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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 면
- 조성례
아주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겨울을 감지한다
나무는 제 몸의 이파리들을 떨궈 발등을 덮는다
비로소, 침묵에 드는 겨울의 뿌리들이여!
발등을 덮은 작은 나무는
물관을 통해 수분을 간직하고
겨울은 기린의 목을 닮아 휘청휘청 내게로 온다
점점 두꺼워지는 껍질처럼
나이테들이 한 겹씩 남루를 껴안는다
남루 속에서 반짝이는 섬광들이
당신의 창문 밖을 기웃거리고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어린줄기가
추운 공중을 향해 여린 팔을 휘두를 때
줄기마다 내년을 약속하는 꽃눈, 꽃눈, 꽃눈,
그리고 온기를 보내는 당신의 작은 나무
시린 발을 땅속 깊이 묻고
나는 긴 잠을 자기로 한다
캄캄해서 환한 눈을 감고 당신을 기다린다
▲ 시린 발을 땅속 깊이 묻고 환한 새봄을 기다리는 나무
우리는 학생시절 교과서에서 0.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읽었다. '마지막 잎새'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가 폐렴에 걸려 희망도 없이 창문 너머에 있는 나뭇잎이 떨어지면 자기도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집에 사는 노화가가 섬세하게 나뭇잎을 벽에 그려서 비바람에도 견뎌내는 진짜 나뭇잎처럼 보이게 한다. 이에 존시는 삶에 희망을 품는다. 그 단편을 읽으며 삶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나뭇잎을 그린 노화가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했다.
그런데 인문탐험가 이동식 선생은 가을에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를 두고 서양식의 직선적 우주관 대신에 동양의 순환적 우주관을 생각하자고 말한다. 나무에서 잎새가 떨어지는 것은 “버려야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한여름 무성했으면 이제 다른 탄생을 위해 그 옷을 벗어버리고 스스로가 거름으로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마지막 잎새는 전혀 슬픈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기쁨의 준비다.”라고 말하고 있다.
조성례 시인도 자신의 시 <동면>에서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어린줄기가 / 추운 공중을 향해 여린 팔을 휘두를 때 / 줄기마다 내년을 약속하는 꽃눈, 꽃눈, 꽃눈”이 달림을 노래한다. 그러면서 “당신의 작은 나무 / 시린 발을 땅속 깊이 묻고 / 나는 긴 잠을 자기”로 했단다. 캄캄해서 환한 눈을 감고 당신을 기다린다는 것이라나? 여기서 당신은 환한 새봄이거나 아니면 당신이거나.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