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안 늙는 비결 있다” 82세 괴테, 죽기 전까지 본 것
에디터
이민정
카드 발행 일시2026.09.01
사람이 뜻을 가지면 어디까지 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체감 온도가 35도를 웃돌던 지난 8월, 경기도 여주시 괴테마을에서 마주한 독문학자 전영애(75)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자를 향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머뭇거리는 사이,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정말 궁금했습니다.
뜻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그런 사람은 자신을 어떻게 키우는지가요.
전영애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는 동양 여성 최초로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로부터
'괴테 금메달'을 받은 세계적인 '괴테 연구 석학'이다.
2016년 퇴임한 그는 경기도 여주에 '괴테마을'을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2023년 10월 '젊은 괴테의 집'을, 1년 뒤 '정원집'을 완공했다. 장진영 기자
전 교수에게 이 답을 알려준 이는 독일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6~1832)였다.
평균 기대 수명이 50세였던 19세기, 괴테는 82세를 살았다.
이 생애 내내 괴테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고 성장했다.
스물둘에 집필을 시작한 『파우스트』를 82세에야 끝낸 대문호로 유명하지만,
식물학·동물학·해부학·지질학·광학·기상학 등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이자, 4개 부처 장관을 지낸 정치가, 1400점의 그림을 남긴 화가로도 알려졌다.
전 명예교수는 평생을 괴테 연구에 바친 세계적인 석학이다.
서울대 독어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독일 킬 대학에서 수학했고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 연구원,
바이마르 고전주의 재단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바이마르 괴테 학회로부터 동양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괴테를 서책에 파묻혀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국에 ‘괴테의 모든 것’을 통째로 옮겨오는 과단성을 보였다.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에 자리한 작은 숲에 괴테가 젊은 시절 살았던 집 두 채를
그대로 재현한 ‘괴테마을’은 그의 역작이다.
아직 최종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는 괴테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매일 괴테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를 괴테와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며 경험한다.
나이 들면 모든 게 멈춘다고들 합니다.
괴테는 아니었어요.
죽기 직전까지 글을 썼고, 나랏일을 돌봤고, 새로운 일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죽음을 앞두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노장의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괴테마을을 만들어 가며 더욱 실감합니다.
전 명예교수가 이곳에서 깨달은 괴테의 진면목은 ‘평생 자신을 잘 키워낸 사람’이었다.
죽는 날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괴테의 삶을 매일 목도하는 그에게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이제 현실이 된 ‘100세 시대’.
평생토록 자신을 잘 키워낸 괴테처럼, 노년에도 성장하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괴테마을 내에 조성된 '괴테의 정원집'.
괴테가 26세에 처음으로 자립해 6년간 살았던 집이다.
전 교수는 정원집 왼편에 괴테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괴테의 집'을 짓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장진영 기자
독일에는 유명한 철학가·문학가가 여럿입니다. 왜 괴테에 빠지셨나요?
괴테가 세상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를 보면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자신과 다른 존재를 쉽게 판단하지 않아요.
늘 “그럴 수 있다”는 이해의 여지를 남겨둡니다.
그 행동의 밑바탕에는 ‘열린 마음’이 있어요.
괴테는 문인이라고 책만 써야 하고, 나이 들었다고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덕분에 노년에도 교육, 산업, 과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공부할 수 있었죠.
바이마르 공국의 산업부 장관으로 은광을 살릴 궁리를 하다가 광물 연구에 빠져 수십 년 동안
1만8000종류의 광물을 모으고 연구하기도 했죠.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남달랐습니다.
뉴턴이 빛을 분석해 색을 설명했다면, 괴테는 우리가 실제로 색을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관찰했습니다.
삶을 대하는 이런 남다른 태도에 매료된 겁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7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