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면 울어도 돼!”
낙천적인 세상 속에서 책망받고 있는 감정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기억할 것이다. 11살짜리 라일라라는 주인공 여자아이의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실제 사춘기 딸을 둔 피트 닥터 감독이 딸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닥터는 주역으로 몇 가지 감정을 놓고 고심한 끝에 소심이를 기쁨이와 함께 영화의 중심 캐릭터로 정했다. 소심이가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슬픔이도 고려했지만 매력이 없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영화 작업이 3년째에 접어들었을 때 이미 대본도 완성됐고 애니메이션도 어느 정도 제작되어 사전 제작분 시사회 일정까지 잡힌 마당에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이야기 전개상 기쁨이가 아주 큰 교훈을 배워야 했지만 소심이는 기쁨이에게 가르쳐줄 게 없었다. 그렇게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던 감독은 오히려 슬픔 속에서 간절한 사랑을 깨달으면서 주역을 소심이에서 슬픔이로 전격 변경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대성공을 거둬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픽사에서 역대 최고 수익을 낸 오리지널 창작 영화의 기록까지 세우게 된다.
우리는 기쁨, 슬픔, 소심, 까칠, 버럭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산다. 더불어 이러한 감정들로 타인을 공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암암리에 우리는 기쁨이만을 강조하기도 한다. 실제 영화에서도 기쁨이는 슬픔이를 싫어한다. 주인공 라일라가 기쁘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우리의 감정은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사회적 잣대에 자신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속상해도 괜찮은 척, 싫어도 좋은 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 《비터스위트》는 슬픔을 표현하라고, 슬픔이 사라진 척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세상은 기쁨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실제로 기쁜 일보다 오히려 슬픈 일이 더 많다고 말하고 있다. 그 슬픔을 진정으로 토해낼 때 뒤집혀 있던 진짜 기쁨이, 사랑이 발견될 것이다.
“달콤씁쓸함에 대한 놀라운 발견”
창의성을 분발시키는 부정적인 감정들
흥미진진한 연구 사례가 있다. 캐롤 얀 보로웨키라는 경제학자는 언어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모차르트, 리스트, 베토벤이 일생 동안 쓴 서신 1,400통을 연구했다. 그는 3명의 편지가 행복 같은 긍정적 감정이나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을 언급한 경우를 추적해 이 감정들을 언급한 시기에 작곡한 음악의 분량과 특성에 대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3명의 예술가의 부정적 감정이 그들 자신의 창의적 결과물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조 음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음악으로 표현되는 부정적 감정 중 슬픔만이 우리의 기분을 북돋워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외의 여러 연구에서도 슬픈 기분이 대체로 주의력을 더 예리하게 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슬픈 기분은 집중력과 꼼꼼함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인지 편향을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을 살펴보자. 친구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괜찮아, 참아”라고 달랜다. 슬프다고 울음을 터트리면 “그런 일로 왜 울어? 별일 아니니까 울지마”라고 다그친다. 두렵거나 무섭다고 하면 “견뎌야 해, 극복해야 해”라고 한다. 이런 행동은 결국 건강한 삶, 창의적인 삶을 사는 데 악이 된다.
모든 것이 잘 되어야 하고, 모든 것이 다 좋아야 하고, 모든 것이 다 괜찮아야 하는 긍정병에 걸린 사회에서 과연 슬픔이라는 키워드는 책망받고 버림받아야 하는 감정일까? 너무도 등한시되고, 외면당하고, 심지어 왜곡당했던 슬픔, 고통, 상실, 이별, 불안 등의 감정에 대한 평가가 이 책을 통해 재정립된다.
수전 케인이 《콰이어트》로 인해 내향인들에게 새로운 힘을 발견해줬듯이, 이번 《비터스위트》라는 책도 남들보다 멜랑꼴리하고 달콤씁쓸한 감정이나 슬픈 감정 상태에 더욱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주목하자. 이 책은 바로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당신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창의성을 발견하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기쁨으로 바꿔줄 솔루션을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