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집회 다니는 사람이라 어느 곳에 가든 기지를 먼저 잡는다.
몸이 얼었을 때 녹이고 요기하고 화장실 갈 수 있는 곳.
암튼 헌재에선 고민할 필요 없이 스벅이다.
헌재에서 가장 가깝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계단 2,3층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헌재 앞길이 훤히 내려다보여 그때 그때의 시위 상황 살피기 좋다.
여기서 내려다보면 헌재 앞이 잘 보인다. 3층은 개인 사업장이라 웬만하면 2층에서만 본다.
그 날은 2월 13일이었고, 여느 때처럼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걸음걸이 이상한 아저씨가 경찰 저지선에서 아무런 제지받지 않고 휘적휘적 걸으며 들어갔다.
굳이 걸음걸이를 언급한 이유는, 다른 이들보다 동작 크게 껄렁대며 걸어서 눈에 띄었기 때문.
누가 가든 (특히 우파 시민들은) 경찰들이 강경하게 제지했는데 배낭에 퍼런 막대기 꽂은 어찌 보면 야가다 같던 저 아저씨는 그냥 보냈다.
저날 내 눈엔 좌파 유튜브나 짱깨국 빨갱이로 보여
그냥 보내는 게 빡쳐서 몇 장 찍은 건데 이후로 좀 이상한 게 찍혔다.
(동영상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화질도 안 좋다. 양해 바람.)
저렇게 보낸 뒤 경찰도 뭔가 이상했는지 돌아봤지만, 흑복 차림의 경찰이 동행하니 그냥 냅두더라.
군밤장수 모자, 솜바지, 파란 배낭에 파란 몽둥이?
뭐하다 왔는지 그 춥던 날 겉옷은 벗어서 손에 들고.
행인도 저 아저씨 행색이 뭔가 이상해 보이니 굳이 고개 돌려가며 쳐다본다.
여기서 또 아쉬운 건, 저렇게 경찰 동행 하에 헌재 앞길 지나가려나 보다 하고
사진 찍던 걸 잠시 멈춘 것.
헌데 어라,
군밤장수 모자 아저씨는 헌재로 들어갔다. 정확히는 헌재 도서관.
헌재 직원일 리는 절대 없다.
삼각산 등산 갔다 바로 출근하는 행배도 아니고 시발.
저 때가 정확히 오후 3시 42분이었다.
직원이 출근을 저 시간에 할 리 없잖아.
아저씨 집어넣고 뭔가를 계속 얘기하는 동행 흑복 경찰.
그리고 돌아보는데
새로운 또 한 무리의 늙은 아줌마? 할매?들이 방금 그 아저씨 들어간 문으로 우르르 들어간다.
추운 날씨 1인 시위하는 우리들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한 제대로 한 차림이라,
우리 편인 줄 알았지. 근데 우리 편일 리 없다. 우리를 저기 들여보내줄 리가 없잖아.
그럼 뭐지 저 사람들?
사람을 행색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어디로 어떻게 봐도 헌재 직원은 아니었다.
근데 말야, 이 아줌마들 들어가는데
저 경찰은 이쪽 한 번 살피고
다시 문 쪽을 보며
할매들 다 들어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또 뭔 말을 한다.
할매들 들어갈 때
경찰들이 바라보는 곳.
할매들 다 들어가자마자
경찰들이 바라보는 곳. 두 경찰 모두 시선이 바뀌었다.
그리고
임무 마치고 돌아오는 흑복 경찰.
그때 바로 검색한 건
일반인의 헌재 도서관 출입 가능 여부였다.
당분간 헌재 도서관은 출입불가다.
일반인은 못 들어간다.
하여
저 사람들 정체에 대해 나 혼자
식당 아줌마들 혹은 청소 아저씨로 결론 내렸었는데...
오늘 LNG 쓰는 헌재에
LPG 까스통 들어간 게 찍혔고(심지어 매일 들어갔다고?)
가스집 사업장 주소와 개업일이 존나게 의심스럽고
저 엘피지 가스가 식당에서 쓰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다보니
저 날 헌재 출입하는 게 식당 아줌마들인가 싶었던
이 사진들 공유한다.
왕창 섞여있는 공안 때문에 경찰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경찰 하나 매수를 하든, 공안에게 흑복 입혀 저렇게 아무나 들여보내든,
중간에 제재하는 사람 하나 없던데,
헌재 도서관 통해서 되게 쉽게 들어가던데.
이거 맞냐?
조금이라도 이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원천 봉쇄해서
우리 대통령 절대 지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