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두다
아니 나는 참새다
여기는 피시방이다
아니 여기는 방앗간이다
나는 한번도 피시방을 아니 방앗간을 그냥 스쳐지나간적이 업다
내가 살던 고향에도 여느 시골처럼 방앗간이 잇엇다
무슨 영화나 티비드라마에서 처럼 늘 역사만(?) 이루어졋던 것은
아니다
나는 방앗간이 좋앗다
아시는분들은 아시겟지만 작은 마을에는 텃새라는게 잇다
타지방사람들을 은근히 시러하며 같은 나이또래끼리만 뭉쳐 다녔다
다행히 나는 72년 쥐띠중에 유일한 여자엿고 남자애들은 그런 나를
서로 차지하려고 안달이엿다
우리들이 자주가는 곳이 아름드리 나무(그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고
늘 그 밑에서 어르신들이 개구리 가재 배암 그리고 온갖 산짐승
들짐승 물속짐승들을 궈 드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밑이나 산기슭(주로 나무열매를 따먹으로 다녓다) 심하면 산을 몇개
넘어 다른 동네로 원정도 다녓다
아마 심권호(왜 티비 선전나오는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잇잖은가)
선수보다 운동량이 열배는 많앗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군데가 방앗간이엿다
유독 그 떡찌는 고소한 냄새와 마구마구 피어오르는 연기(왜 아이때는
흰연기가 좋은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겟다 소독차오면 난리도 아니였다
그 연기로 목욕을 햇고 심지어 심한경우는 너무 멀리 따라갔다가 길을
잃어 낭패보는 경우도 허다햇다) 그리고 디딜방아가 너무도 신기했기
때문이엿다
우리는 디딜방아가 장난감이엿다 신기하게 생긴 기구가 우리들의
구미를 당겼고 괜히 옆에서 디딜방아를 들었다 놓앗다 하다가 매운
아줌씨의 손에 등짝이 시퍼렇게 멍들곤 햇었다
그리고 뭣보다 이놈들 절루가 했놓곤 우리들이 눈을 초롱초롱 뜨고
바라보면 한입씩 넣어주는 아줌씨의 떡을 든 손을 외면할 수 업어서
엿다 정말이지 그렇게 먹는 떡맛은 일품이엿다
특히 나는 노란 고물이 잔뜩 발린 시루떡을 넘 좋아햇다
지금도 떡을 넘 조아해서 떡순이라고 불리운다
무슨 명절때나 누구누구 결혼식이 잇는날이면 여지업이 어느집도야지가
꿀꿀거리다 결국 나무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마을공터에 불려나왔다
어른들의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도야지는 맛나는 수육으로 재창조되어
우리들의 배를 살찌웠다
그리고 방앗간의 굴뚝은 연기로 모락모락 피어올랏다
어김업이 우리는 거기에 잇었다
그 디딜방아를 찧는 아줌씨의 정감어린 손등옆에 제비들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떡고물이 떨어지기만을 불철주야 지달리고 또 지달렸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그리고 최대한 오래 그 벌린 입을 다물지
않앗다
지금와서 하는 야그지만 그때처럼 그렇게 열씨미 공부를 했으면
아마 지금쯤 미국의 어느 대학 학위를 거머쥐지 싶다
사실 나는 공부는 잼병이엿다
정말이지 공부말고는 다 자신있었다
그게 문제엿지만 말이다 부끄럽다
나는 탁우회분들중에 가장 미꾸라지를 잘 잡을 자신이 잇다
물론 개구리잡는게 더 자신잇지만 말이다
미꾸라지를 손으로 잡아본 사람은 알것이다
미꾸라지가 얼마나 잡기 힘든 물속 짐승인지..
한번은 어린이집에서 콘도로 놀러를 간적이 잇다
아이들과 함께 미꾸라지를 잡는 코스가 있었다
그 코너에서 선생님과 애들은 헤매기 일쑤였다
설명을 친절히 해주시는 콘도관계자의 얼굴이 일그러졋다
많은 미꾸라지를 풀어놓았고 한마리 잡기도 힘든 현실인데
나는 그분이 설명하고 잇는 뒤편에서 하나둘씩 미꾸라지들을
섭렵햇다
역시 나눠준 비닐봉지에 죄다 담앗다
나중엔 미꾸라지의 씨가 말랐다 몇분지나지 않앗는데 일어난 예기치
못한 일이엿다
그분은 갑자기 나를 불러세웠고 나에게 조용히 말씀하셨다
선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잡은 미꾸라지 좀 놓아주시죠^^;
다른사람들도 잡아야 하거든요
나는 그러마 햇다
그리고 다시 휘익 풀어주엇다
그분의 아연실색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나는 우리반애들이랑 그곳을
유유히 빠져 나왔다
그후 애들은 나를 미꾸라지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신기에 가까운 솜씨에 애들은 나를 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말이지 나는 공부말고는 다 자신있었다
적다보니 또 야그가 길어졌다 낭패가 아닐수업다
참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도 나는 아주 조아한다
산초넣은 독특한 향을 내는 그 추어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