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다 보면 역전의 용사들을 많이 만난다. 아니 춤 좀 춘다하는 부인네들은 대개 역전의 용사들이다. 철갑방패로 무장하고 치열한 전투를 수십번 거친 맹장이요 용장이요 지장 들이다. 나이들어 아직까지도 춤판에서 버티는 할매들은 사실 지덕체를 모두 갖춘 걸출한 인물들이다. 이는 억지로 만들어 낸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각설하고 춤배우는 곳에 한 아저씨를 만났는데 우리아파트에 산단다. 부인과 함께 왈츠와 지루박을 배우러 다닌다. 오늘은 부인이 일이 있어 못나왔다길래 오는 갈에 전주콩나물집에 들러 모주를 한되 시켰다. 그 아저씨 하는 말이 이놈의 왈츠가 너무도 어렵다는거다. 그래서 다 그런거라고 한 3개월은 누구나 헤멘다고, 루틴만 외우지 말고 동작을 끊어 봐 보시라고 말을 건넸다.
부부간에 친구처럼 보이기도 해서 부럽다고 했더니 자기네는 그렇게 친구처럼 지낸단다. 이 분은 체육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분이다. 부인도 거기서 만났을테니 친구같은게 이해도 간다. 그렇게 체육에 도가 튼 사람도 자기분야가 아닌 댄스를 배우자니 그야말로 유치원생이 따로 없는거다. 댄스라는게 처음하는 사람에게 어색한 종목인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러면서 한얘기가 등산가서는 바람나도 춤추면서 바람나기는 쉽지 않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런말을 남에게서 들었단다. 하지만 여자가 처음 춤을 배울 때에는 하도 찝적거리는 남자들이 많으니 부인 혼자 보내지 말라고 얘기를 해 놓고는 이게 내얘기를 하고 있는 것같아 좀 거시기하긴 했다.
하여간 10년 20년간 춤을 추면서 아직까지도 건재한 우리 할매들은 역전의 용사다. 춤을 처음배우는 초짜들이 치근덕대도 다 받아주고 뒤에선 칼을 갈고 갑옷을 손질하는 모습은 가히 대장군다운 모습이다. 이러한 대장군을 꼬시려면 내가 참모총장은 되야하는데 겨우 밥풀때기 몇개 달고 상대하려니 버겁기 그지없다. 이젠 대장군 그만 은퇴하고 그냥 여자로 돌아가면 안되겠니 ???
첫댓글 청조님! 해박한 댄스세계 글을 올려주셔서 매일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만 하지말고 얼굴좀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