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만물상
[만물상] ‘아파트 혼맥’도 나오나
조선일보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5.15. 00:08업데이트 2024.05.15. 04:08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4/05/15/RHHH7KKGDRGSZBAODEJ4AT7U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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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서울 서초구의 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미혼 자녀들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모임이 결성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입비 10만원에, 연회비 30만원이다. 가입 대상은 아파트 입주민 및 입주민의 결혼 적령기 자녀다. 이 아파트는 최근 전용 85㎡(25평) 크기가 42억5000만원에 거래돼 평당 매매가가 1억6500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대단지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부터다. 1990년까지도 10가구 중 6가구 이상이 단독주택에 살았다. 30년 만에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이 됐다. 고소득층은 77%가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주거가 확산되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공동체 붕괴 우려도 많았다. 그런데 집값이 치솟고 집값 격차가 벌어지니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끼리 아파트 가격 지키기를 위한 이익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들 자산은 78%가 부동산인데 대부분이 아파트 한 채 소유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인근에 임대용 청년주택이 건설된다고 하면 구청에 민원이 쇄도하고 시위가 벌어진다. 청년주택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한 단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하는 ‘소셜 믹스’가 도입됐는데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어떤 아파트 단지는 임대주택 건물만 외관과 색깔을 달리해서 지었다. 건물 한 동짜리 주상복합건물에 임대 가구는 저층부, 일반 분양 가구는 고층부로 분리 배치해서 입구와 엘리베이터를 달리하고 비상계단까지 막은 곳도 있었다.
▶과거에는 혈통이 신분을 갈랐는데 현대는 문화와 취향이 신분을 나눈다고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신분 사회’가 될 모양이다. 엇비슷한 모양으로 대량 생산된 아파트에 살다 보니 아파트 이름, 동수만 넣으면 그 사람 자산 상태가 파악된다. 발 빠른 상술이 이를 부추긴다. 한 카드사는 비싼 새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입주민 전용 신용카드를 내놨다. 특정 아파트 거주가 마치 특별한 신분이라도 되는 듯 그 신용카드로 인근 백화점에 가면 차별화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제는 ‘재벌가 혼맥’에 이어 ‘아파트 혼맥’도 나오려나 보다. ‘아파트 단지 내부 중매’ 기사에 독자들이 ‘자가와 전세는 리그를 나눠서?’ ‘ㅎㅎ 100평에는 30평짜리 3명 붙여주라’ ‘평형별로 나눠서 사돈 해라’ ‘그곳 살다 다른 동네 이사 가면 이혼하나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왠지 씁쓸하다.
강경희 기자 논설위원
opba
2024.05.15 02:12:53
사랑이란 말이 귀한줄 모르고 허구헌날 사랑해를 남발하더니 이혼을 함부로하는 세상도 부족해 삼혼 사혼 하고도 부끄런 기색없이 예능에 출연해서 능력인양 뻔뻔해 하던데 하다하다 이제는 아파트 평수로 혼맥을 만드는 풍속을 세태를 만들었구나.비싼 아파트 살면 인성 사랑 재력 등이 절로 겆춰지는가 보다.정치 교육 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부정과 내로남불이니 가붕개의 처신들을 어찌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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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산인
2024.05.15 01:37:56
옛날에도 혼인은 수준에 맞게 끼리끼리 하였다. 단 매파가 양쪽 형편에 맞게 가문이 필요한 집안과 부가 필요한 집안의 사정을 감안하여 적당히 조절해 다리를 놓았다. 아파트 평형에 맞추어 혼인의 수준을 정하는 풍습은 자유연애 시대에 또 다른 비극을 예비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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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5.15 05:39:32
재산 유무로 사람을 차별하는 못된 한국인이 많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인성은 뒷전이고 성공과 출세 위한 교육만 일삼는다. 나라 미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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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남
2024.05.15 07:10:29
애들 소원이 임대료 나오는 상가를 갖고 평생 수억의 연 소득이 보장되는 의사가 되는 것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짝을 이루어 아이 낳고 잘 사는 젊은 이들은 의식이 없고 헬조선 외치며 싱글로 사는 것을 매일 티비로 보여주는 싸구려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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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날아간다
2024.05.15 04:27:31
한마디로 웃기는 거지... ㅋㅋ 개뿔 살다살다 별 그지같은 뉴스를 다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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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st
2024.05.15 08:16:15
좋은 현상이다. 돈 좀 있는 사람들끼리 돈 보고 그렇게 결혼 하는 것도 좋은 것이지. 꼭 그런 문화 잘 만들어서 결혼하고 잘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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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닥
2024.05.15 07:32:03
인생은 다 공수래 공수거고 다 연극이니 남한테 피해 끼치지 말고 살다가 가면된다 욕하지도부러워 하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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