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지그리오름을 찾아 교래자연휴양림을 걷다(2013.8.31)

[훈장]

모처럼만의 토요일 휴무

한여름 위세를 떨치던 무더위가 가시고 한결 시원해진 요즘 날씨, 그야말로 걷기에 좋은 계절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평소 꼭 한번 가보고 싶던 제주 곶자왈의 대명사랄 수 있는 교래자연휴양림을 찾아나선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한 탓에 차를 가지고 오전 9시 40분쯤 집을 출발한다.

30분도 안걸려 이런 걷기 좋은 곳을 만날 수 있다는 거, 제주 생활의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제주는 대문만 나서면 온통 걷기에 좋은 길이 널려 있다. 교래자연휴양림과 제주돌문화공원은 서로 인접해 대규모 휴양단지를 이루고 있으며 최근엔 캠핑장도 새로 개장했다.

교래자연휴양림엔 큰지그리오름과 늪서리오름이 있는데 오늘은 주봉이랄 수 있는 큰지그리오름까지 갔다가 생태관찰로를 걸을 계획을 세우다.

곶자왈이란 화산지형인 제주의 독특한 숲으로 표토층이 깊지 않아 식물생육이 어려운 척박한 환경 속에서 바위와 나무 혹은 덤불이 서로 얽히고 섥힌 원시림을 말한다. 교래자연휴양림은 이런 곳자왈 지대에 최초로 조성된 자연휴양림으로 그 면적은 제주돌문화공원을 제하고도 약 70만평.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큰지그리오름까지 올라갔다 오는 오름산책로는 왕복 8km, 약 2시간 30분 소요된다 한다. 아마도 내 발걸음으론 두 시간 정도 예상. 그 곳에 갔다 약 3km 길이의 생태관찰로를 한 바퀴 돌 계획으로 오전 10시 20분 걷기 시작.

오름산책로 입구, 뱀조심 하라는 경고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하기사 곶자왈 지대는 어느 곳 할 것 없이 뱀이 많으니.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씨에 이렇게 그늘진 숲길을 걸으니 더운 줄 모르고 발걸음은 절로 가볍다.

바위와 나무뿌리가 얽히고 섥힌 곶자왈 숲

1970년대까지 숯을 구워 만들었다는 숯가마 터

바위에 엉켜붙어 생장하는 나무의 생명력, 정말 신비롭다.

40분 정도 걸어 2.7km 지점을 통과. 이 속도로라면 정상까지는 예정대로 한 시간 소요될 듯. 시원한 바람불고 쾌적한 날씨가 걷기엔 최고의 조건.

진한 숲 향기로 코가 뻥 뚫리는 것 같고 가슴까지 시원하다. 아마 제주에서조차 이만한 산림욕 즐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11시 8분 걷기 시작한지 48분 경과, 드디어 삼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오름 바로 아래까지 도착

큰지그리오름으로 오르는 길

경사가 조금 더 심해지는 걸 보면 이제 정상이 코앞인 듯

오름 정상 바로 옆에 누군가의 무덤이 있다. 이 곳까지 어떻게 운구를 해서 묘를 조성했을까나

11시 24분, 걷기 시작한 지 1시간 4분만에 정상 도착. 이 곳까지 거리는 4km

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1

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2, 주변에 많은 오름들의 모습이 참 정겹고 예쁘다

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3, 저 멀리 뒤로 뭉게구름이 덮여 있는 커다란 산이 한라산

하늘엔 초가을 마른 바람이 긋고 지나며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떠간다.

정상에서 물을 마시고 잠시 쉬다 11시 30분부터 하산. 이번엔 올라올 때와는 달리 초지길을 택한다.

너른 초지로 내려오니 비로서 큰지그리오름의 전경이 보이더라는. 이 길에서 그야말로 여유와 호젓함을 만끽하다.

하늘색길이 올라갈 때의 루트이고 원두막 표시가 있는 노란색 길이 정상을 돌아 초지를 통해 내려온 길. 이제 길은 다시 하나로 만난다.

앗! 그런데 지금 마악 내려온 초지길은 최근에 발병해 뉴스에도 몇번 나온 치명적인 야생진드기 때문에 통행을 금지한 곳이더라는. 설마 별일 없겠지 하지만 마음은 영 개운치 않다.ㅎㅎ

숲 곳곳엔 이렇게 야외 수업장이 조성되어 있다. 아마도 곶자왈에 대한 설명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사람들의 움집 터. 그 모습 보자니 이 곳에도 참 많은 사연 있었을 거란 생각과 더불어 이들은 이제 어데로 간 것일까 하는 궁금증.

12시 29분, 걸은 지 두 시간 9분만에 다시 원위치로 복귀. 이 곳까지 걸은 거리는 8km. 산길이라 제법 힘도 들고 점심식사도 해얄 시간. 이 곳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며 맘 편안하게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다시 걷기 전 화장실에 들르는데 돌이 많은 제주답게 화장실이 돌로 만들어져 있다. 참으로 특색있는 모습.

야외 공연장의 모습, 돌로 만든 방사탑이 마치 호위병사처럼 공연장을 둘러서 있다.

약 1시간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오후 1시 10분 생태관찰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다. 역시나 뱀조심.^^

생태관찰로 초입

전형적인 곶자왈의 모습1. 바위와 나무뿌리가 마치 한 덩어리처럼 얼키고 섥혀 있다. 경이로운 나무의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노루굴. 노루가 이 곳에서 잠을 자고 휴식을 취했을 거라 생각하니 참 신기하다. 지금의 사람들 집도 그 시초는 이런 shelter(은신처)였다는.

곶자왈의 모습2. 저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생육하는 나무를 보자니 안쓰럽단 생각이 다 들더라는.

이 쪽동백나무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바위를 감싸안은 상태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봄이면 그윽한 향기의 하얗고 노란 쪽동백꽃을 피우겠지.

약 1시간 생태관찰로를 돌고나니 오후 2시 10분, 오전 10시 20분경부터 걸었으니 4시간 소요. 다리도 아파오기 시작하지만 이 곳까지 왔으니 내친 김에 돌문화공원까지 둘러보기로 한다. (제주돌문화공원 후기는 다음에)

그 길에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대고 그 모습 보며 약간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건 아마도 오늘 날씨가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인 탓일까?

암튼 가을은 여름내내 무더위로 무뎌진 우리들의 감성을 깨워 제 정신 들게 하고 귀가 예민해지는 계절이다.

무심히 흘려보내던 길거리의 라디오 소리에도 귀가 쫑긋해질 뿐 아니라 마치 가을의 속삭임 마저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이런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고 만끽하고 싶다. 그러기엔 아마도 걷기가 제격이 아닐런지.

Richard Clayderman  / A Comme Amour (가을의 속삭임)

[뉴욕sunny]

훈장님 특유의 배경 음악... 사진 잘 봤어요 핸폰으로 봐서 작으니 집에가면 크게 다시 보겠습니다.

[훈장]

뉴욕도 이제 가을인가요? 아마도 그 곳은 계절이 더 빠르겠지요. 모쪼록 늘 건강하고 큰 결실 맺는 올 가을 되시길.

[꽃기차]

아마도 걷기가 제격인 계절이 아닐련지...

어저 저도 철원 노동당사앞의 소이산 둘레길을 다녀왔습니다
2시간 정도면 하늘과 철원평야와 지뢰밭길 그리고 나느막히 자리한 풀섶들과 이야기 하며
한바퀴 돌아 나올 수 있는 길 이랍니다
옥수수를 나눠먹고 보이차로 땀을 두배로 배가하며
정말 걷기에 좋은 9월의 첫날였답니다

[훈장]

철원은 군생활 하던 곳이라 제겐 많은 추억이 있지요. 가을철 너른 철원평야를 바라보며 '참새와 허수아비' 노래도 불렀고요.ㅎㅎ

[즐겁게]

뭉게 이 떠 간다
훈장님 마음 아니었을지
가슴이 뭉클

[훈장]

뭉게구름 바라보면 참 많은 얼굴들이 떠오르지요. 그 구름 타고 잠시 고향에도 다녀왔네요.^^

[난초♬]

멋진곳에서 좋은 공기마시며 더 건강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