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지난 주말에 가을여행을 다녀왔더니,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라는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여행을 다녀왔을 뿐이지, 여행이 되지도 않았고 되고싶지도 않습니다만...
우리는 흔히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즐거운 휴일 되시라"는 축원을 듣습니다만....
착한 사람이나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 멋진 사람은 되고 싶어도,
'즐거운 한가위'나 '즐거운 휴일'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즐거운 휴일'이 사람인가요? 식물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무슨 미생물인가요?
제가 학교에서 일하지만 그런 동식물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
저는 휴일을 즐겁게 보내거나, 재밌게 누릴 수는 있지만,
'즐거운 휴일'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즐거운 휴일 되세요.'는 영 어색한 말입니다.
굳이 따지면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되세요.'라는 명령형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이런 것은 아마도 영어 번역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즐거운 휴일 되세요.'는
'휴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휴일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휴일 즐겁게 보내세요.'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즐거운 관람 되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즐거운 쇼핑 되세요,
좋은 시간 되세요, 안전한 귀성길 되세요, 푸근한 한가위 되세요 따위도 모두 틀린 겁니다.
사람이 여행, 관람, 하루, 쇼핑, 시간 따위가 될 수 없잖아요.
사람이 즐겁게 여행하고, 재밌게 보고, 행복하게 보내고, 즐겁게 시장을 보는 겁니다.
좀 삐딱하게 나가볼까요?
저에게 '즐거운 하루 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저더러 '하루'가 되라는 말이니까,
어떻게 보면 '하루살이'가 되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큰 욕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절대 '하루'나 '하루살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또,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저더러 '날'이 되라는 말이니까, 어떻게 보면 '날파리'가 되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이거 저에게 욕한 거 맞죠?
저는 절대 '하루살이'나 '날파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대로 살게 그냥 놔두세요. ^^*
그저 이번 주에도 즐겁고 행복하고 푸근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
보태기)
1.
삐딱하게 나간 게 좀 심했나요?
될 수 있으면 그런 말을 쓰지 말자는 저의 강한 뜻으로 받아주시길 빕니다.
인사는 고맙게 잘 받습니다.
2.
'날파리'는 '하루살이'의 사투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