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카이펑 일정을 마치고 오늘은 소림사 가는 날...
서둘지 않으면 차를 놓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이드북...
여유롭게 볼려면 1박2일 권장이던데...
당일 코스로 계획한 나는 조금 일찍 서두르고
오늘 일정을 소림사와 탑립까지만 보고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운다.
서둘러 정주역 앞 정주중심버스터미널(모든 길은 이 곳에서 통한다)로 향했다.
소림사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정주에서 등펑까지 버스로 두시간 이동...
등펑버스터미널에 내리면 소림사 가는 마을 버스가 미리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소림사까지 7km)
그래서 미리 메모지에 등펑과 소림사 한자를 적어서 매표소로 갔다.
매표소 앞...별로 복잡하지 않은 가운데 미리 종이에 적어둔 등펑 글자를 보여주려고 하는 찰나...
옆에 아줌마가 "소림사, 소림사"라고 노래를 부른다.
나의 행색이 외국인으로 눈치를 챈것 같다..그리고 어느새 나의 작은 메모지를 해킹하였다.
"야! 니 종이에 소림사라고 적혀있네...소림사 표 끊어라!"
나도 아는데...ㅋㅋ 근데 책에는 등펑가서 갈아타라고 하던데...?
표를 끊어려고 하니 매표소 직원에게 아줌마가 알아서 뭣이라 뭣이라하며 소림사표를 끊게 돕는다.
순간 좀 의심적었다.
근데 순순히 표들고 그냥 가라고 한다...정체가 뭐지?
앗! 근데 버스표에 정주-소림사라고 적혀있다. 등펑인데...
그새 소림사가는 직행버스가 신설되었나보다...라고 생각했다...그리고 혼잣말로 "잘되었네...ㅎㅎ"
터미널에 들어서니 소림사라고 적힌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남자 조수가 빨리 타라고 한다.
이때 시간이 9시 15분...30분 마다 출발한다고 들었으니 곧 가겠구나 싶었다.
제길...30분이 넘어도 차가 안간다. 30명 정도 타는 버스에 손님이 반 밖에 안찼다.
이 자리 다 차야가나보다...하며 투덜거렸다...나름 서둘러 나왔는데...ㅠㅠ
9시 45분쯤 되니 다 내리라고 한다. 출발도 안했는데 내리란다...황당시츄에이션!
재밌는 놀이라고 여기며 따라 내려본다...사람들이 맞은 편에 있는 다른 버스를 탄다.
이건 뭐지? 아...모르겠다...뭔가 이유가 있겠지...근데 문제는 10시가 되어도 출발을 안한다.
제길...결국 10시 15분에 잘리가 다 차니까 출발한다. 일단 출발은 했으니 다행이다...
쿵후 영화를 차에서 틀어주며 한참을 달리다 갑자기 남자 조수가 마이크를 잡고
큰 볼륨으로 솰라솰라한다. 근데 참 오랫동안 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목걸이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다...
순간! 아~~~이건 소림사 1일 투어 버스였던 것이었다.
어디서 꼬였는가 싶었더니 터미널 아줌마가 범인이었다...ㅎㅎ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나름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부지런히 다니면 더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투어다보니 가이드가 붙고
중국말로 곳곳에 자세히 안내를 해주는 시간 지연이 손해이고...
왔다갔다 차편이랑 빵차랑 요금 실랑이하는 시간을 벌어준 편리함도 있고...
입장료는 단체요금으로 할인도 받고...
중요한 것은 알아서 정저우로 데려다주고...중국어 가이드가 내겐 불필요하다는 것만 빼고는
금액적으로 손해도 보지 않은 나쁘진 않은 사고^^였다.
한 시간 쯤 달렸을까?
이 때부터 나의 옆자리에 앉은 16살 고등학생과 잉글리쉬 토킹이 시작되었다.
이 녀석도 어린 놈이 혼자서 디카 하나 달랑 들고 왔다.
녀석도 외국인과 처음인지 순간 호기심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적극적으로 토킹을 하기 시작한다.
자기 아버지가 나보다 어린 놈이다...ㅎㅎ
근데 눈이 선하게 생겼다. 첫 인상이 더러우면 난 좀처럼 맘을 열지않는 스타일인데 인상이 좋아 열어보았다.
이런 저런 해독이 쉽지않은 서로의 발음을 가지고 대화를 나눈다.
영어가 이런 것은 좋다...위아래 나이 없이 막 말해도 되니까...
아무튼 녀석과 늘상 내가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메일과 폰번호를 주고받는다.
중간에 점심 식당에 들리게 된다.
순간 이런 패키지의 식사라고 해봤자 별 맛없고 비싸고...
전세계 공통임을 알고 있는지라 난 식사를 생략하고 버스에서 가져온 빵과 물로 점심을 대신했다.
그나마 고마운 것은 점심식사를 20분만에 끝내고 다 나오더라는 것...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어서 참으로 고맙다...ㅋㅋ
나 외에도 점심을 안먹는 사람이 두 사람이 더 있었다.
버스에서 기다리는 중에 문자가 한 통 온다.
옆자리 학생이다...영어로 혹시 따뜻한 물 필요하냐고 물어본다.
내게 뭔가 호의를 배풀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어린 마음에 정말로 이 전화가 되는지 테스트 해보았나 보다.^^
고맙지만 괜찮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후, 이 녀석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 곁에 붙어다니며 나를 챙긴다.
가이드 설명하는 동안 열심히 카메라 셔터 누르는 동안 대오에서 이탈될까봐 이동한다고 알려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자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하고...
적절한 설명도 덧붙여주고...내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젠 할배가...오늘 어린 학생이 나를 챙겨준다...허허...참으로 따스할세...
소림사 무술관에서 무술 공연을 본다.
느낌에 무술이라기 보다 그냥 서커스, 요가 시범 정도로 보였다.
차라리 이연걸의 소림사 영화가 훨씬 재밌고 생동감 나는 것 같다.
내가 본 무술영화 중에 최고는 이연걸의 소림사다...성룡의 짜고치는 싸움만 보다가
이연걸의 실제 무술같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세 번을 극장에서 본 영화다...
그게 벌서 어언 20여년...세월아...
촬영금지인데 불구하고 무대 조명이 밝아
2층에서 플래시 없이 새로 산 소니알파 55의 공포의 10연사 촬영을 만끽하였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소리도 정답구나...10연사...셔터...ㅎㅎ
관람을 마치고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 다녀온다고 했더니 우리 학생이 화장실 밖에서 나를 기다려준다.
심성이 착한 녀석이구나...행님 소피보는데 지켜주기까지하고...ㅋㅋ
공연을 보고 나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어느새
바닥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눈 내리는 소림사라...운치있다.
쌓인 눈이 벤치 의자를 하얗게 덮어 있었고 손가락으로
"솔개그늘 in 少林寺"라고 새기며 한 컷! 찰칵!
탑림까지 관람하고 눈이 내리기에 가이드가 조금 서둘러 돌아가야겠다고 재촉한다.
달마동과 중악묘를 보지 못하고 내려왔지만 아쉽지는 않다...
정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녀석이 내게 중국 우유라며 선물로 건네준다.
그리고 한국 돈 기념으로 하나만 갖고 싶다고 하나 달라고 한다...
허걱? 지금 수중에 한국돈은 10만원 권 수표랑 만원짜리 밖에 없는데...
어제 가난한 할배랑은 상황이 다른 것 같은데...ㅎㅎ
동전으로 대신했다...500원+100원+10원+5원...골고루 하나씩 선물로 주었다.
학생에게 그 정도면 되었지...뭘...ㅎ
중국에서 잘 안씻고, 질서 안지키고, 신호등 무시하고, 무단횡단 마구하고...다 좋다...이젠 익숙하다...
근데 아직도 한 가지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아무데나 가래를 뱉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도 한 사람이 계속 가래를 "쿠에에엑~ 퉤이!"하며 차 바닥에 가래를 뱉는다.
아...미치겠다...저게 마르면 결국 차 안에...
지금 이 글을 치고 있는 호텔 로비 바로 내 앞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혼자 휴대폰 1시간째 쳐다보며 재털이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꽁초를 그냥 바닥에 던진다...
그건 봐준다...근데...이 녀석도 "쿠에에엑~ 퉤이!"다...연신 바닥에 뱉는다.
아...노트북 제일 날카로운 모서리로 대갈통을 찍고 싶다..ㅎㅎ
아직 적응 안되는 부분 이 한 가지...
메일 보내겠다고 하며 학생과 헤어지고 KFC에서 간판 할배랑 얼굴 마주보며 버그 먹고
호텔로 돌아온다...
택시 탔는데 아저씨 호텔을 잘 모르나 보다...초짠가 보다...^^
여태 많이 탔는데도 잘 찾아가던데...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니 직접 전화한 후 위치를 물어본다.
그리고는 "오케이!"하면서 신나게 달린다.
11원...택시비 싸서 너무 좋다...
인상은 별론데 기사 아저씨, 당신도 고맙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작은 호의에도 큰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호의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은 당하게 되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에서 나쁜 추억을 안게 되면 욕을 하고 두 번 다시 안간다고 하는데...
나쁜 추억도 여행이다.
나쁜 추억이 많을수록 내공은 더 커진다.
올해는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배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일은 뤄양이닷!
뤄양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묵고 다시 정저우로 돌아와 정저우 남은 여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후유...시간 많이 걸렸다...
공자님과 벌떼들...곤명 투어 축하합니다...
첫댓글 소림사,,, 처음 간게 한 15년되나? 그땐 주차장도 자그마한게 바로 절 문앞에 내려서 걸어들어갔는데,,,, 5~6년 전에 한 번 더 가봤더니 절 앞이 천지개벽을 했더구먼,,,, 좋은 인연 만나고 별 탈 없이 잘 다니네요^^
너무 좋은 인연 만나면 사고칩니다요...^^
쿠웨에엨 미치미치 아.. 적응 안 된다카이 그런데, 벌떼 내도 벌이가속 쓰그레이.꼭)
오늘의 명언 ->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베풀며 살아야 겠다.( 여행기 그만두지 말고 계
설마 여왕벌 듣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죽는다...^^
근데 소림사 스님들 시주 안하고 자기들 제의를 사양하면 인상쓰네요. 궁시렁도하고 시주함에 계속 돈넣으라고 무언의 압력. 어딜가나 이놈의 돈이 종교를 타락시키니 종교는 많으나 참됨이 없도다.
근데 왜 사진은 한장도 안올리시나요?
사진까지 올리려고 하니 시간 여유가 없네 그려...사진도 덧붙이고 싶긴 한데.너무 일이 커져서 나중에 다녀와서 이글을 다시 스크랩하여 사진도 조금씩 덧붙이고 해서 블로그에 정리하려고 합니다. 여기선 블로그 차단시켰나봐요...접속 안됨...
사진없이 글만 읽어도 재밌네요 ㅎㅎ 여행은 언제나 신나요~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
감사합니다...또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흠.. 읽어내려가며 느끼는점이 많아요. 아,, 왜 내가 여행할땐 저렇게 호의를 베풀어주던 사람이 없었는가! 부럽도다,,하다가,, 가만가만! 아니지! 나도 여러번 저런적 있었구나,, 근데 내가 그런 호의를 흡수하듯 받아들이지 못했었꾸나..싶네요. 솔개그늘님이 호의를 잘 받아들이시고 고마움을 기억하는 점 본받아야겠어요^^
keai 님 말씀이 옳을 겁니다. 타지에 나와선 아주 작은 것도 감사하게 되더군요...도와주고 싶은데 말이 안통하니 상대방도 어쩔줄 몰라하는 그 표정마저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