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차마고도 원정, 不調和
‘上前一小步 文明一大步’
5박 6일 일정의 이번 차마고도 여정에서 가장 많이 본 글귀다.
중국의 공중화장실이라면, 그 어디에서나 그 글귀를 볼 수 있었다.
‘상전일소보 문명일대보’
처음에는 무심히 그렇게 읽기만 했다.
뜻풀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글귀의 맨 앞 두 자인 ‘上前’ 그 뜻풀이가 쉽지를 않아서 아예 뜻풀이를 포기했었다.
그 뜻을 모른다 해서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공중화장실을 들를 때마다 그 글귀를 마주하다 보니, 이제는 그 글귀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여정 이틀째인 2019년 9월 25일 수요일 오후 9시에, 차마고도 초입의 도시인 여강(麗江)으로 향하는 야간열차를 타려고 곤명역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1시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그 사이에 구내 화장실을 찾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찾은 화장실에서 그 글귀와 또 만나게 된 것이다.
무슨 내용일까, 이제는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Daum사이트를 검색해봤고, 결국 그 뜻을 알아냈다.
이런 뜻이라고 했다.
‘앞으로 다가서는 작은 발자국 하나로, 문명은 큰 발자국 하나만큼이나 발전 하는 것’
그래봤자 소용없었다.
변기마다 그 바닥은 흥건히 젖어있기만 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중국이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아내와 함께 북경과 만리장성을 들러봤던, 내 생애 첫 번째의 중국 여행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때의 중국은 언뜻 허술한 도시풍경이었고 어두운 밤의 거리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전 딴판의 풍경이었다.
높은 빌딩들이 우후죽순으로 새로이 솟았고, 도시마다 넓고 똑바른 길들이 거미줄 얽어놓듯 새로 났다.
빌딩마다 불 밝힌 네온사인은 도시의 밤풍경을 휘황찬란하게 했다.
최근 들어 경제적으로 발전한 중국의 겉보기 모습은 그랬다.
그렇게 발전했으면, 국민들 문화수준도 그에 따라 발전했어야 했다.
아니었다.
그 문화수준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기차 한 번 타는데도 여권 검사를 하는 등 이래저래 검열이 까다로운 것도 매 한가지였고, 곳곳에 경찰들이 어슬렁거려서 눈치 보게 하는 것도 매 한가지였고, 주위에 사람이 있든 없든 어디서나 고함치듯 마구 떠들어 대는 것도 매 한가지였고, 길게 늘어선 줄에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새치기로 끼어드는 것도 매 한가지였다.
흐트러진 질서의 사회였고, 안하무인의 사회였다.
바로 맞은편 의자에서, 여행가방 위로 다리를 길게 펴서 얹어놓고, 컵라면을 말아먹는 젊은 여인의 모습은 봐도 봐도 꼴불견이었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들이 군데군데였다.
곧 중국의 부조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