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생애 처음으로 ‘대천사 가브리엘’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드디어 하늘 나라 시민이 된 것이다.
막상 그 이름으로 세례식 날 주인공으로 나서니 기분이 참 묘했다. 또한, ‘대천사 가브리엘’ 이 주는 이름의 무게감과 부담감이 엄청나게 다가왔다. 거룩하고 성스런 이름값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30년 전 이미 세례를 받은 아내와 결혼 할 때 성당에서 요구하는 혼배성사 문제로 아내의 간곡한 세례 요청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했던 내가 딸의 권유와 끊임없는 압박에 의해 지난 3월 교리공부를 시작하였다.
딸의 성화로 몸은 떠밀리듯 가지만 마음이 따라 와주지 않았으니 말 그대로 그냥 건성건성 이다. 빨리 세례식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교리공부를 하기 위해 걸어서 성당에 가려면 버스 정거장 기준으로 4정거장 정도를 지나야 하는데 마지막 지름길로 가려면 우체국 사이 아주 좁다란 골목길을 지나야 한다.
혼자 가기에도 폭이 좁은 골목의 길이는 약 40~50미터 정도로 멀리서 사람이 보이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가다보면 갑자기 들어선 반대편 사람과 접촉 하는 일이 생긴다. 그때 서로 몸을 비틀어 주지 않으면 지나갈 수가 없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보통 짜증이 나는데 이 골목은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은 안 들고 외려 훈훈한 감정이 들곤 한다. 그 이유는 마주친 순간 양보를 해야 지나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미리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오기도전 벌써 내 몸은 틀어져 있는데 그 상황이 재밌게 느껴졌다.
상대방 또한 몸을 비튼 상태에서 나를 받아드릴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서로 게걸음을 걷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때마다 "양보하는 게 참 기분 좋게 만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그 골목을 '양보의 골목’ 또는 ‘겸손의 골목’이라 부르기로 하였다. 아무튼 그 골목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데 그 골목길로 인해 마음이 한뼘 더 성장해진 기분이다.
근 10개월 동안 그 골목을 지나면서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그날이 성큼 다가와 12/3일 세례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그동안 성실하게 여기까지 함께 걸어주신 동기 분(이우섭, 김기환, 이태흔, 이현영, 장성진, 황유미)들과 선한 목자의 마음으로 끝까지 잘 이끌어주신 오현숙 마리아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아! 그리고 효성동 역대 최고로 개근상 수상자가 많이 나왔는데 세례식 날 주임 신부님께서도 “천사도 하지 못한 일”이라며 극찬하셨다. 오현숙 마리아님께서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열성과 헌신으로 잘 이끌어 주셨고 함께한 7명의 세례자들에게 참 신앙의 귀감을 몸소 실천을 통해 보여주셨다.
첫댓글 너무 멋져요! 아내도 움직이지 못한 가브리엘 형제님을 딸이❤️❤️❤️ 자랑스러운 아빠세요 💞💗
감사요! ^^
저도 방금 카페 가입 승인이 나서 천천히 둘러보다가... 반가운 글이 보여서 댓글 남깁니다.
저는 아직도 성당에 가면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어색한 느낌이 드는데...
가브리엘 형님은 원래부터 거기 계셨던 분 처럼 적응을 잘 하셔서 부럽습니다. ^,.^
가입 축하합니다. 👏👏👏
오 사진에 저도 보이네요 정말 영광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