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은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아마도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그득하다.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대단한 수비를 펼치며 한 골 차로 패한 것은 일종의 ‘작은 이변’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등장이 모두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순간은 아마도 정대세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시점부터가 아니었을까. 베일에 가려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북한 축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무뚝뚝하고 기계적인 냄새를 풍기는 ‘천리마 축구단’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정대세의 눈물'은 타임지가 뽑은 남아공 월드컵 10대 순간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그러나 경기 직전 눈물을 펑펑 흘리며 등장한 정대세의 존재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너무도 쉽게 해제시켰다. 게다가 곧장 이어진 경기에서 그라운드 위를 헤집으며 브라질을 혼쭐나게 만든 정대세의 활약은 세계 축구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정대세는 확실히 스타덤에 올랐다. 미투데이를 통해 접수한 정대세 인터뷰 질문은 짧은 시간 동안 매우 많은 양이 폭주했다. 그 귀한 질문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정대세를 노크했다. 네이버 컬럼니스트이기도 한 정대세는 남아공에서의 바쁜 시간 틈에서 정성껏 답을 적어 보내왔다.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그의 생각과 고민을 알 수 있는 성실한 답변이라 더 없이 반가운 서면 인터뷰였다. 그 모든 내용, 아래에 소개한다.
1. 다른 북한 대표팀 선수들과는 달리 언론 노출도 잦은 편이고 헤어스타일도 남다릅니다. 팀 내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통제는 없나요? (rYUrl)
정 : 통제는 전혀 없습니다. 사실 재일교포 선수들에 대해서 대표팀 관계자들이 무척 신경을 써 주는 편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로 감사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솔직히 헤어 스타일 같은 경우에 조금 더 눈에 띄기 위해서 금발이나 은발로 해 볼까 생각해 본 적도 있습니다만, 기합이 들어간 팀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튀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다른 선수들과는 또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는 것에도 약간의 저항감은 있었네요. 결국 매번 한 소리씩 듣기는 했습니다. '그 머리 스타일 이상해…'라든지 하고 말이죠.
2. 2월 초에 블랙번 로버스 트라이얼(trial)에 참여했지만 아쉽게 입단이 무산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의 심정은 어땠나요?
정 : 당시 대표팀 전지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터키에 머물고 있었고, 시기적으로 몸 상태도 상당히 올라 와 있었습니다. 덕분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잉글랜드로 향했고요. 하지만 터키에서 일단 일본으로 돌아 와 2일 보내고 다시 잉글랜드로 넘어가 2일을 체류하는 사이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었고 컨디션도 완전히 다운됐습니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 오르고, 몸도 무거워져서 무언가 제대로 할 수 없었네요. 하지만 세계 무대라는 것, 높은 수준의 축구를 체감할 수 있었고 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무척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3. K-리그 수원팬으로서 안영학 선수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영학 선수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에 K-리그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또, 좋아하는 K-리그 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Hello)
정 : K-리그는 잘 모릅니다.
4. 한국은 요즘 걸그룹(Girl Group)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정대세 선수도 한국의 걸그룹 중에 알고 있거나 좋아하는 걸그룹이 있나요? 또 한국/일본 연예인 중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궁금합니다. (이세준)
정 : 절대로 원더걸스! 지나치게 귀엽습니다☆
5.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당시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Again 1966 카드섹션을 보고 든 생각이 있다면요? (재러리)
정 : 2002년 당시에 대학에서 울부짖으며 월드컵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솔직히 '1966 어게인'이라는 말은 그 당시에는 '탁'하고 느낌이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그 '1966 어게인'의 의미가 어떤 것이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에게 반드시 설욕하자!'는 마음도 강했고요. 하지만 결과는….
6. K-POP을 많이 듣는 편인가요? 듣는다면 어떤 가수를 좋아하고 또 요즘 어떤 노래를 들었는지 알고 싶어요. (앤써)
정 : 조금 유행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는데요,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나왔던 '보고싶다'라는 노래는 항상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곡은 역시나 원더걸스의 '텔 미'와 '노바디'입니다.
7. 한국 가수 '싸이'와 닮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안다면 공감하시나요? (Parkux)
정 : 분명히 그 분은 화를 내고 계실 것 같네요. (웃음)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8. 대표팀에서 정대세 선수를 제외한 동료들 가운데 분위기메이커는 누구인가요? (밋짱)
정 : 차정혁입니다. 그는 언제나 밝기 때문에 지쳐있을 때라든가, 우울할 때 무척 큰 힘이 됩니다.
9. '인민루니'라는 별명이 맘에 드나요?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스타일이 비슷한' 해외 공격수는 누구인가요?
정 : 사실 처음에는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만, 지금은 꽤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닮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언제나 비슷해 지고 싶은 공격수는 드로그바입니다.
10. '위닝일레븐'이나 'FIFA', '풋볼 매니저(FM)' 같은 축구 게임을 즐기나요? 즐긴다면 어떤 게임을 가장 좋아하나요? 또, 어떤 선수/팀을 선택해서 즐기나요?
정 : 닌텐도 DS의 '사커즈'라는 게임은 신작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매번 놓치지 않고 합니다. 지금도 '한참'하고 있습니다.
11.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진다면 투톱 파트너로 함께 뛰고 싶은 남측 선수는 누구인가요? (eltteMF)
정 : 절대로 박지성 선수입니다!!
북한 대표팀 공격수 정대세와의 인터뷰는 시차를 두고 이뤄졌다. 매거진S에 걸맞는 내용을 갖추려다보니 아쉽게 시차를 놓친 질문도 많았다. 아래는 북한의 조별 리그 경기 도중에 받은 답변들이라. 북한은 이미 탈락했고 정대세도 남아공을 떠났지만 당시 그의 심경을 느낄 수 있는 답변들을 박스 기사에 따로 모아봤다.
드로그바와 함께 (사진 출처 : 정대세 블로그 http://ameblo.jp/jongtaese9) |
- 이번 대회에서 몇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또 정대세 선수가 보는 이번 대회 득점왕 후보를 2~3명만 꼽아주세요, 그 이유도 함께 알려주시구요. (앙마PD)
정 : 포르투갈 전을 마쳤습니다만, 제로 골입니다! 눈물로 지새는 매일, 매일에 골에 대한 압박감이 정말 엄청납니다. 최후의 경기에서는 정말로 1골을 넣고 싶어요. 그리고 저의 예상으로는 지금 단계에서 이번 대회 득점왕은 이과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있는 선수는 우루과이의 포를란 선수와 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 선수입니다.
- 이번 월드컵 때 상대국(브라질,코트디부아르,포르투갈)에는 슈퍼스타들이 많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유니폼을 교환할 생각이 있나요? 있다면 각 팀별로 어떤 선수와 교환하고 싶은가요? (Hoony)
정 : 지면 분해서 정말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지만, 드로그바 선수와는 '절대로 교환하고 싶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드로그바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늘 가지고 있었고요.
- 조별리그 상대국 세 나라 중에 한 팀만 꺾을 수 있다면 어떤 팀을 상대로 골을 넣고 또 승리하고 싶은가요? (나나난나)
정 : 아프리카 팀을 보고 있으면 90분 내내 온전히 집중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코트디부아르라면 끝까지 끈질기게 따라 붙어 득점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생각해둔 골 세리머니가 있나요? 있다면 미리 말씀해주실수 있나요? (고과장)
정 : 특별히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기쁜 나머지 아마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겁니다.(웃음) |
첫댓글 '감독 휴게실'에서 옮겨 옵니다.
티비보니까 북한 선수들 귀국할때 다들 단복입던데 안영학이랑 정대세는 복장이 개인양복이더군요... 머징...ㅋ
둘다뭐..북한사는사람이아니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