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 중 이만수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라오스 야구 대표팀 /사진 이만수 감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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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라오스 야구대표팀은 예선 2차전에서 스리랑카를 맞아 분전했다. 야구 역사 24년의 스리랑카를 맞아 4대6으로 팽팽하던 5회초 5실점하면서 혹시나 하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었지만 7회까지 끈질기게 따라 붙어 10대11, 한점차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최종 스코어는 10대15. 1차전 태국에게 패배해 2패째를 안으면서 예선탈락이 확정됐다.
그러나 대부분 스무살도 안된 라오스 선수들과 그를 이끈 한국의 이만수 감독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안아주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본보와 전화통화를 한 이만수 감독은 "한국에서 몇 승을 올린 것보다 감격스럽다. 비록 졌지만 선수들은 용기와 희망을 얻은 것 같다"며, "기록상으로는 분명 졌지만 라오스 아이들은 지금 메달 딴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고 현재 팀 분위기를 밝혔다.
이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라오스팀의 성적이 어떻게 되리라고는 이미 예상은 했고 사실 엄청난 점수차로 질 거라고 예상했었다"면서 "15대0으로 졌지만 1차전에 6회까지 간 것도 대견하고, 두번째 경기에서 10점까지 따라간 것만 해도 하나님 은혜이고 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 후 라오스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서로 얼싸안고 감격하는 것을 보고 주위에 있던 아시안게임 관계자들까지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 이만수 감독 /사진 이만수 감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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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이만수 감독은 몇 가지 덤으로 얻은 선물도 있다. 첫째는 야구에 대한 라오스의 관심이다. 야구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오스에서는 야구대표팀이 치른 두 경기를 모두 현지 실황으로 중계했다. 이는 라오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두 경기 모두 관전을 한 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을 격려했다.
두번째 얻은 선물은 선수들의 희망과 꿈이 자란 것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을 하면서 아시아의 벽이 이렇게 높은데 세계 무대에서는 얼마나 잘하는 사람이 많겠느냐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보았다"며, "4년뒤에 중국에서 있을 대회를 기대하며 라오스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 이만수 감독 /사진 이만수 감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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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은 신앙인으로서 자신이 느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제가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야구를 전파하면서 하나님께 받은 말씀이 에스더서 4장 14절이었습니다. 하만이 유대민족을 말살시킬 계획을 꾸미자 모르드개가 왕후 에스더에게 가서 하나님께서 너를 왕후로 세운 것이 이때를 위함이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제가 한국에서 얻게 된 인기와 명예는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 나에게 주신 것이 아니라 라오스에 가서 내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2014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 라오스로 향했는데 그때 당시는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경기에 나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야구인으로서 너무 감격스러워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이제 다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할 겁니다. 한국에서도 라오스 야구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