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태평로
[태평로] 비전 없는 지도자는 비겁해진다
조선일보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5.15. 00:06
https://www.chosun.com/opinion/taepyeongro/2024/05/15/LWF5JKDMFNDUZCWUQTPGJACW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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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인들, 산타가 됐나
인기 연연해 퍼주기에만 골몰
정작 미래 위한 대비는 외면해
훗날 ‘비전 실종 시대’라 할지도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위원장 소병철)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등 5건의 안건이 처리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는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등 5건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이 가결됐다./이덕훈 기자
19세기 말 조선은 무능하고 가난했다. 조선 멸망의 첫 번째 문을 연 사건이라는 임오군란도 군인 월급이 13개월이나 밀린 게 화근이었다. 망해가는 나라를 정치 지도자들은 걱정했다. 군란이 터지기 두 달 전, 고종과 대관들이 텅 빈 국고를 걱정하는 회의를 열었다. 고종이 “군사들에게 급료를 여러 달 지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걱정하자 의정부 고관들이 “계책은 오직 절약하는 것뿐”이라며 근검절약을 대책으로 내놨다. 절약은 개인에겐 훌륭한 삶의 태도이겠으나 그것만으로 국가가 번영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종과 신하들은 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에겐 목숨 걸고 추진해야 할 조선의 미래, 즉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은 저서 ‘한국 사람 만들기’에 이 일화를 소개하며 ‘조선의 지도층이 농본사회를 이상으로 삼는 성리학적 왕도정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같은 위기를 겪어도 비전이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한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엔 ‘사무라이 칼에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며 근대적 국민국가 건설을 꿈꾼 사쓰마 번(藩) 지도자들의 비전이 있었다. 임오군란 20년 전인 1862년, 사쓰마와 영국 해군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 사쓰마는 영국 해군의 함포 사격에 불바다가 됐고 패전으로 배상금까지 물어야 했다. 사쓰마의 리더들은 위기를 내핍으로 벗어날 생각이 없었다. 영국의 막강한 힘을 목격한 그들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영국처럼 부강한 나라’라는 비전이 생겼다. 자기를 굴복시킨 이들의 군함을 사고 “유학생을 보낼 테니 가르쳐 달라”고도 했다.
비전은 정치인으로 하여금 사소한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위대함을 품게 한다. 몇 해 뒤 메이지유신에 성공하며 국가 권력을 손에 넣은 사쓰마의 리더들은 특권을 스스로 포기했다. 유신 동지들에게도 보상을 바라지 말라고 했다. 사무라이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칼 휴대를 금지했고 경제적 기반이었던 영지까지 내놓게 했다.
우리에게도 큰 비전을 품은 지도자가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해방된 나라에서 떵떵거릴 줄 알았던 지주들에게 땅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의 농지개혁 덕에 땅을 갖게 된 농민들이 6·25 때 대한민국 편에 섰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비전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 손에 선물을 쥐여 주지는 않았다. 인기만 구하려 했다면 그랬겠지만 그가 원한 것은 인기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우리가 지금 고생해서 훗날 자식들 잘살게 하자”며 피와 땀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이 땅의 정치인들은 선물 못 줘 안달 난 산타가 됐다. 여든 야든 퍼주지 못해 안달이다. 국민 손에 25만원씩 쥐여주자 하고, 남는 쌀을 무조건 수매해 주자고도 한다. 선심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비전으로 삼을 수는 없다. 양곡법만 해도 쌀을 무조건 사주는 것은 농민을 돕는 게 아니라 농업 구조조정을 훼방하고 차세대 농업을 준비해 온 이들의 의욕을 꺾을 우려가 크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에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다. 매사 느려 터졌다는 일본조차 TSMC 구마모토 공장을 착공 2년도 안 돼 완공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반도체 공장 지으려면 토지 보상부터 인허가까지 해결하는 데만 몇 해가 걸린다. 막대한 전기가 필요한 AI 시대에 송전선 하나 놓기가 힘겹다. 정치인들이 나서서 해결에 앞장서야 하지만 감히 국민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한다. 우리가 정말 이래도 되는가. 훗날 우리 자손들이 잠깐 잘살다가 별 볼일 없어진 이 나라 역사를 배우며 지금을 비전 실종 시대였다고 하지 않겠는가.
김태훈 기자 논설위원
솔다람
2024.05.15 05:14:37
국민의, 특히 젊은청년들의 근로의식을 말살하는 공짜돈 퍼주기나 실업급여와 농어민에게 주어지는 지나친 혜택, 남아도는 교육세로 필요이상의 초중고학생지원금, 각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성 없는 축제나 기념행사 비용 등등 셀 수 없는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들.....개혁하지 않고는 이 나라가 얼마나 버틸까 걱정입니다. 나라빚이 감당키 어려울 지경이라도 공짜 좋아하는 국민이 많아서 선거를 하면 비이성적 결과가 나옵니다. 언론도 나라의 미래를 선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첫째는 정치지도자, 다음은 언론이 그리고 국민이 깨어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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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5.15 05:23:55
한국은 이승만 박정희 말고는 쓸만한 지도자가 아무도 없다. 지도자는 선공후사와 국리민복과 미래 비전이 생명이다. 그런데 모두가 사리사욕만 챙긴다. 이제 한국은 지도자 복은 사라졌다. 어리석은 국민들이 거짓과 선동에 취약하니 참된 지도자가 나타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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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당
2024.05.15 01:21:11
이명박근혜보다 더한 노이 나타났어...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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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2024.05.15 06:42:32
종북들과 조선시대 양반행세나 하려는 것들이 여의도에 모여 있으니 나라꼴이 이 모양이다 민초를 어루만져주어야 할 인간들을 민초들이 걱정하는 세상이니 나라꼴이 막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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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wchd
2024.05.15 07:58:50
정말 좋은 글이다.그러나 국민이나 정치가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이다.지금 가르쳐봐야 알려고 하지 않는다.지금 배불러 허리끈 풀고 트롯 니나노에 취해있다. 이나라 국민 조만간 동남아 수준 이하로 떨어질것이다.역사는 반복한다. 반짝 번영이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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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랙
2024.05.15 07:05:43
박정희이시여, 부디 환생하소서~ 저따위 정치꾼들의 지들만의 싸움질로 나라 망해가는 패망정치꾼들을 모조리 단죄해 주소서~ 다시금 총대메어 주소서~ 개민보다 군정이 나라와 백성들을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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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요한목사
2024.05.15 07:25:29
윤석열이 비젼이 있어서 뽑은게 아니잖아. 평생 검사만 하던 사람이 무슨 비젼이 있겠어. 국민이 바란 것은, 검사때 하던 것 처럼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일당을 제대로 처벌하는 것 였음. 그런데 지금 보니, 윤석열과 문재인은 아무래도 짜고 치는 고스톱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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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2024.05.15 06:06:40
한국인의 냄비근성은 한 세대의 풍요로 악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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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6602
2024.05.15 05:53:11
비전도 비전 나름이다,사전선거 조작으로 정치권력을 훔치는 권력도둑넘들의 비전도 비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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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곰
2024.05.15 07:06:01
맞습니다. 사명감 없는 언론, 기회주의 언론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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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록홈즈
2024.05.15 05:57:14
비전없는 지도자가 문재인과 이재명이라는 말이면 맞는 사설이지만 윤석렬을 들먹이면 엉터리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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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水
2024.05.15 06:24:24
작은 착함은 거악(巨惡)과 닮아 있고, 큰 착함은 비정함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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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me
2024.05.15 07:06:35
[지도자에 대한 경영학적 평가] 자신보다 더 나은 후계자의 발굴 및 육성. 사회와 조직의 지속적인 생존 및 발전을 위해서, 요구되는현 지도자에 대한 중요 평가 항목중 하나이다. 자신이 제일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정치 지도자들이 있다면 잘못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정당의 목적이 권력획득이 아닌, 좋은 정치가들을 발굴, 육성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정당의 대표는 자신이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이러한 일을 하려는 학교의 교장과 같은 인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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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눈썹
2024.05.15 08:59:47
국민이 정신 차려야 무능한 정치인과 지도자가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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