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서울 강남권 대표지역인 삼성동에 빅뉴스가 하나 터졌다. 삼성생명이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 보유부지 중 알짜로 꼽히는 서울 삼성동 한국감정원 본사를 2328억원에 사들인 것. 감정원 본점은 부지면적 1만988㎡, 건물연면적 1만9564㎡ 규모로 삼성생명은 오피스빌딩 등을 지어 임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삼성동에는 한전 부지 이전, 지하철 9호선·GTX 개통 등 각종 개발호재들이 몰려 있어 투자자 관심이 끊이질 않는다.
↑ 삼성동 일대 모습. 매경
무엇보다 이번 삼성생명의 감정원 부지 매입을 계기로 삼성 계열사들이 본격적인 삼성동 개발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장밋빛 예측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삼성동 일대 부동산 시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삼성동은 새로운 변화의 문턱에 직면해 있다. 지난 5월에 가결된, 서울시가 마련한 '종합무역센터 주변지구 제1종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 따르면 한국전력 본사(7만9342㎡), 서울의료원(3만1000㎡), 한국감정원(1만988㎡) 등 공공기관이 이전해 생기는 부지(106만㎡)에 업무·상업·문화·관광 기능이 어우러진 '콤팩트시티'가 조성될 예정이다. 한동안 변화 없던 강남권에 새로운 개발훈풍이 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생명, 한국감정원 2328억원에 매입
이미 2009년 초 포스코건설과 삼성물산은 10조원을 투자해 한국감정원·한전·서울의료원 등 공공기관 이전 예정용지와 일부 민간토지를 비롯한 총 14만3535㎡를 묶어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다.
한국감정원도 올 6월 공개한 '공공기관 종전부동산 투자분석자료'에서 '편리한 교통 여건뿐 아니라 서울시가 인근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의료원 등과 연계한 대규모 개발계획을 세운 점을 고려할 때 업무시설 외에 관광호텔, 공연장, 전시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코엑스몰, 컨벤션센터, 인터컨티넨탈호텔, 현대백화점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콤팩트타운이 형성돼 있어 삼성동 부지 개발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삼성생명이 2328억원(3.3㎡(1평)당 7000만원)에 한국감정원을 공매낙찰 받으면서 향후 사업진행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거대 기관투자가인 삼성생명의 참여는 삼성동 개발사업의 신호탄으로 관측된다.
특히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전력과 서울의료원의 공매가 2012년에 예정돼 있다. 공매 후 이 부지 개발에 적극적인 삼성생명을 포함한 대기업들 컨소시엄을 이끌어내 사업추진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이 지역은 '공용시설보호지구'로 묶여 있어 용적률과 고도제한 등 각종 개발제한규제가 있었다. 정부 입장에서 매매가격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개발규제 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하철 9호선·GTX 개통 호재도
삼성동의 또 다른 개발호재는 대중교통 환경 개선이다.
먼저 지하철 9호선 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 건설사업이 주목을 끈다. 지난 2009년 7월에 개통한 지하철 9호선 개화~신논현 구간에 이어 역삼동 신논현에서 삼성동 코엑스 앞을 경유,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연장하는 사업이 2008년 5월 착공해 현재 구조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오는 2013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지하철 9호선은 서울 남부지역 내 강남권을 연결하는 핵심라인으로 강북을 잇는 지하철 노선을 모두 아우르고 있어 삼성동 일대 유동인구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초미의 관심사인 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발 기대감이다. GTX는 지하 40~50m에서 평균 시속 100㎞, 최고 시속 200㎞로 도심을 통과하는 새로운 대중교통수단. GTX가 개통되면 일산에서 강남구 삼성동까지 22분 만에 도착하는 등 경기도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30분 내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광역교통의 혁신으로 일컬어진다.
국토해양부가 추진 중인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년)'에 따라 GTX 3개 노선이 전반기(2011~2015년) 신규사업으로 채택되면서 2015년 이전에 착공할 계획이었다. 경기도와 국토해양부는 사업기본계획에 관한 용역을 먼저 하고, GTX 사업의 수익성 여부를 판단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계획이었지만,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먼저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이르면 2012~2013년 내에 추진하려던 GTX 착공은 2013~2014년에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역 일대에 KTX가 연장되면 지방 거주자들의 강남 접근성이 높아져 강남 상권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광명역, 용산역, 서울역 등 기존 KTX역이 강남권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강남 주민들 불편이 컸다. 삼성역 주변에서 지방 거주자들이 강남권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어 각종 쇼핑, 의료, 교육, 비즈니스 등의 강남 집중현상이 심화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GTX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착공까지는 또 한참 걸린다. 민자적격성 조사와 시설사업계획 고시, 민자사업 제안서 접수와 평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시협약, 실시설계 등 최소 5~6단계를 추가로 거쳐야 한다. 때문에 일산~수서 간 GTX 완공시기를 2017년으로 예상하고 있긴 하지만, 사업진행이 지연되거나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20년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강남역 견줄 만한 고급상권 형성 기대
강남권 내 강남역은 명실상부한 최대 핵심상권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지형적으로 볼 때, 강남역은 상권 형성에서 최고급 여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배후지역이 경부고속도로와 주거단지로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역이 핵심상권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편리한 광역교통 환경 덕분이다.
이에 비해 삼성동은 강남역 주변과 비교되는 고급상권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들어선 백화점, 호텔, 컨벤션센터, 문화공간, 지하쇼핑몰 등을 필두로 강남역보다 한층 고급화된 상권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하철 9호선과 GTX 개통에 따라 유동인구 흡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편리한 대중교통은 젊은 계층을 끌어들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낸다. 고급상권 형성은 부유층 소비를 자극하고, 외국 관광객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콤팩트시티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거상품으로는 삼성동 아이파크로 대표되는 고급 아파트를 비롯해 단독, 다세대주택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최고가 아파트로 알려진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의 전용 195㎡는 매매시세가 50억원대에 달한다. 가격이 높아 거래는 거의 없는 상태다.
또한 현재 삼성동 아이파크 뒤쪽 고급 단독주택지역은 3.3㎡당 4000만원을 호가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뒤편 고급 주택가에 지하 3층~지상 2층 규모의 시가 100억원대 단독주택을 지은 바 있다.
각종 호재가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면 삼성동 일대 상업시설과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치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주변 영동대로 이면의 50억~100억원대 상업용 건물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하철 9호선 역세권 주변에는 주거 임대상품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종 변경에 따른 용적률 상향과 주거, 상업지역 용도 변경 기대감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주변 시세와 비교해 지나치게 가격이 뛴 상품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