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이적규정의 그늘 아래서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평범한 희망사항도
범법자의 한낱 헛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단 말인가. 우리는 '이적규정'으로 인한 부당한
수배 억압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꿈을 키우며 공개 교생실습에 나섰던 김정희 학우(99년
경북대 사범대 학생회장, 7기 한총련 대의원) 폭력 연행 소식앞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설사 잡혀가는 한이 있더라도 아름다운 교단에 서겠다'던 김정희 학우는 지난 4월
29일부터 경북대 사대부속고등학교에서 5주간의 공개 교생실습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난다는 기쁨도 잠시, 지난 5월 11일 인근 공사장 인부로 위장해 대기하고 있던
대구 보안수사대 형사 20여명은 교생실습을 마치고 버스를 타려던 김정희 학우를 가스총을
쏘며 위협하고 폭력적으로 연행해갔다.
한총련은 마치 테러범 검거를 방불하며 가스총까지 들고나와 공개적으로 교생실습을
진행하던 한 여학생을 폭력 연행해간 보안수사대의 행태를 규탄하며, 김정희 학우의
조속한 석방과 보안수사대의 사과를 촉구한다. 만일 대구 보안수사대가 한총련 백만학도의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하고 김정희 학우 안정적 교생실습을 끝까지 방해해 나선다면
한총련은 4천만 국민들과 함께 하는 강력한 투쟁을 펼칠 것이다. 공안기관에게 경고한다.
지난해 손준혁 학우 아버님 장례 투쟁을 기억한다면 한총련의 이 같은 분노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대구 보안수사대가 더 잘 알 것이다.
한국 대학생 5월축전의 성대한 성사 자체가 6·15 공동선언 시대, 국가보안법과 한총련
이적규정이 이미 사문화 되었음을 실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학생 5월축전 평화적
개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국에서 수많은 대의원 연행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10기 한총련 의장과 대변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돼 이를 시작으로 10기
한총련 대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식 검거선풍이 몰아닥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10기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다는 그 어떤 법적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총련
대의원이면 무조건 수배자'라는 공식만을 적용해 관행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검경의
무차별 연행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제 껍데기만 남은 한총련 이적규정은 온 국민의 '한총련 합법화' 요구속에 힘겨운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다. 김정희 학우와 같은 시대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은 법적, 사회적 근거를 이미 상실한 한총련 이적규정을 철회하는데 있다. 한총련은
올해를 '한총련 합법화 원년의 해'로 선포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범국민적인 투쟁으로
기어이 합법화를 실현시키고야 말 것이다. 이것이 김정희 학우 연행 앞에서 밝히는 한총련
백만 학도의 당찬 의지이며, 구시대적 악법을 부여잡고 폭력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공안기관에 대한 경고임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