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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풍자소설 ; 구내식당】
지은이 ; 주현중
≪제1부≫
“어느 놈의 종자가 국대접을 훔쳐갔어, 잡히기만 해봐라 그 놈의 손매가지를 똑 분질러 놓을 기다!”
어렴풋하게 초등학교(개칭 전 국민학교) 2학년쯤 때였다. 가난한 시골 농가(農家)살림을 꾸려가는 노파(老婆)는 질풍노도(疾風怒濤)의 고함을 질러댔다. 사실은 훔쳐간 게 아니라, 노파老婆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녀석이 소꿉놀이기구로 사용하려고 몰래 들고 나간 것이다. 때는 경부고속도로도 영동고속도로도 건설되기 이전이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의 비포장도로를 하루에 서너 번 밖에 운행하지 않는 버스만 지나가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흙먼지로 뒤덮이곤 했다.
노파(老婆)의 손자 녀석의 이름은 성도 외자 이름도 외자인‘진표’라는 아이였다. ‘진표’는 말썽꾸러기 개구쟁이였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서 하는 ‘진표’는 언제나 노파(老婆)와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일명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는 식의 파워게임을 곧잘 즐기곤 했다. 한국사회는 1980년대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과학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여 주거생활환경이 개선되어, 아이들의 놀이기구도 돈만 있으면 가지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지만 당시에는 돈이 있어도 그러한 문화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갑부의 아들딸이 아니고서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앞에서 암시했듯 소꿉놀이를 하기 위해 국대접(표준어 ; 국그릇)을 들고나간 이유는 일명 ‘여보당신-(엄마 아버지를 흉내 내는 일)’을 위해서였다.
당시의 아이들이 즐겨하던 ‘여보당신’놀이에 주로 사용되던 기구란 것은 유리병조각(일명 ‘사금파리’라고 하는데, 이 ‘사금파리’라는 말은 일본말의 잔재임)이 전부였다. 엄마 아버지가 가리켜주지도 않은 일인데도 유리병을 깨어서는 지천으로 깔려 있는 돌에 갈아 밥과 국 그리고 밑반찬 담을 용기까지 만들어선 마음에 맞는 울보도 먹보도 마을 동갑네기와 들에서 산에서 ‘여보당신’놀이를 즐겼다.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중에는 제법 큰마누라 작은마누라까지 거느린 아이도 있었다.
가리켜주지도 않은 ‘여보당신’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에도 조물주가 인간에게 선물한 태초(太初)의 가장 원초적 섭리(남녀를 구분 짓는 일을 가리킴.)는 스스로 찾을 줄 아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뒤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진표’의 그런 행각은 단순히 놀이를 즐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진표’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급학교를 진학하고서도 늘 그랬다. 학교가 파한 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하는 일이 있었으니, 그 일이란 부모형제가 아직 귀가하지 않은 시각에 후원(後園) 담장 밑에서 화로를 가져다 놓고 그 화로 속에 남아 있는 숯불을 이용해 부치기를 부쳐 먹다가 가끔 어느 날에는 후라이팬을 새카맣게 태워 저녁 늦게 들에서 귀가한 어머니께 혼쭐이 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혼쭐을 내던 어머니의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있었으니.
“아이고 얘, 후라이팬은 새카맣게 탔지만 맛은 제법이다! 뭐가 되려고 공부는 뒷전인지 내사 마 모리겠다.”
어느덧 세월은 심산유곡(深山幽谷)의 폭포였나 보다! 가난하기만 했던 진氏 집안 형편상으로 학업을 마친 ‘진표’는 더 이상 상급학교를 진학하지 못하는 분통과 억울함을 억누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기에 우선 등 따시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사원모집 공고〉
본 업소는 대중음식점으로서 다음과 같이 책임감 있고 근면 성실한 사원을 모집합니다.
대상 ; 남녀 모두.
나이 ; 20세 이상.
학력 ; 무관.
경력 ; 초보자도 가능함.
초봉 ; 00,0000만 원 이상.
부서 ; 주방 및 홀.
혜택 ; 숙식제공(출퇴근도 가능함.) 및 상여금 퇴직금 있음.
모집기간 ; 상시.
연락처 ; 왕갈비 / 00-000-0000.
“여보세요?”
“네, 왕갈비입니다만?”
“사원모집 공고보고 전화했는데요, 지금도 구합니까?”
“네, 모집기간이 정해진 게 아니라 언제든지 오시면 됩니다.”
“몇 시까지 가면 만날 수 있는지요?”
“지금 계신 곳이 어디신가요?”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앞 공중전화 부스입니다.”
“네, 그럼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서 다시 전화 주십시오, 그러면 자세한 위치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꼭 오십시오!”
“네, 그럼 거기 가서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한 시간 뒤에 뵙지요.”
‘진표’는 이렇게 저렇게 깊이 생각할 처지가 못 되기에 우선 취직부터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곧장 지하도로 내려가 지하철에 탑승했다. 태어난 이후 첫 직장이 될 왕갈비까지는 가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진표’가 왕갈비집 주인이 안내하는 약도대로 찾아가보니 생각보다는 훨씬 큼직한 소갈비전문점이었다. ‘진표’는 왕갈비라는 식당의 이름대로 크긴 크구나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겉보기로는 아주 깔끔한 소갈비전문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대형 주차장에 고객의 안내를 전담하는 안내도우미들만의 공간인 뜻한 안내소도 보였다. 몇 십 년은 족히 넘을만한 수양버들이 왕갈비집의 후원에 장승처럼 자리를 잡고 서서 오고가는 고객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고스란히 바라보고 있었다. ‘진표’에게 그 수양버들이 주는 느낌은 사뭇 경건함까지 들게 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수양버들을 잠시 감상한 ‘진표’는 지체 없이 왕갈비집의 출입문을 밀고 들어갔다. 시간이 일렀는지 왕갈비집의 홀은 한산하기만 했다. 몇 미터 앞에서 남자 봉사원으로 보이는 직원이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입구 쪽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진표’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취업을 하기 위해 한 시간쯤 전에 전화를 했던 사람이라며 사장님을 뵙기를 청하였다.
“잠시 예서 기다십시오, 사장님께 말씀드리지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봉사원의 말에 따라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그 봉사원의 어투가 다분히 사무적인 어투로 느껴져 잠시 한순간 숨이 막혀 옴을 느꼈다. ‘어디 그 집뿐이던가, 시골에서 서울로 처음 상경한 사람에게는 서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들이 마치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인조인간 같은 마징가제트가 아니던가, 지겹게 싫고 짜증나고 똥개도 안 물어갈 빌어먹을 세상이지만 모두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살아 움직이는 실크로드인 것을!’
상막하게만 느껴지는 서울의 첫인상에 돌아가고 싶었다, ‘진표’는!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진표’자신이 더 잘 알기에 이왕 예까지 온 거 한번 부닥쳐볼 수밖에 없음을 다짐하는 찰나, 남산만 한 배가 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보이는 건장한 중년신사가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왕갈비집의 사장)를 본 ‘진표’는 ‘미련스럽게도 퍼 넣었군!’아주 작은 목소리긴 했지만 목 줄기를 따라 이유도 없이 욕지거리가 불쑥 나왔다. ‘진표’는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왜 이러지, 첫날부터!’속으로 중얼거리며 피식 웃고 있었다. 배불뚝이라 그런지 사장이 걸어 나오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표’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마나 많이 퍼 넣었기에, 거북이가 형님이라 하겠는 걸!’생각지도 않은 적개심마저 들었다. 순간!
“혹시, 강남고속터미널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한 사람인가요?”
“네, 조금 전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서도 전화를 드렸고요.”
“아, 그렇군요! 우선 반갑습니다, 거기 좀 앉지요.”
“네.”
“자 그럼 우리 첫 만남이니, 함께 일을 하게 되든 안 되든 통성명이나 먼저 나누지요, 나는 이 왕갈비집의 주인인 만석이라고 합니다, ‘돈만석’이라고 해요, 젊은이의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순간, 그리 까다로운 입사면접은 아니지만 면접 중이던 ‘진표’는 ‘돈만석’이라는 왕갈비집 주인장의 이름을 듣고, ‘홀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이유가 있긴 있었군, 앞으로 얼마나 더 퍼 넣는지 봐야겠는 걸!’ ‘진표’의 비위는 점점 뒤틀어지고 있었다. ‘진표’는 왜 초장부터 싸래기(조각 난 쌀을 말함.)밥만 먹고 있을까?
“네, 제 이름은 진표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이는 스물 셋이고 고향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네, 그렇군요! 그런데 성씨가 어떻게 되나요?”
“아, 성도 외자고 이름도 외자입니다, 제 이름은 표이지요.”
“표라~ 아주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군요!”
“제 아버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다른 형제들은 모두 다 이름이 두자이나 유독 저만은 외자로 지어 주셨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네, 아버님이 제 이름을 지을 때 하신 말씀이 세상의 표가 되라고 하시며 지어 주셨답니다.”
“세상의 표라, 점점 재미있어지는 젊은이로군요.”
“학창시절에는 친구들에게 받는 놀림에 때론 학교가기 싫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제2부≫
왕갈비집의 주인장의 첫 이미지는 그리 달가운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인간이란 춥고 배고픔을 달래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그 배고픔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았던 ‘진표’는 주인장과의 면접절차를 마친 다음날부터 정신없는 서울생활과 정신없는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진표’가 월래 희망했던 일은 식당의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일이었지만, 그보다는 서울사람들의,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진표’가 하기 시작한 일은 왕갈비집의 홀에서 고객을 맞아 모시고 서비스를 하는 봉사원(일명 웨이터)직으로 일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 다음날부터 ‘진표’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어서 오십시오, 홀을 드릴까요? 방을 드릴까요?”
“인원이 많으니 큼직한 방으로 주시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몇 분이나 되나요?”
“얼추 한 서른 명은 족히 될 것이오.”
“잠시 앉아 계시면 온기가 느껴질 것입니다, 예전 같지 않은 겨울이지만 벽난로를 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메뉴는 무엇으로 준비할까요?”
“이봐 웨이터, 우리 같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뭐 특별한 메뉴를 시킬 여력이 있겠소, 요즘 세상살이 정말이지 죽을 자신이 없어 마지못해 살 수 밖에 없어 오늘도 뚜껑 열려 미쳐버릴 것만 같소, 그 이집에서 잘한다는 왕갈비나 기본으로 한 30인분 주이오, 뜯어 먹을 것도 없는 세상인데 갈비나 우걱우걱 뜯으며 화풀이나 해야겠소!”
“네, 그렇게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여자 봉사원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해 드릴 것입니다, 그럼 즐기다 가십시오.”
“아참 웨이터, 우리는 노란색 소고기는 거저 줘도 안 먹으니 거 웨 노랑이 말고 검둥이로 준비해 주시오, 노랑이 냄새만 맡아도 내장이 홀라당 뒤집힐 것 같으이, 알겠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일행들을 준비된 방으로 안내한 ‘진표’는 그들이 메뉴를 주문하면서 하는 말에 귀가 솔깃해짐을 스스로 감지하고 있었다. 노랑물 든 소고기와 검둥이 그리고 노랑이 냄새만 맡아도 내장이 뒤집힐 것 같다는 그들의 말이!
사실 ‘진표’가 느낀 그 감정 그대로였던 것이다, 그들이 했던 것들은, 노랑물 든 소고기라는 말은 엘로우정부(노무현 정부)와 그 추종세력들을 지칭하는 말이었고, 검둥이라는 말은 차라리 새카맣게 타고 타버린 육질이 질긴 소고기를 씹고 싶다는 말이었고, 노랑이 냄새만 맡아도 내장이 홀라당 뒤집힌다는 말은 미루어 짐작하건데, 과거 6공화국을 출범시킨 군부출신 ‘노태우 정권 ; 제13대’보다 더 물러터지고 안하무인격으로 아무데서나 생각나는 대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감정 절제도 할 줄 모르는 엘로우정부(노무현 정권 ; 제16대)의 걷지도 못하여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실태를 비꼬는 말이었다.
노란색으로 염색된 소고기는 과거 보통사람들의 시대(6공화국)에서도 질리도록 먹었다. 허지만 그 때 당시엔 배는 불렀다. 비록 세상이 바뀐 이후 부패된 소고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당시 먹었던 소고기를 죄다 토해내기는 했지만, 엘로우정부 들어서고부터는 보통사람들의 시대 보통사람이 배터지도록 흔하게 주던 물마저도 더 이상 마실 게 없어진 터라, 노란색만 보아도 과거 물정부(6공화국)로부터 얻어먹고 아직까지 소화불량인 상태에서 두 번씩이나 기절하기는 싫은 것이었다. 허지만, ‘진표’로서는 그들이 하는 말에 뼈가 있다는 것은 알아차렸으나, 그 핵심을 알길 없어 주연의 자리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시각에 틈을 타 슬그머니 숯불을 교체해준다는 이유로 그들의 방으로 들어간 ‘진표’는 그 무리 중에 수장으로 보이는 한 사내에게 다가갔다.
“저어~ 실례지만 좀 전에 노란색으로 염색된 소고기란 무엇을 말하는지요?”
“이렇게 답답하기는, 이보시오 웨이터, 그럼 아까 들여온 소고기는 무슨 소고기란 말이오?”
“아 그 소고기는 수입된 소고기입니다, 노란색 소고기는 거저 줘도 안 먹는다 하셨기에 수입된 소고기로 준비했습니다만, 무엇이 잘못 되었나요?”
“그럼 노란색 소고기라가 뭔지도 모르고 수입된 소고기를 내 왔다는 말 아닌가!”
“네, 몰랐다기보다는 노란색 소고기라는 말씀에 한우는 싫다는 말인 줄 알고 그렇게 준비해 올렸습니다, 하여 그 노란색 소고기가 어떤 소고기를 말씀하시는지 얼른 이해가 안 되어서입니다.”
“나 참!”
“왜 그러시죠?”
“우리가 말하는 노란색 소고기는 엘로우정부를 비꼬아했던 말이오, 이렇게도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야 원, 이보시오 웨이터.”
“네.”
“세상살이 더 해보면 우리가 했던 말이 이해가 갈 거요.”
“?”
“말씀하신 대로 엘로우정부란 어느 정부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엘로우정부는 전에도 있었지 않았습니까?”
“아, 그 엘로우정부! 그 정부는 엘로우가 아니라 물정부였지, 그 덕분에 물은 배터지도록 마셨지 아마, 아마도 그 당시 물 안 먹어 본 사람 나와 보라고 하면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오.”
“아아~ 그런 뜻인가요, 그럼 현재 엘로우정부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아 이렇게도 원!”
“뭐가 말인가요?”
“웨이터 양반 생각해 보시오, 노란색은 처음 볼 때는 화려하지만 보면 볼수록 눈앞을 흐리게 하여 결국엔 눈을 멀게 만드는 색상이 아니오.”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원색이란 다 그렇지요!”
“허허~ 이제야 좀 알아채는군, 좀 더 두고 보시오 조금 지나면 엘로우가 아니라 레드정부가 될 것이오, 아무튼 수입된 소고기를 내 온 것은 잘못이오, 우리는 우리 것을 사랑해야지 않겠소, 때려 죽어도 시원찮은 위정자들은 미울지언정!”
‘진표’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무리 중 수장격인 사람의 입에서 레드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진표’는 순간 온몸이 경직되어 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레드는 우리말로 붉은 빛이다 붉은 색깔이다. 축구경기 및 기타 몇 경기에서 흔하게 보는 레드카드가 연상되었다. 레드카드가 무엇이던가? 규칙을 위반한 벌칙으로 퇴장을 시키는 위력을 가진 카드이다. 경고의 수준을 넘어 퇴장이라는 카드는 그 누가 되어도 숨을 멎게 하고도 남음이 아닌가! 또한, 사실 현 엘로우정부는 이미 레드카드를 받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한 분풀이로 품위마저 잃어버리고 반항아가 되어 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봐 진표?”
“?”
“이봐 진표, 거기 있나?”
“아 네.”
주인장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표’곁에는 언제 떠났는지 아무도 없고 달랑 ‘진표’혼자 우두커니 멍한 표정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다. 첫 직장을 잡아 처음으로 겪어보는 세상 사람들과의 하루였다. 그리고 특별한 이슈 없이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가을쯤인가 왕갈비집의 주인장의 부름을 받고 살림집의 내실로 들어갔는데.
“이봐 진군?”
“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니까 불렀지 괜히 불렀겠나.”
“무슨......,”
“자네가 자주 말하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은 이만하면 되었지 않나?”
“?”
“아 뭐, 그리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게나.”
“?”
“영업집의 홀에서 고객을 맞아 봉사를 하는 것은 서비스정신도 배우지만, 그보다는 대인관계를 넓히는 길이기도 하고, 아 또......,”
“네, 계속하십시오.”
“그 말이 그 말이긴 하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길이기도 하지, 헌데 내가 보기엔 자넨 이정도로 하고 주방으로 들어오는 게 좋을 듯싶은데, 그래 자네 생각은 어떤가?”
“무슨 말씀인가 했더니 주방에 들어오라는 말씀을 이렇게 길게 하셨군요?”
“왜 지루한가?”
“아닙니다, 무슨 말씀인가 듣고 본 소감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허허~ 사람하고는! 그래 어떤가, 주방에 들어올 생각은 있는가?”
“사장님, 먼저 궁금해지는 게 있네요.”
“뭔가?”
“본인의 의중이 어떤지도 모르고, 불쑥 불러 주방으로 들어오라고 청하는 것이......,”
“이보게, 자네 아버님이 자네 이름을 지어줄 때 세상의 표가 되라고 지어주었다 했지?”
“네, 그렇습니다만?”
“홀에서 고객의 봉사를 하는 일도 세상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요리할 줄도 알아야 하네.”
“!”
“왜 내 말이 틀렸는가, 진군?”
“아닙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 주방으로 들어올 텐가?”
“물론입니다, 조심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엿장수 맘 대로라는 말도 있듯이 요리하는 사람 맘 아니겠는지요?”
“그렇다네, 맞는 말일세.”
“그럼 언제부터 들어갈까요?”
“딱히 뭐 언제부터라는 법이 있는가, 자네 맘만 내킨다면 내일부터라도 주방으로 들어가게나, 참 그리고 말인데 주방에 들어간다고 해서 곧바로 칼잡이가 되는 것은 아니라네, 어느 직업이든 수순이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줄 믿네만, 처음엔 고객이 식사를 마친 빈 그릇부터 닦는 일부터 해야 될 걸세, 그 빈 그릇을 닦으면서도 세상 사람들의 얼굴은 얼마든지 더 볼 수 있을 것이네, 아마도 홀에서 마주치며 듣는 얼굴보다 더 솔직한 사람들의 얼굴들이 하나하나씩 각인 될 것일세.”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옷도 벗기지 않고 어찌 여인 품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해야지요, 그럼 내일부터 주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법이로군 그래! 자~알 알겠네, 진군.”
≪제3부≫
왕갈비집 주인장과의 약속한 대로 다음날부터 주방에서 일하게 된 ‘진표’는 홀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과 노동보다 몇 곱절이나 힘든 날들을 행군하기에 이른다. 주방에서의 첫날부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입에서는 차마 입으로는 담아 낼 수조차 거북스러운 욕지거들이 마치 욕 한번 못하고 죽은 귀신이라도 들린 사람들처럼 쉴 사이 없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어떤 찢어 죽일 연놈들이 이따위로 처먹었어.”
“아니 이건 먹은 게 아니라, 맛만 보고 간 게 아닌가! 하수구에 코 박고 죽을 것들, 귀신들은 도대체 뭣들 하는지 원, 저 돈 못써서 안달이 난 잡놈들 잡년들 매가지를 확 틀어가지 못하고.”
“이보게, 여기는 다 처먹지도 않고 껌이며 가래침까지 뱉었네, 연놈들 집구석에서도 이 지랄은 하지 않을 게 아닌가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어떤 시부랄 연놈들인지 내 눈에 보이기만 하면 매가지를 비틀어 한강물에 처박을 심정이구만은......,”
“어디 한강물에 처박아서 되겠는가, 생매장을 시켜야할 것들이지 않겠는가!”
여기저기에서 듣기만 해도 오장이 얼어붙게 하고도 남았다. ‘진표’가 듣기엔 분명 그랬다. 그들은 ‘진표’와 같이 식수대(음식물과 빈 그릇이 나가고 들어가는 출구)로 들어오는 빈 그릇을 처리하는 여직원들과 남직원들의 성토였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입이 거칠어진다는 진리를 ‘진표’는 깨닫는 순간이었다.
고객들이 주문한 음식을 다 먹지도 않거나, 혹은 빈 그릇에 각종 오물을 집어넣는 것은 흔들거리는 세상에 대한 항변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주방의 식수대로 들어오는 빈 그릇을 처리하는 직원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욕지거리 역시 세상에 대한 항변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더러워지면 그 세상 속에서 공생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정서마저도 지저분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진표’는 그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된다. ‘진표’가 보고 겪으며 생각하고 깨닫는 것은 고객이라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공통분모는 아니라는 것이다. 남男과 여女에서 느끼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한 끝에 내린 ‘진표’의 일목요연(一目瞭然)이란 남자들의 경우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따지는 일이 없는 반면, 여자들의 경우엔 자기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상대가 누가 되었든 집요하게 따지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진표’가 그렇게 정리한 것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근무하는 식당을 찾아오는 고객에 준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인가는 두 부부가 식사를 하러 왔는데, 식사를 마치고 식대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관찰되는 모습은, 남자의 경우에는 음식이 맛이 있든 없든 별 반응이 없는 반면, 여자의 경우에는 식사를 주문하는 과정에서부터 식사를 마치고 식대를 계산할 때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흡족해야만 웃으며 계산을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이므로 우선 여기서 접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표’는 단체손님 예약이 있어 예약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군?”
“네.”
“거기 말이야, 갈비탕 고기가 너무 많아, 그리고 말이야 냉장고에 있는 재고를 확인해서 살릴 것은 웬만한 것을 제외하고 최대한 살리라고.”
그 때까지만 해도 칼질도 못하는 ‘진표’였다. 일본말로 ‘아라이’라고 하는 설거지를 하다가, 시간이 나면 야채를 다듬다가, 그래도 시간이 나면 재고 정리와 청소를 하는 게 전부였다. 물론, 주 요리를 하는 과정은 아니기에 고기나 준비된 야채를 고객의 그릇에 담아내는 일은 생판 모르는 초보자들도 할 수 있는 과정이기에 ‘진표’가 하고 있던 일은 바로 갈비탕 그릇에 삶은 양지와 갈비를 알맞게 넣고 있었다. 그런데, ‘진표’의 귀를 의심케 하는 또 하나의 말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 말은 바로 ‘살릴 것은 살리라.’는 말이었다.
‘살릴 것은 살리라.’는 말을 들은 ‘진표’가 느끼기에는 ‘죽일 놈은 죽이고, 살릴 놈은 살리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 말은 텔레비전에서 자주 방영하던 조선시대의 사극 중에 나오는 ‘생살부(生殺府)’로 느껴졌다. 이 ‘생살부’란 것의 깊은 뜻은, 조금 부패되었더라도 귀한 것은 귀하게 쓰고, 제아무리 신선한 것이더라도 흔한 것은 버리라는 뜻을 말함이 아니던가? 물론, ‘진표’가 일하는 곳은 식당이지만 ‘진표’의 마음 깊은 심안(心眼)으로 보여 지는 것은 식당에서 하는 요리가 아닌 기준도 없이 정도도 없이 무질서한 세상을 평정하는 일을 배우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 생각되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또 어느 날에는 젊은 커플이 식사를 하러 온 일이 있었는데, ‘진표’의 유관에 비친 그들은 결혼을 한 사람들이긴 한데, 부부는 아닌 듯했다. 그렇게 본‘진표’의 생각은 적중했다.
“자기야?”
“응, 왜 그러는데 어서 말해봐.”
“우리 사이는 안전한 거야?”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말인데?”
“피~ 내 마음도 몰라주고 미워 죽겠어, 우리는 혼자 사는 몸이 아니잖아, 자기 안방마님이 우리 사이 눈치 채면 어쩌나 두려워서, 그래서......,”
“걱정도 팔자군 그래!”
“이러다 들키면?”
“들키면 뭐?”
“정당치 못한 사이로 얼굴 팔리는 것은 원치 않아서야.”
“그렇게도 겁이 나면 날 왜 만나는데?”
“몰라서 물어, 우선 좋은 걸, 나도 모르게 자꾸만 끌리는 걸, 난들 어쩌라고.”
“어럽쇼, 그러면서도 들키면 책임은 지지 못하겠다는 말로 들리는군 그래?”
“아 참, 그러니까 가까운 곳 말고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나자고, 응?”
“바보스럽기는!”
“뭐, 바보라고?”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말도 모르냐?”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야?”
“생각해 보라고, 가까이 있으나 가까운 곳은 늘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모든 사람들의 심리구조가 말이야, 그러니까 눈뜬 봉사라는 말이 있는 게지.”
“아아~ 듣고 보니 그러네!”
“당연한 게 아닌가, 몰래 사랑을 나누는 남녀가 만날 때는 자기가 사는 동네근처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만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심리현상이라고, 그리고 보통 많은 러브스토리들을 즐기는 이들의 심리 또한 집 근처보다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서 즐기려는 것이기도 하지,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생각에 불과하지.”
“단순하다니, 뭐가?”
“생각해보라고, 몰래하는 사랑을 즐기는 당사자도 기실 자기 배우자가 만약 자기 자신과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자기 자신처럼 멀리서 만날 것이라 지례 짐작한다는 것이지.”
“아~ 이제야 말뜻을 알겠어, 그러니까 적군은 바로 자기 자신 주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군.”
“그래 맞아, 우리가 그러하듯 말이야.”
“후후~ 자기 말대로라면 안심해도 되겠네!”
“그렇지, 그리고 요즘 시대 그러한 일 있다고 해서 알았다고 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과연 그럴까?”
“생각해봐, 골 아프게 고린내 나는 옛날 옛적처럼, 아니 일이십년 전만 해도 그렇지만 당신 없으면 죽고 못 살겠다고 목매는 사람 아마도 백에 10% 밖에는 없을 게야, 아닌 척하면서 붙어사는 것이야 남의 눈을 의식해서이거나 아들딸 때문일 뿐.”
“후유~ 어느 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난 숨 막힐 것 같아!”
“참, 그리고 요즘 시대 흔하게 듣고 보는 일이기도 하잖아, 아들딸 다 두고도 남의 고기가 맛있다고 벼룩의 간만큼의 미련도 없이 이혼서류에 도장 찍은 거 말이야, 아마 우리 사이도 좀 더 발전하면 그럴지도 모르지.”
“이해가 되, 다른 것은 다 조절이 되는데 이것만은 내 맘대로 조절이 안 되는 걸 보면, 근데 자기야?”
“왜?”
“우리도 이러면서 남들 이야기는 하지 말자, 응?”
“누가 남의 말 했다고 그래,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도 누구나 다 우리처럼 물러설 수 없는 밀애를 나누게 되면 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일 뿐인 걸.”
“응, 그래 그건.”
“그러니까 남의 허물을 탓하려거든 우리부터 당당하고 봐야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우리 둘만의 앞날만 생각하면 그뿐이야, 솔직히 말해서 요즘 시대 나하나 밖에 더 있어, 하나 더 있다면 너 하나 더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우리라는 말은 없어 우리라는 말은 존재하지만 실상 세상은 그래, 엿같이 빌어먹을 세상, 이런 세상에 살아야한다니,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시대적 운명의 굴레가 원망스러울 뿐, 난 남의 일에는 관심조차 없어, 남의 일에 관심 갖는다고 어느 놈이 밥을 주길 해 떡을 주길 해, 그냥 이렇게 다가오는 운명대로 살다 죽으면 그뿐인 것을, 조금 비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세상에서 너와 난 하루를 즐기고 사는 것뿐이야.”
젊은 커플이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로 보아 분명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고서는 다른 말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진표’는 또 생각에 빠져든다. 그들의 말을 정리해보면 간단명료(簡單明瞭)했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으면 그만이요, 남이 가는 길이 곧든 구부러졌든 관여할 바 아니다.’라는 해답 밖에는 나오질 않았다.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진표’는 앞으로 자기 자신의 앞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하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심안(心眼)으로 보이는 현시대의 변형된 비굴한 세상이치와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나날을 영위하면서 보내던‘진표’는 어느 해 가을 무렵 왕갈비집에서 사직하였다. 또 다른 세상 사람들을 보기 위해 이직(移職)처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제4부≫
‘진표’가 다시 구한 직장은 같은 음식점이었다. 허지만 일반대중음식점이 아니라, 학생들의 식생활을 관리하는 대학식당으로 그렇게 흔하지 않은 산업전문대학교의 학생식당의 조리실장으로 일을 시작한 시간도 이미 꽤 오래된 듯했다. 그곳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사흘돌이로 일어나고 있었다.
“실장님?”
“네, 무슨 문제 있나요?”
“있잖아요, 다른 게 아니라 저기 심술보 찬모는 허는 일도 없이 사장님만 주방에 출두하면 괜히 바쁜 척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수선만 떨어요.”
“아주머니, 뜬금없이 무슨 말이세요?”
“아니 그냥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요, 저 심술보 찬모는 일욕심이 많아서 자기가 하는 일을 남이 하면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아주 못된 심보를 가졌어요.”
“하하~ 일욕심이 많다고 하면서 하는 일도 없이 바쁜 척 한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요?”
“!”
참모라는 직책은 음식점에서 밑반찬을 전담하여 만드는 일을 하는 직책으로 주방에서는 여성 직원들 중에서 수장이다. 조리실장 다음가는 서열이기도 하다. 그런 찬모를 못 마땅히 여기며 험담을 하는 아주머니는 일명 ‘맹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리보조원이었다. ‘맹순’이라는 아주머니가 찬모를 미워하는 까닭은 따로 있었는데, ‘맹순’이 아주머니가 찬모를 산업전문대학교의 학생식당을 소개하여 데리고 왔다는 특수성이 한몫했다. 찬모는 ‘맹순’이라는 아주머니보다 서너 살 위였다.
“야, 맹순이 너?”
“왜 불러, 나 바빠 죽겠어.”
“누가 모르니 네가 그렇게 바쁘다는 걸.”
“무슨 할 말 있어, 나 탕수육 튀겨야 한단 말이야, 할 말 있음 후딱 해.”
“너 내가 하는 일도 없으면서 사장님만 오시면 괜히 바쁜 척 왔다 갔다 한다면서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말하고 다닌다며?”
“누가 그래, 어떤 시부랄 년이 그런 헛소리를 퍼트리고 다닌데, 어떤 년이야, 누구야, 그 썩을 년이 누구야?”
“어이고, 양심이 찔리나보지 고함은 왜 질러?”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니 소리 안 지르게 생겼어.”
“너 말 돌려대는 건 천하가 다 알아 이년아, 너 나하고 무슨 원수졌냐?”
“아이고 참 네, 어디서 어떤 년한테 무슨 말을 듣고 와서 생사람을 잡아 잡기를.”
사건은 이랬다. ‘진표’의 심안(心眼)에 비춰진‘맹순’이라는 아주머니는 남의 말을 밥 먹듯 하여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가하면, 남들이 주고받는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넘겨 짚어 사실인양 떠들어 대는 이상한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진표’가 보기에는 ‘맹순’이 자신도 그러한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하였으나, 자기 자신을 인정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던지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다 상대가 무섭게 질타를 하며 따지고 들면, 한다는 말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나도 누구에게 들은 말일 뿐’이라고 밀어붙이는 대책 안서는 아주머니였다. 그렇지만, ‘진표’가 생각하기에는‘맹순’이 아주머니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야 맹순이, 넌 정신병자야 그걸 넌 알기나 하냐?”
세상이라는 것, 사람들의 심리라는 것! 생각하면 참으로 개그맨보다 더 웃기고 치졸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진표’는 깨듣는다. 찬모가 말하듯 ‘맹순’이가 정신병자라면, 찬모는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못된 심술쟁이 아주머니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식당에 어느 누가 새로 들어와 일을 해도 찬모 눈에 드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는 말인데, 주어진 자기의 일이 생각하면 자기 자신의 밥줄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남이 좀 한다고 해서 그것이 밥그릇 빼앗는 일은 아닐 것인데, 찬모는 미련스럽게도 자기 밥줄이며 남이 도와주는 것을 싫어하는 고집불통이었다.
‘어쩌면 예나 현실이나, 사람들의 심리는 다 같을지도 모르겠다!’좋은 게 좋다고 둥글둥글하게 살려하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이리떼로 돌변하고, 아랫사람이 자기 자신을 능가하는 기질을 발휘하면 박수는 못 보낼망정 그 싹을 사전에 잘라버리고, 자기 자신이 대하기가 껄끄러운 사람에게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여도 함께 일하기를 기피하고, 자기 자신의 부족한 능력은 인정치 않으며 자기 자신보다 더 부족한 사람을 손아래로 두어 좌지우지(左之右之)하며 부리려는! ‘그러한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가끔은 삭발하고 심산유곡의 산중의 수도승으로 살고 싶을 때가 많으니, 마지 못 해 하루하루 울며 겨자 먹는......,’
피할 수 없는 최첨단디지털시대의 현실세계이지만 원망스러웠다. ‘진표’의 심안(心眼)에 비춰진 세상은......, 그러나 ‘진표’는 희망을 발견하고 있었다. 비바람이 불면 쓰러졌다 비바람이 잠들면 다시 꼿꼿이 일어나는 오뚜기같은 힘찬 기백을 보았던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같은 민중(民衆)으로서 그 민중(民衆)의 틈바구니에서......,
그러나 상류사회를 바라본 시각은 달랐다. ‘진표’가 말하는 상류사회란 제한된 돈만 많은 단무지들의 사회요, 위정자들의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들의 사회에서는 건질 것도 낚을 것 하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진표’가 칼을 잡은 동기는 일반대중들의 식생활을 책임지고, 어버이가 한푼 두푼 벌어주는 학비로 신기루 같은 에메랄드빛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의 식생활을 전담하는 일이긴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솥(鼎)을 바꾸는 일을 하기 위해서 칼을 잡은 것이었다. 아니 살아 있는 한 칼자루를 놓지 않을 것이고, ‘진표’가 솥(鼎)을 바꾸는 날! 그 날이 오면 군무(群舞)의 함성 속에서 힘찬 칼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오늘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 어디선가 장승처럼 우뚝 서서 손에 땀방울을 쥐고 있을 것이다. ‘진표’가 솥(鼎)을 바꾸는 일은 곧 세상을 뒤집는 일이기에 단 하루도 칼자루를 놓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 옆에 서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대인(大人)도 소인(小人)도, 아니 현실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있어 세상이란 먹고 먹히지 않으면 단 하루도 살아남을 수 없는 꼬일 데로 꼬여버린 엇박자구내식당이기에, 먼 훗날 보았을 때 후문(後門)도 비상구(非常口)도 존재할 수 없는 정문(正門)으로만 드나들 수 있는 공평한 세상을 열기 위하여 더럽지만 ‘진표’가 솥(鼎)을 바꿀 때까지는 인정하면서 오물을 깔고 앉아서라도 살아 있어야 하리!’하늘을 우러르면 남산 위에 저소나무 한그루 천둥번개에 육중한 몸뚱어리에 전류가 흐를 것이다. 신생아가 태어났다고, 그 날이 그 날이 오면......, ♥♥♥♥♥ 끝 ♥♥♥♥♥
지은이의 말 ;
이 중편소설은 삐뚤어진 현실사회를 탄핵하는 풍자적 소설이나 허구임을 밝힌다, 그러나 누구나 희망하는 신세계(新世界)일 것이다.
첫댓글 언제나 주신 글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한참을 읽었습니다요..ㅎㅎㅎ 시인님 고맙습니다.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군요.. 소설에서나 수필에서나 님의 성향이 느껴집니다. 허지만 세상은 또 아름다운 면이 있는 양면이 항상 있다는거.. 아름다운 것을 보고 배우고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사람도 많습디다... 또 이글을 보고 많이들 생각들 하시겠지요 저도 생각하며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이 삐뚤어진면 많지요..바로 잡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구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그저 있는 그대로 맘편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변화를 싫어하지요...그틀을 깨고 새로운 방법을 찾기란 그리 만만치 않을겁니다...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나 무엇인가를 한번은 하지만 두번 이루어 지기 어려운것처럼요...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