본어를 잘 했는가?
옛날 사람인지라 자기 스승을 철저히 변호할 수밖에 없던 가치관이 있었다 치더라도
변절한 스승을 극렬히 공격한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ㅡㅡ
그리고 이화여대생들의 김활란 동상 철거 요구는 2000년 중반 이후에 새로이 나타난 얘기지
90년대 학번까지만 해도 여성계의 선각자로 엄청 추켜세웠죠.
괜히 졸업생들끼리도 세대갈등이 일어나는게 아닐 뿐더러
김활란 수호대가 일부 재학생과 고령층 할매들 위주인 것도 뭐...
첫댓글 마활님이 pc충 지속적으로 경고한게 뼈저리게 느껴지네요
그래서 저는 톡방이나 이런데서 중립인 척, 점잖은 척 하는 놈들 먼저 날려버리고 시작합니다.
@나욱 중립척은 99프로 악의 편입니다. 날려야 맞당하죠.
@나욱 주변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도 여전히 엠중협치 논리를 운운하는 머저리들 정말 많습니다. 그러니까 맨날 먹사와 일베충들의 먹잇감이 되는거고... 차라리 '저들의 태도를 근거로 이용해먹자!' 정도면 걍 생각 방향이 다르다고 인정하겠는데 오만한 자비심따위로 나대는 건 진짜 못참겠더라구요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23170
그리고 20년전엔 한나라당이 김활란 옹호론을 비판했었는데
지금보면 구도가 기괴하기 짝이 없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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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들 잘난 맛에만 취해 있어서 잘 대해주면 기어오르려고만 들고 당최 고마운 줄도 모르는 집단입니다. 80년대부터도 그랬고 지금은 애먼 남혐에 취해 더욱 저급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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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이희호 여사가 안깠으니까 너네들도 까지 마라 이건가? 이희호 여사의 말이 뭐 우주의 근본에 새겨넣은 절대진리라도 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동안 너네는 이희호 왜 깠냐? 말같은 소리를 해라 좀.
아 이거 15년 한겨레 기사입니다;;; 최근 나온 기사는 아니에요 언급해놓을거 그랬네요. 제가 좀 오해하게 제목을 쓴 것 같습니다
보면 보수 애들은 이박사나 각하, 가깝게는 쥐나 마사중을 신격화해서 항상 옳다고 주장해서 그런지 반대쪽도 김대중이나 노무현, 문재인을 그런 존재라고 보는 줄 아는 거 같아요.
이희호 여사가 뭔데 그 양반이 옹호한걸 가지고 무슨 자승자박이라도 되는 줄 아는 보수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대중이 후처댁이 별거야? 아 애미가 그래놔서 삼남놈이 그모양그꼴이었나..
그런 소리는 자제합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