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배심원제도로 신뢰성 구축을
-시니어 그룹 활용 영향평가 반론의 기회를-
최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개최한 대한상의 제주 포럼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탄소 감축 시대, 정부의 환경정책 방향’이라는 주제의 정책강연을 하였다.
한 장관은 “기후변화 등의 환경 의제가 ▲탄소 무역장벽 ▲플라스틱·배터리 재생 원료 의무 사용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요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그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던 환경영향평가를 환경영향 정도에 따라 중점 또는 간이 평가하도록 개선한다. 이미 확보됐거나 누적된 평가정보 등을 사전에 제공하여 환경영향평가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고 경쟁력을 갉아먹는 킬러 규제로 과감히 혁신하는 방안의 한 분야로 환경영향평가의 제도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적 손상을 최소화하고 건전하고 지속이 가능한 개발을 위한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안된 행위를 검토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중요한 대원칙은 시행처(정부나 기업 등)는 제안된 행위의 환경적 영향뿐 아니라 환경적 영향을 회피하거나 완화하는 대안을 충분히 규명해야 한다.
반면 영향을 받는 국민(자연생태)은 제안된 프로젝트나 정책을 이해하고 미리 의사 결정자에게 그들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1969년 미국이 최초로 환경영향평가법(환경정책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환경법 시스템의 보편적 상징이 되어 왔다.
세계은행과 개발 은행들을 포함한 국제기관들이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제안한 프로젝트의 환경적 영향을 반드시 평가하는 절차를 의무화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영향평가나 정책, 법령, 계획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은 지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은 국가 산업이나 무역정책에 있어서 어떤 방식이든 환경적 검토나 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지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46년 전인 1977년 환경보전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되었고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시행된 것은 1981년 3월이다. 이후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2011년 법이 마련되어 환경영향평가사 자격시험을 2014년 처음 실행하면서 전문가를 배출해오고 있다.
2023년 7월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사는 525명이 배출되었으며 그중 환경부 출신(전‧현직)은 75명으로 14.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는 지금도 미운 오리 새끼로 간주하고 있으며 환경부 역량의 최대 키워드이지만 사회적으로 신뢰성에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되던 1980년대 초기에는 도로, 철도, 수자원, 아파트, 공항, 산업단지 건설 등에서 정부 부서들에조차 부서 고유의 권한이 침해당하고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어왔다.
당시 환경청도 전문인력이 부재하기도 했지만 타 부처들은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하여 정부 부처 간에도 비협조적인 분야로 각인되었고 나약한 환경청은 꼬리 내리기를 반복해 왔다.
그 결과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총 430건의 환경영향평가에서 고작 3%인 13건만이 일부 수용되었다.
1990년대 이후 관계기관의 장에게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으나 평가서 작성 때 평가서 초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이 구체화 된 이후 최종 평가서만이 공개되어 조정, 변경이 불가하고 지역주민의 입장도 고려되지 않았다. 환경처(부)는 평가내용에 대한 이행 촉구는 할 수 있었으나 이행을 담보할 실효성도 없었다.
결국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가 형식적인 평가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등 변질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제도는 40여 년 동안 절차 간소화, 주민 의견 수렴 의무화, 누적평가제도, 환경영향재평가, 협의기준초과부담금 제도를 비롯하여 사전평가, 전략평가, 소규모평가, 통합평가 등 지속해서 진화되어왔다.
지난 2006년 대표적인 환경영향평가 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한국환경연구원, KEI)이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236명 중 66%가 지역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주민참여 개선방식 개선이 85%를 차지한 바 있다.
이외에도 사업자가 평가대행자를 통한 작성으로 객관성, 신뢰성 확보가 어렵고 대안이 객관화와 계량화가 어려우며 이미 결정된 사업에 대한 합리화 도구로 악용되며, 개발부서와 지자체의 역할이 미흡하고, 평가 과정에 주민참여가 제한적이며, 백과사전식 나열로 중요한 핵심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우며,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은 깔끔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제주 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용역 결과에 대한 공개 촉구,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오염 우려에 대한 시정사항에 대한 ’협의내용의 이행‘에 대해서 평가받은 765곳 중 209곳이 환경부의 이행 통보를 따르지 않았고, 시멘트 산업의 경우 통합환경영향평가에 포함되지 않아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어버렸다(최근 통합환경 정부 발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거짓과 부실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면서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선은 환경문제에서만큼은 정치화를 자제해야 하며 지역주민 등 이해 당사자의 약자나 사업주최자라 해도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이들에게도 반론을 제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환경영향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한 75명의 환경인 평가사들을 비롯한 건강한 양식을 지닌 평가사들을 활용하여 상대평가나 제출된 보고서에 대한 검토와 의견을 개진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자격증 취득 후 현재는 민간기업에 종사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도 배출된 평가사를 시니어 그룹을 중심으로 채용하여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자문 변호사와 같은).
기후 위기, 탄소중립의 시대 전환기를 맞는 환경부도 조각조각 수선만 하지 말고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각으로 향후 시대를 염려하는 마음과 국제적 관점에서 환경영향평가의 새로운 청사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