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농무성, 나까우미 간척사업 중단 결정
배수갑문 헐고, 방조제는 트고...
<뉴스서천> | 2006·11·06 09:49
▲ 에지마대교 위에서 바라본 교각만 남은 배수갑문
일본 나까우미 간척지 현지 취재
본지 기획취재단이 지난달 23일부터 4일 동안 이미 막은 방조제를 터 습지로 보존키로 한 시마네현의 나까우미 간척지와 새만금간척사업의 모델이 되었던 나가사끼현의 이사하야만 간척지를 취재하였다. 우량농지를 조성한다며 금강에 이어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를 막아놓고 간척사업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 일본의 예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일본 현지 취재 내용을 3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일본 서부지역에 있는 시마네현의 젖줄인 히리천은 하류에 이르러 신지호(神道湖)와 나까우미(中海)라 불리는 두 개의 큰 호수를 이루고 있으며 다시 강 하구는 좁아지며 동해로 빠져나간다. 호수의 면적은 신지호 81.8㎢, 나까우미 92.1㎢로 서천군 면적 357.7㎢의 약 1/4 정도이며 일본에서는 다섯 번째, 여섯 번째로 큰 호수이다.
▲ 나까우미 간척지 주변도
천혜의 자연 신지호와 나까우미
신지호에 이르러 형성된 넓은 충적평야 지대를 ‘이즈모(出雲)’라 부르는데 AD4세기경 신라인들의 정착지였으며 일찍이 벼농사가 발달하였다. 신지호와 나까우미 그리고 바깥바다인 동해(일본에서는 일본해라 부름)는 고도차가 거의 없어 불과 30cm의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신지호까지 바닷물이 들어온다. 이로 인해 두 호수의 수역은 일본 최대의 기수역으로 일찍부터 내수면어업이 발달하였으며 내륙수로로 이용되어왔다. 강경까지 조수가 들어오던 ‘하구둑 이전’의 금강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 나까우미와 신지호를 연결하는 대교천
이러한 천혜의 자연을 파괴하는 간척사업이 벌어진 것은 일본에서 공공토목사업이 붐을 이루던 1960년대였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1963년 4월에 생산성이 높은 우량농지를 조성할 목적으로 배수갑문을 만들어 나까우미와 신지호를 담수호로 만들고 나까우미 호수면의 1/4을 매립하는 내용의 ‘나까우미 간척사업’을 농수성 직할사업으로 확정하였다.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에 걸쳐있는 호수 5곳에서 총 2,542ha를 매립하여 벼농사와 낙농을 계획하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간척지인 혼죠 공구는 1,689ha에 해당한다.
남아도는 쌀 사업목적 상실
1967년 봄까지 어업보상을 완료하고 1969년 5월에 방조제를 쌓기 시작하였다. 1974년에 하구둑 배수갑문을 완공하였으며 1981년 9월에 마지막 제방을 완공하였다. 그러나 이미 7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쌀이 남아돌기 시작하였다. 간척사업의 목적이 상실된 것이다. 1984년에 간척지의 용도를 애초의 논농사 중심에서 밭농사 중심으로 변경하였으며 1988년 5월에 마침내 담수화 계획을 포기하였다. 신지호의 담수화를 전제로 완공한 신지호 서쪽에 농업용수를 끌어들이는 파이프라인과 양수펌프장 몇 곳은 가동되지도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간척지에 심은 토란.
질좋은 쌀을 위해 만든 간척지가 쌀의 과잉생산으로 인해 밭농사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혼죠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공구에서는 간척사업이 계속 추진되어 1989년에 완공되어 매립한 땅을 분양하였으며 분양이 안 된 나머지 땅은 조류공원으로 전용하여 1992년에 간척사업을 완료하였다. 이 때까지 총 759억엔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달라진 갯벌 인식 정부 압박
◀간조때의 방조제 모습. 조수간만의 차가 30cm이다.
이제 간척지의 60%가 넘는 혼죠공구 매립지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숙제로 남게 되었다. 시마네현과 농수성은 이를 놓고 ‘토지이용검토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1995년 시마네현 지사는 혼죠공구 1400ha의 전면 간척과 농지 이용방침을 표명하였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이 무렵 일본에서도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갯벌의 중요성이 일본 국민들에게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시마네현 주민들도 이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이자며 주민투표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자고 들고 일어섰다. 이로 인해 나까우미 간척사업은 전국적인 쟁점으로 떠올랐으며 중앙정부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2000년 9월 7일 시마네현 지사가 토쿄의 농수성 장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수성 장관은 간척사업 중지를 정식으로 통고하였으며 시마네현 지사는 이를 받아들여 마침내 나까우미간척사업은 22년 만에 중단되었다. 이 같은 중지 결정에는 현의 재정문제가 큰 몫을 차지했다. 당시 간척사업은 국가가 72%, 시마네현이 28%를 부담했는데 혼죠공구의 총사업비는 368억엔이었으므로 시마네현에서 100억엔을 부담해야 했다. 공사기간 중의 이자 140억엔을 포함하여 총 240억엔이 시마네현의 부담액이었는데 이 가운데 154억엔을 토지를 분양해서 채워야 했다. 그러나 시마네현은 조성한 농지를 매입하여 경쟁력 있는 농업을 경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것이 간척사업 중지 결정의 실질적인 배경이다. 즉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경제성도 없어 방조제 트기로 혼죠공구는 방조제와 섬으로 둘러싸여 매립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중지 결정으로 안에 담긴 물은 썩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2008년까지 에지마 섬과 육지를 잇는 모리야마 제방 3km 가운데 60m를 12억엔을 들여 다시 터서 해수를 유통시키고 다리로 연결하기로 작년 11월에 결정을 내렸다. 10월 24일 오전 9시 시마네현 현청으로 가는 도중에 신지호에서 재첩잡이에 열중인 어민들을 볼 수 있었다. 비가 간간히 뿌리는 가운데 허리가 넘는 곳까지 들어가 부진런히 손발을 놀려 철로 만든 삼태기 같은 도구로 물 속에서 재첩을 건져 올려 몸에 묶인 타이어 튜브 위에 놓인 그릇에 퍼담고 있었다.
▲ 재첩잡이에 나선 신지호 어민들
신지호의 염분 농도는 바다의 1/10 정도로 재첩의 서식에 알맞아 일본 최대의 재첩 생산지이다. 많을 때에는 연간 생산량이 5만톤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2만톤 정도로 일본 재첩유통량의 40% 정도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나까우미 수질이 오염되고 여름철에 무산소층이 형성되어 신지호까지 밀려와 고기와 재첩이 대량으로 질식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간척사업을 중지하고 배수갑문을 철거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였다.
호수 수질회복에 총력 기울여 시마네현청 환경생활부 환경정책과 물환경그룹 리더로 일하는 기무라 와로우(木村 和郞)씨로부터 신지호와 나까우미 자연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신지호·나까우미는 연간 3천 마리의 기러기와 2만여 마리의 댕기흰죽지, 흰죽지 등이 찾아오고, 신지코 문절망둑, 야마토 가막조개(재첩) 등의 고유 어종이 대량 서식하는 중요한 습지로 2005년 11월 우간다에서 열린 제9회 람사협약체결국회의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등록되었다고 했다. 또한 그는 “하수도 정비,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 등의 처리, 주민들에 대한 환경교육에 이르기까지 수질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며 “아직 표준 기준에는 못미치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혼죠공구를 둘러보기 위해 방조제 위로 난 도로를 따라 나까우미 안에 있는 다이콘시마라는 섬으로 들어갔다. 나까우미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역으로 염분 농도가 바다의 1/2이라 했다. 예전에는 장어, 농어, 새우, 빙어 등 기수역에서 잡히는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어업이 번성했다는데 고기잡이 어선은 눈에 띄지 않았다
무용지물 배수갑문도 철거
▲ 철거중인 나까우미 간척지 배수갑문. 뒤로 철거를 위해 새로 놓은 에지마대교가 보인다.
▲ 철거한 배수갑문 철판(좌) 배수갑문 철거를 위해 새로 놓은 에지마대교(우)
에지마 섬에서 돗토리현의 사까이미나토시로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2004년도에 완공된 이 다리는 큰 배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다리 중간이 높았다. 이 다리가 생기기 이전에는 배수갑문 위로 차량이 통행하였다. 본래 나까우미를 담수호로 만들기 위해 배수갑문을 만들었으나 한번도 갑문을 닫은 적이 없었다고 시마네 현청에서 들었다. 담수화 계획을 포기한 이상 배수갑문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배가 드나들 때면 차량 통행을 멈추게 하고 다리를 들어올리는 등 오히려 비용만 발생하여 배수갑문을 철거키로 했다. 철거공사를 위해 새로운 다리를 놓은 것이 에지마대교이다. 높은 담을 치고 일반인의 출입을 금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갑문 철거 현장을 둘러보았다. 갑문에서 나온 철판과 가로등, 철제 빔, 철근 등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시멘트 덩이를 분쇄, 철거하여 쌓아놓은 것이 산을 이루었다. 마침 점심 시간이어서 인부들이 밖으로 나가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되풀이되는 개발자본의 시행착오 에지마대교를 건너 돗토리현에 있는 완공된 간척지 1공구를 둘러보았다. 절반 이상은 방치 된 땅이었고 어떤 곳은 토란이나 채소를 심어 놓았다. 간척지 동쪽 끝에는 유기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서 있고 서쪽 끝에는 ‘돗토리현 원예시험장’이란 간판을 단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시마네현은 인구 76만으로 나까우미를 두고 인접한 돗토리현의 72만명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작은 현이다. 그러나 이즈모 지역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동검이 출토된 지역으로 고대 야마토(大和) 정권과 쌍벽을 이루는 세력이 이곳에서 출현하였다. 여기에 두 호수는 다면적이고도 입체적인 기능을 하였으며 시마네현의 상징이자 삶의 근본 터전이었다. 이를 무시한 개발자본의 엄청난 시행착오는 오늘도 더 큰 규모로 되풀이되고 있다.
(시마네현 나까우미에서 허정균)
◇ 나까우미 간척사업 연표
- 1963년 4월 : 일 농수성 ‘나까우미간척사업계획’ 확정
- 1967년 : 어업보상 완료 - 1969년 5월 : 방조제 공사 착공
- 1974년 : 하구둑 배수갑문 완공 - 1981년 : 마지막 제방 완공
- 1984년 : 간척지 용도 밭농사 중심으로 변경 - 1988년 5월 : 나까우미와 신지호 담수화 계획 포기
- 1988년 9월 시마네현과 농수성 혼죠공구 간척지 이용에 대한 ‘토지이용검토위원회’ 구성
- 1989년 : 혼죠공구 제외한 나머지 간척지 분양
- 1992년 : 미분양 땅 조류공원으로 용도 변경
- 2000년 9월 : 간척사업 중지 결정
- 2004년 : 에지마대교 완공, 배수갑문 철거 시작
- 2005년 11월 : 혼죠공구 모리야마 제방 60m 철거 계획 발표
윗글은 허정균 님의 글입니다.
모두가 사는 길
(1)
방조제 하나 허문 것 뿐인데
모두가 좋아한다.
지자체, 어민, 농민...
방조제 하나 허문 것 뿐인데
"방조제가 아깝다"는 비난기사 하나없다.
일본언론, 미국언론...
방조제 하나 허문 것 뿐인데
그저 조그만 방조제 하나 허물었을 뿐인데
일본 연근해 전체가 살아나는것 같습니다.
81년 완공된 멀쩡한 방조제를 허물면서
일본 농무성과 지자체도
"진작에 허물걸 괜히 주민들 괴롭히고 세금만 축냈다"고
내심 말하는 것 같습니다.
(2)
방조제 하나 허문 것 뿐인데
그저 조그만 방조제 하나 허물었을 뿐인데
일자리 창출되고,
지역경제 발전하고 등등
그 파급효과가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나까우미 방조제가 헐리면서
우리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세지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국제적추세를 따르기만 해도
대한민국도 모두가 살 수 있을텐데"
과도한 간척의 피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널리 알려주시면 감사
2007. 6
오솔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