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승희
승희에게 학교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밤새 놀고 좀 늦게 등교하더라도 꾸지람 몇마디 들으면 그만이다. 교실 제일 뒷구석 창쪽 책상은 늘 승희 책상이다. 잠을 자기 제일 좋은 장소다. 선생들도 포기한지 오래다. 코를 골며 잠들지 않는 이상 건들지 않는다. 성적표 나올때가 제일 괴롭다. 늘 뒤에서 두 번째다. 이 정도 성적을 가진 고딩을 받아줄 대학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대학은 꼭 가고 싶다. 어느 대학이든지 상관은 없다. 승희에게 학력고사는 참 뭐 같은 시험이다. 학력고사 한가지만 입학조건으로 놓고 본다면 일년 정도 죽은듯이 공부해서 대학을 갈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 놈의 내신등급이 문제다. 내신 등급이 미래를 가로 막는다. 내신등급을 백지화 시킬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것이 이상적일 듯 했다. 점수가 좋다면 내신 따위는 점수에 맞춰 책정된다고 하지 않는가? 빨리 자퇴를 하고 독서실에 파뭍혀 내 젊음을 불 사르고 싶었다. 술 친구인 봉달이와 상의도 했다. 봉달이는 우등생이다. 술도 잘 마신다. 노는 시간은 나와 비슷한데 우등생이다. 희한한 녀석이다.
승희는 자퇴를 했다.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승희는 공부를 포기했다. 독서실에서도 잠만 잤다. 친구들은 더 많아지고 술과 담배는 더 늘었다. 독립은 해야 했지만 취직은 할 수 없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옆집 아저씨를 따라서 공사판에 가는 것이었다.
공사판의 일은 고달팠다. 아침밥 먹으면 새참이 나오길 기다린다. 새참이 나오면 점심밥을 기다린다. 점심을 먹은후가 제일 괴롭다. 널빤지를 깔고 아무데서나 쪽잠을 잔다. 자고 난후의 온몸의 욱신거림이란...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며 일을 계속해 나간다. 같은 일의 반복. 삽질,등짐,계단 오르 내리기 등등. 술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으로 일과를 마친다.
종종 이삿짐센터일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명도 대상 아파트의 살림살이를 들어내는 일을 했다. 드라마에서 봤던 그 장면들이 연출된다. 드라마속의 주인공 처럼 열심히 들어냈다. 낙찰자라고 하는 여편네는 튀어나온 배만큼이나 돈이 있게 생겼다. 열심히 일하는 승희의 땀냄새와 건장함에 반했는지 연신 추파를 던져댄다. 일을 마치고 따로 만났다. 술한잔 했다. 몇 번을 더 만났다. 호칭이 ‘총각’에서 ‘자기’로 변해있었다. 경매일을 같이 하자고 한다. 노가다 보다 편하고 돈벌이가 괜찮아 보였다. 노가다 꾼에서 경매꾼으로 변신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와 빌라를 주로 샀다. 사놓기만 하면 돈을 벌었다. 부동산 가격이 자고 나면 치솟았다. 수익형 빌딩을 몇채 장만할 수 있었다. 허름한 건물과 토지를 함께 매입해서 건물을 헐어내고 새로운 빌딩을 지어놓으면 임대도 잘되고 임대수익으로 먹고 살 걱정은 없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고 할수 있다.
오층짜리 허름한 건물 하나를 낙찰받았다. 건물을 부수고 신축한다면 돈이 될것 같았다. 인부들을 불렀다. 간만에 일찍 일어났다. 새벽부터 현장에 나가서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일이 제대로 돌아갈것이다. 서둘러 밥을 먹었다. 서두름이 화근이라고 아침밥이 체한 모양이다. 불편한 속이나 달래볼 요량으로 계단을 오르내렸다.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다. 노련한 망치질은 소리가 얌전한 법이다. 어떤 놈인지 궁금했다. 올라간 김에 정리할 것이 있으면 정리하는 것도 일석이조 일 듯 했다.
망치 집어던지는 소리가 들린다. 계단을 밟아 내려오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어깨에 손가락이 톡톡하고 떨어진다.
어떤 놈인가? 마봉달이다. 승희 술친구. 고등학교 동창. 이놈이 왜 여기있나?
꼬질꼬질하고 학생때 얼굴이 남아있기는 한데 많이 변한듯 했다. 반가웠다. 봉달이를 보면 술이 땡긴다. 술한잔 하자고 했더니 대리기사일을 나가야한다고 한다. 순간 뜨거운 것이 속에서부터 올라오는듯 했다. 새옹지마라더니... 술친구 봉달이의 삶이 이렇게 변해버렸나...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자업자득이지만 봉달의 삶이 안타까웠다. 어떤 길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 앞서가고 더 나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봉달이의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봉달이가 이 일을 잘해낼지도 의심스러웠다. 봉달이는 소심하고 겁이 많다는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본인의 몫으로 남기고 열심히 경매꾼의 장점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봉달이는 설득되었다. 술기운에 그런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경매꾼이 될 수 있도록 가르쳐 달라고 한다. 그러나 승희는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더 값진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터득해야만 하는 봉달이의 앞날을 위하여 건배!
첫댓글 저 일백억은 승희와 봉달의 인생을 절반씩 다 경험해 보았습니다.
모범생 봉달로 산 적도 있었고 ...노가다꾼 승희로 산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경매꾼 승희로 살고 있으며 ...때로는 봉달처럼 경매 카페에 글도 쓰고 있습니다.
망치 집어 던지는 봉달의 현재 상황이 2001년 당시의 제 모습인 거 같아 안쓰럽기만 합니다. ----- ㅠ. ㅠ.
저 일백억도 ... "봉달의 앞날을 위하여 건배 ~ ! " ----- ㅋ ~ ^^
ㅋㅋㅋㅋㅋ반갑습니다 일백억님
잘 보았습니다.
마봉달은 계속되는 건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다음 글이 계속 연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
가슴이 뜨겁습니다
감사 합니다.
1화부터 5화까지 단숨에 보았습니다. 6화 정말 기대되네요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