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늘어져서 느려졌는지</p><p>길어져서 느려졌는지</p><p>희미해서 느려졌는지</p><p>피곤해서 느려졌는지</p><p>게을러서 느렸겠지만</p><p>어쩌자고 뒹굴뒹굴 나자빠져 둘러 댈 핑계꺼리를 찾아 뒤척이는지</p><p>봄날이 완연한데 할 일 없는 늙은이는 느릿느릿  해조차 길어지니</p><p>힘쓸 일도 없으련만 이것저것 뛔작거리다가 느지막이 저녁참에 마신</p><p>차 한 잔 때문이었을까 사흘 동안의 바쁜(?) 힘든(?) 일정을 소화하느라</p><p>그랬던지 비 때문에 운동도 못하고 평소에 없었던 낮잠이 꿀맛이어서</p><p>그랬던가 평소와 같았으면 멍때리고 고요하게 앉았다가 자리에 들면</p><p>아늑하게 밀려오는 편안함도 금새 아득한 밤이어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인지</p><p>자정을 넘기면서도 전전반측에 별 쓰잘떼기 없는 궁상이 이어지더니</p><p>아침해가 뛰룩뛰룩 창문을 어슬렁거릴 때에라사 베슥베슥 꿈뜰대다가도</p><p>부족한지 이부자락을 끄집어 당기면서 기지개 켜기를 머뭇거린다</p><p>매일 일어나면 몇 가지의 아침체조(?) 비스무리한 것도 이 삼일만 안하면</p><p>서툴어지니 못 된 버릇은 여든살까지도 변함없다더니 선한 행위나 행동은</p><p>어쩌자고 이렇도록 징험되어 체질화되어 마르고 닳도록 쉽지 않은지...</p><p>그래도 빠짐없이 늦장부리니 뒷통수로 달려드는 눈총과 잔소리에도</p><p>꼼지락꼼지락 이것저것 주섬주섬 헐레벌떡 잊지 않았는지 습관이라니</p><p>하나라도 빼 먹으면 몸이 반응을 하게 마련이던가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p><p>두들기고 문지르고 그러는 꼬락서니가 싫었던지 혼자서 먹게 되고 만다</p><p>식어가는 음식들이야 어디 네 탓이겠는가 다 내 탓이면서도 괜시리</p><p>자신을 탓하지 않고 넌지시 서운한 감정 앞세우지 말자하면서도 눈치다</p><p>그래도 어쩌랴 꾸역꾸역 넘어가기 싫다는 밥 한 숫가락 물 한 모금 하다가</p><p>그 조차도 귀찮았던가 덥석 물에 말은 밥을 서너숫가락 더 떠 넣고 남은 물로</p><p>입가심을 마치고 나니  그나마 기운이랍시고 먼 곳에서부터 기운이 차 오른다</p><p>할 일 없는 백수가 과로사라더니 할 일 없는 백수 중늙은이가 글 한 꼭지</p><p>끄적거릴 시간도 없었던지  몇 일 만인가 이조차도 토닥거리지 않으면</p><p>또 서툴어지는 모양이다 늘 많이 부족하지만 오늘은 뭔가 더 덜떨어진 듯</p><p>더 부족하고 앞뒤가 매끄럽지 못하다</p><p>이도 또한 봄 탓이랴 나이 탓이랴 </p><p>밑전이 훤하면서 또 탓이라니...ㅉㅉㅉ</p>
<!-- -->
첫댓글 아침에 밥맛이 없을 때엔 물 말아 후루룩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울엄니도 그러시더니 이제 와 생각하니 아, 그때가 입맛 없으셨구나! 이제사요.
눈치(?)라도 볼 사람이 옆에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 거 잘 아시지요?
끄적거림이 멋지고 부럽습니다.
저도 올해 백수계에 입문했습니다.
차 한 잔 할 시간도 없이 어찌나 걸리는 것이 많은지 정신 못 차리다 이제야 한 숨 돌립니다.
차 한 잔 하시며 여유로움을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