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구상에서는 두개의 전쟁이 현재 진행중입니다. 하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전쟁이고 또 하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입니다. 러우 전쟁은 2년 1개월이 지났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전쟁은 5개월이 흘렀습니다. 현재 계속되는 양대 전쟁은 이래저래 닮은 점이 많은 것같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두나라 사이의 전쟁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특정국가 대 다국적간 전쟁 관계가 형성됩니다. 러우전쟁은 러시아와 유럽연합을 주축으로 한 나토의 대결입니다. 28개국 대 러시아의 대결이라는 것입니다. 이팔전쟁도 이스라엘과 중동지역 국가들의 연합 전쟁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스라엘의 뒤에는 미국과 영국 등이 포진하고 있지만 말이죠.
러우 전쟁과 이팔 전쟁의 발발 원인과 전개과정은 차치하고 두 전쟁이 당초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러우 전쟁은 정말 지리한 전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젠 국제사회의 관심도 끌지 못합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미국의 예산은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 공화당의 갈등으로 그냥 머물러 있습니다.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서방 국가들에게 긴급 원조를 다급히 요청하고 있지만 사정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나토 각국들 각각이 지금 자국내의 문제로 우크라지원을 그다지 심도있게 다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편한 심정으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심리전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심리전에서 일단 우크라는 지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당초 자국의 힘으로 전쟁을 수행한 것이 아닌 군수물품을 거의 다 나토에서 지원받는 것을 전제로 전쟁을 한 것이 패착입니다. 영원히 나토가 우크라를 지원할 줄 알았다면 젤렌스키는 대통령으로 자격이 없습니다. 자국의 전쟁도 아닌데 어느 나라가 자국의 일처럼 여기면서 지원을 할까요. 그런면에서는 젤렌스키는 오로지 승리만을 부르짖는 세상물정 모르는 정치 리더처럼 보입니다. 당초 능력이 안되면 외교적인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했습니다.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지금도 휴전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나토국들은 이제 휴전을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얼마전 교황이 간곡하게 휴전을 하라고 말한 것을 두고 우크라나 주변 국가들이 흥분하고 난리를 쳤지만 교황의 훈수를 제대로 읽지 못한 이유입니다. 그냥 항복하라는 것이 아니고 휴전으로 백성들의 목숨도 최소화하고 붕괴된 나라도 재건하면서 다음의 기회를 보라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젤렌스키는 흥분상태에서 교황의 훈수를 밟아버렸습니다. 그러나 젤렌스키가 휴전을 극도로 꺼려하는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휴전을 하게 될 경우 우크라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질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것이죠. 당초 승산도 없는 전쟁을 왜 했냐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젤렌스키는 다음 대선에서 재선이 불확실합니다. 인기가 급강하하고 있습니다. 전쟁속 군부의 부정부패와 함께 총사령관을 긴급 경질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불만이 높습니다. 젤렌스키가 자신보다 지지도가 높은 총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다음 대선에서 재선을 노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이래저래 젤렌스키는 진퇴양난 나아가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팔 전쟁도 비슷한 양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그렇게 강력한 공습을 했지만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총리인 네타냐후는 극우정치인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 네타냐후가 인도주의적 위기와 인질 문제로 국내외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지부진한 인질 협상으로 국내적으로도 거센 비판에 처해있는 네타냐후인데 이제 강력한 우방이라는 미국에서 조차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가 국익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한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특히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희생을 너무 많이 용인했고 이때문에 전 세계의 이스라엘 지지를 역대 최저치로 떨어뜨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슈머 대표는 이렇게 중대한 시기에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 미래에 대한 건강하고 열린 의사결정을 허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네타냐후 정권이 교체되야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도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네타냐후와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해만 끼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고 비공개자리에서는 네타냐후에 대한 불만을 거칠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가 인질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꺼리는 데는 이스라엘 국내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에서 지지도가 저조합니다. 아니 국민들 상당수는 네타냐후가 퇴진할 것을 주장하면서 전쟁 직전까지 격렬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습니다. 네타냐후는 사실 그때 굉장한 정치적 난관에 처해 있었는데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공격으로 기사회생했던 것입니다. 이제 협상을 하고 휴전에 들어가면 이스라엘 국민들은 다시 네타냐후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설텐데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휴전 카드를 받아드릴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위에서 미국 민주당 상원 대표가 언급했듯이 국익보다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것입니다. 네타냐후는 결국 마이웨이를 택했습니다. 미국의 훈수를 일축하고 피란민 140만 명이 밀집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미국의 지적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조언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나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그냥 자기가 판단한 대로 사태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논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보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자국민들의 안전과 더이상 희생을 줄이는 것이 나라를 책임지는 정치리더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의 정치리더는 그것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전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사심이 작용하면 그 순간부터 전쟁은 꼬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안위와 자신의 재선 연임만을 생각하고 전쟁에 임하는 인물치고 성공한 경우가 세계전쟁사에서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들만 생각하고 국민들의 희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해도 승리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두 나라 정치 리더의 행보가 너무도 안타깝고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4년 3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