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랑앓이’로 데뷔해 제22회 골든디스크상 인기상과 신인상, M·net KM 뮤직 페스티벌 그룹부문 신인상, 아시안 송 페스티벌 신인상을 휩쓸며 화제를 모았던 FT 아일랜드가 두 번째 앨범 <Colorful Sensibility>으로 돌아왔다. 1집 앨범 <Cheerful Sensibility>를 낸 지 일 년 만이다.
1집에서 2집 사이 약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일 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나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십 대 후반의 청소년이라면 놀라울 만큼 달라질 수도 있는 긴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FT 아일랜드 멤버들은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며 팬들을 만났고,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일본유학도 다녀왔다. 1집이 즐겁고 신나는 음악이었다면 2집은 1집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좀더 성숙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다. 새롭고 눈에 띄는 것보다 자신들이 꾸준하게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앨범에서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홍기(메인 보컬), 이재진(베이스), 오원빈(기타와 보컬), 최민환(드럼), 최종훈(기타와 피아노) 이상 다섯 멤버로 이루어진 FT아일랜드를 만났다. 음반이 나오면 매일 강행군이 이어지는데, 그날도 9시부터 녹화와 인터뷰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 전날 밤을 새워 피곤이 느껴지는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씩씩했다. 다섯 명 모두 10대. 음악이나 장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어른스럽고 진지했지만 ‘시간이 나면 뭐하고 노느냐’는 질문에 한 목소리로 “게임이요!”라고 대답할 때는 모두들 평범한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번째 정규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첫 번째 앨범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큰 틀은 달라지지 않았고 좀 더 농도가 짙어졌습니다. 버전업된 FT 아일랜드라고 할까요? 더 남자다워지고, 감정도 더 깊게 표현한 것 같아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담으려고 애를 썼어요.
앨범 작업은 1집보다 힘들었어요. 시간도 촉박했고요. 이번엔 저희가 처음으로 세션으로 참여를 해서 몇 곡씩 레코딩을 했어요. 자기가 연주한 것을 계속 들으면서 몇 번씩 수정하고, 프로듀서님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조율하는 과정도 꽤 길었고. 앨범 나온 후에는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느껴지는데 그때는 다들 긴장도 많이 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장난이 아니었어요.(웃음) 노래 부르는 것하고 다르게 세션은 뭔가 틀을 만든다는 느낌? 음악 자체를 쌓는다는 느낌이어서 부담도 됐고, 뭔가 책임감도 더 컸던 것 같고, 지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데 굉장히 많은 것을 한꺼번에 겪은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대화를 많이 했어요. 처음 컨셉이 다양한 빛깔, 신선한 음악, 한층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거였는데, ‘성장’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 다르잖아요? 프로듀서님이 굉장히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 질문에 답을 하면서 뭔가를 찾아나갔던 것 같아요. ‘이건 이렇게 해.’라고 지시하기보다는 녹음을 들려주고 ‘이 부분은 어때?’라고 저희 스스로 뭔가를 발견하고 찾아내고 평가하도록 하셨어요.
2집 타이틀곡을 ‘사랑후애’로 정했는데, 앨범에 수록된 곡 중 마지막까지 타이틀곡으로 경쟁했던 곡은 어떤 노래인가요?
타이틀곡은 사실 회사에서 정해준 건데.(웃음) 타이틀은 대중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곡들이고요, 나머지 곡들은 저희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 있어요. 멤버들의 개성이나 음악적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거든요. 적절히 대중성에 안배를 두면서 라이브 때 편곡을 달리해서 연주할 수 있게 염두에 둔 곡도 몇 곡 되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걸 했어요.
2집 앨범 <Colorful Sensibility>으로 돌아온 FT 아일랜드
멤버들 간에 편하게 소통하는 편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별로 크게 다툴 일이 없어요. 연습할 때나 레코딩할 때나 활동할 때나. 서로 성격은 굉장히 다른데 음악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걸 별 곡해 없이 받아들여요. 신기하게도 의견이 비슷해요. 재진이가 귀가 예민해요. 드럼이나 기타가 틀린 부분을 잘 잡아내요. 이 부분 좀 소리가 이상하다, 그러면 정말 잘못 연주했을 때가 많아요.
밴드 연습은 어느 정도 하나요?
시간 날 때마다 해요. 보통 열두 시간 정도 연습실에 있는데요. 열두 시간 내내 연습하는 건 아니고 밥도 먹고 중간에 놀기도 하고 그래요.
누가 제일 연습에 열심인가요?
민환이랑 재진이가 제일 열심이에요. 서로에게 자극을 받고 경쟁심리가 생길 때가 많죠. 멤버 각각의 연주를 들으면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굉장히 연습을 열심히 해야 돼요. 세상엔 천재들이 많지만 저희들은 천재는 아닌 것 같고요. 연습한 만큼 잘하는 보통 사람인 것 같아요.
FT 아일랜드 노래 중에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사랑노래’가 많은데, 아직 멤버들이 다 십 대잖아요. 그런 절절한 사랑에 감정이 잘 이입되나요?
그럼요. 사랑에 대해 접하는 방식이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자기가 사랑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하는 사랑을 보고, 영화나 뮤지컬, 책이나 노래에서 나오는 사랑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사랑을 알아가는 거죠. 사랑 때문에 설레고 보고 싶고 행복하고 애절하고 가슴 아프고 그런 느낌은 경험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이 좋아서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음악이 일로 느껴질 때는 없나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특별히 힘들거나 그런 건 잘 못 느껴요. 활동 때문에 집에서 나와 살고 있어서 그런지 철이 좀 빨리 드는 것 같아요. 저희들은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어른스럽다는 말을 가끔 하시더라고요.
아직 십 대 후반이잖아요. 대학 진학이나 음악 외에 다른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많이 생각해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식으로든 음악은 평생 계속할 것 같아요. 가수 활동을 그만두더라도 혼자서라도 골방에서 기타를 치는 식으로라도 음악은 할 거예요.
FT 아일랜드는 한국에서 드문 밴드 형식의 아이돌 그룹인데요. 한국 밴드 문화에 대해 할 말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음. 이런 말 하면 ‘너네들이 뭐 그렇게 고생을 했다고.’라는 말 들을 것 같긴 한데요. 한국에서 밴드를 한다는 건 서글픈 것을 넘어 서러울 때가 있어요. 인정도 못 받고 연주할 데도 없고요.
일본 가서 제일 보기 좋았던 게, 시내에 교복 입은 학생들 중에서 네 명의 한 명은 기타를 메고 다녀요. 웬만한 동네는 라이브하우스가 다 있고. 저희가 한국에서 연주를 하면 ‘쟤네 연주도 할 줄 아네?’ 하고 구경거리 보듯 보는데, 일본에서 연주할 때는 저희가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이 없어서인지 굉장히 저희 연주를 진지하게 들어줬어요. 대중들이 악기를 아니까 연주에 대해서 평가를 많이 해줬어요. 라이브가 재미있는 건 그때 그때에 따라 연주를 달리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관객들도 ‘아, 쟤네 오늘은 기타가 좀 다르네.’ ‘어, 이런 식으로도 연주하네.’ 알아주시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짧은 기간 동안 일본에서 머물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은데요.
역시 밴드에 대한 거죠. 어떻게 하면 한국 대중들이 밴드에 익숙해질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한국은 밴드 문화가 너무 척박하니까. 일본에 있으면서 되게 행복했어요. 음반 가게도 많고, 한국에 없는 앨범도 많고요. 거긴 저희 또래들도 밴드 활동을 많이 하니까 별로 신기하게 보는 사람이 없는 것도 좋았어요. 지나가다가 공원에서 밴드들 연주하는 것 듣는 것도 즐거웠고요.
음반 판매량도 부럽고요.(웃음) 많이 팔리니까 돈 많이 벌겠네, 하고 부러운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신보를 기다리고, 그걸 사서 너무 행복하게 듣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일본 CD가 굉장히 비싸잖아요. 그런데 다 CD로 사서 듣고. 레코드 가게에 사람들이 북적거려요.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죠.
다른 밴드들 음악도 굉장히 많이 들을 것 같은데. 어떤 밴드 좋아해요?
오렌지 레인지, 그린데이요.(홍기), 마룬 파이브요.(민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요.(재진) 뮤즈요.(종훈), 너바나랑 밴드는 아닌데 본 조비랑 존 메이어 좋아해요.(원빈) 음악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록이나 펑크, 하드록을 많이 들어요.
이중에 FT 아일랜드가 롤모델로 삼는 밴드가 있나요?
없어요. 딱히 어떤 밴드를 모델로 하거나 지향점으로 삼진 않은 것 같아요.
밴드는 노래하고 싶고, 연주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여서 즐겁게 음악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밴드는 이러이러한 음악을 해야 해.’ ‘밴드는 이만큼은 해야 해.’라는 인식이 상당히 강한 것 같아요. 즐겁게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FT 아일랜드 활동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의 밴드문화가 저희를 통해 바뀌어질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제일 기쁜 거는요. 저희 또래의 팬들이 콘서트에 와서 음악을 듣고 ‘나도 기타를 배워서 밴드를 할래요.’라고 편지를 보내올 때예요. 그럴 땐 정말 뿌듯해요. 팬들 중에서 꽤 돼요. 직접 기타나 베이스, 드럼을 배우고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요. 정말 힘이 나죠. 음악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한국의 밴드 문화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요?
지금 제일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어려워요. 각자 연주하고 있는 악기에 대한 고민도 있고요. 아직 완벽하게 연주를 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스케줄은 많고 걱정되죠.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고민은 ‘어떤 시도를 해야 음악 듣는 사람이 새롭게 느끼고 좋아할까?’인 것 같아요.
아직 저희가 음악 많이 듣는 분들한테는 밴드로 인정을 못 받고 있어요. 그분들에게는 FT 아일랜드는 아이돌이죠. 그런데 저희 굉장히 진지하게 밴드를 하고 있어요.
대중을 상대로 음악 활동을 하는 밴드는 좋든 싫든 대중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저희가 하는 음악은 대중적이고 상업적이지만, 듣는 사람이 그냥 편하게 한때 듣기 좋은 음악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 완성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고민해요. 한 곡 한 곡 듣는 사람이 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할까, 강박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듣고 싶어 하는 걸 들려주는 게 아니라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듣고 싶게 만들고 싶어요. 아직 100%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저희 색을 100% 다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이 그것을 좋다고 해줄지 확신이 안 서요.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지금 저희가 보여드리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 저희는 계속 성장할 거고 계속 발전할 거예요.
서른이 돼도 마흔이 돼도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은―그게 직업으로 하든 취미로 하든―지금 이 상태에 안주하지 않아요. 계속 연습해서 좀 더 잘하고 싶죠.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건, 앞으로 더 멋진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이번에 사회,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수익금을 모아 기부하는 “10월애천사 - 재능의 기적을 나눠요!” 행사에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주변에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매번 눈물이 나요.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기부나 나눔은 많이 가진 사람이나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의외로 아주 작은 나눔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눈뭉치를 눈밭에서 굴리면 커다란 눈덩이가 되는 것처럼 우리의 작은 나눔들이 뭉치면 힘든 이들의 웃음과 행복을 되찾아줄 수 있을 거예요.
첫댓글 읽으면서 많은걸 느끼게 하네..그런데 나는 읽는내내 마음이 좀 안좋네~~ㅋㅋ
난 그린데이 좋아하는데...ㅋㅋㅋ 암튼 착한 우리 섬군들...ㅋㅋ
진ㅉㅏ오빠들은 저런 멋진 명언들을 거침없이 내뱉어주시네요~^^@ㅋㅋㅋ
박명아~~!!이 글은 내일 프린트해서 진지하게 읽어볼께^^
ㅎㅎ 프린트까지~~ ㅎㅎ 대단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