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건축 이미지를 재창조한 프랑스대사관저
<최상대의 건축공간산책-4>
전통 건축은 살아있다.
전통건축에는 우리의 고유한 삶과 양식, 한국인의 정서와 역사가 스며있으며 근 현대건축에서도 전통건축의 정서를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랜 시간을 걸쳐서 지속되고 있다. 현대 생활공간으로서 불편하다고 여겨왔던 한옥의 가치 또한 새롭게 인식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전통건축은 일반 건축에 비하여 높은 공사비와 유지관리의 불편으로 실용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관념에 머물러서 현대생활에 밀착되지 못했다. 최근 전통건축에의 높아진 관심은 문화수준 경제수준 세계화 국가 위상과도 상관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보존保存 재생再生 영속永續 -
한국 전통적 배치방식 전통적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재래식 집을 한옥(韓屋)이라 일컫으며 콘크리트 등 지금의 건축재료 지금의 생활방식에 맞게 변용한 집은 절충식 한옥으로 이 시대의 전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친환경적 재료인 나무 흙으로 지어진 우리의 전통건축은 오랜 시간과 역사를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영속적이지 못한 속성을 안고 있다. 그나마 현존하고 있는 사찰 궁궐 서원 등의 전통건축들은 화재로 인한 소실, 퇴락으로 다시 중건 복원의 과정을 거쳤고 남대문 낙산사처럼 언제 어떻게 소실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풍전등화의 운명이다. 피라미드 파르테논 중세시대 성당처럼의 서양 석조건축 수천 년 역사에는 비교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일제 강점기 한국동란 근대화의 시기 등 흐름의 단절로 인하여 전통의 계승과 영속적인 발전이 순조롭게 이어지지 못한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전통한옥 재생에 대한 변화는 70년대 말, 서울 삼청동 가회동 원서동의 북촌마을에서였다. 건축가들이 제안하고 공청회 토론 등 오랜 시간의 과정에서 절충식 전통건축 동네가 비로소 현대 도시 속에 살아 숨 쉬게 된 것이다. 우리 것을 사랑하는 문화인들이 입주하고 치과의원 디자인사무소 레스토랑 주민자치센터까지 개량한옥으로 설계 개조하며 입주하였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에 당선되며 한복 차림으로 첫 TV 화면에 등장한 곳도 북촌의 한옥자택이었다.
우리지역을 상징하는 전통 문화 거리를 꼽는다면 단연 약전골목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특별보호지구로 특성화되지 못했고 전통화 거리 분위기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더구나 인근 대형 백화점 신축으로 인하여 골목 주변은 자본주의 상업주의 확산으로 잠식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므로 대구시는 약령시 전통거리 보존 발전을 위한 활성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전통은 복제가 아니다.-
우리사회 문화위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대형 공공시설에서의 전통건축 적용의 방법론이다. 내재적이고 정신적 공간의 표현 없이 외형적 형태적인 전통복제 방법으로는 바람직한 문화를 창출해 내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수없이 경험해 왔다.
6,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근대화 시대의 문화적 피폐를 이야기할 때, 전국에 세운 콘크리트 전통 복제 건축을 비난하였다. 67년, 국가의 상징인 국립박물관(현, 국립민속박물관) 현상설계의 결과물은 전국 전통 유명사찰 건축을 복제 집합시켜 놓은 전통 강박 관념증의 건축이었다. 왜색시비에 말린 부여박물관(김수근 설계)의 문화적 사건 이후 건축가들은 극히 신중하게 한국적 건축 방법론 구현에 노력해 왔다.
독립기념관 청와대 한국학연구원 국학진흥원 등의 국수주의적 공공건축물에는 불가피하게 규모의 적정성에 관계없이 전통 기와집 건축들이 탄생하고 있다. 박물관 문화회관 시설에서는 예외 없이 전통 한국적 요소와 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후당 김인호 설계)건축에도 공연장은 승무의 박사 고깔 이미지와 전시장은 농악의 상무? 이미지를 형상화 한 건축이다.
직설적 형태가 아닌 은유적 공간적 이미지로 표현한 주한 프랑스 대사관(김중업 설계), 공간사옥(김수근 설계)등은 한국건축 문화의 대표적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는 작품들이다. 경주 엑스포공원 천년의 빛 경주타워에서는 사라진 황룡사 9층탑의 이미지를 볼 수 있고 대전 이응로미술관에서는 보이지 않는 한옥 지붕의 서가래를 느낄 수가 있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 한국건축이라 생각된다.
지난 2월말, 안동지역에 건립될 ‘경상북도 도청사 건립 설계안’이 확정되었다. 128,700m² (40,000여 평) 면적에 최고 7층 높이 건물, 길이 120여 미터 규모의 건물 등의 전체 시설이 콘크리트 한옥 기와집으로 지어진다고 한다. 대규모의 한옥 기와 건물들이 집단을 이루는 도청사 건축이 향후 어떠한 모습으로 탄생되고 평가되어질지가 궁금해진다. ‘선비의 고장,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지역성이 또 한 번 형태적 전통복제문화를 만들어 내지는 않을지 염려되는 것이다.
‘전통은 과거의 복제가 아니라 바로 이 시대 문화의 반영이다.’라는 말의 의미도 되새겨 보자.
(최상대 / 전 대구건축가협회 회장, 대구예총 부회장, 한터겐건축 대표)
첫댓글 항상 즐겁게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