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속마음에 울리는 파동마저 담아내다-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노는 시인, 김영의 두 번째 동시집 『바다로 간 우산』 출간!오늘따라 스산하게 느껴지는 집 안에서 혼자 오도카니 가족을 기다린 기억은 누구나 흔히 가지고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난 요즘, 아이들의 외로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오지만, 실은 이전 세대에도 밭으로 바다로 일터로 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쓸쓸함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때엔 보다 많은 형제들 혹은 동네 친구들이 곧잘 적적함을 잊게 해주었다면, 지금은 학원과 인터넷과 핸드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어떤 환경이든 간에, 또 생각지 못한 의외의 순간에도, 찰나의 외로움과 고독감은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 아이들에게 찾아왔다 사라지고, 그 순간이 남긴 흔적 속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자란다.
시인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발랄함 너머로 삶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친 그들이 어렴풋이 느껴 가는 가지각색의 미묘한 감정들을 포착한다.
강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종종 떠밀려 가는/어린 물새 한 마리//하늘은 구름 몇 조각 남기고/바삐 저물어 가는데//어미새는 오지 않고/친구 하나 없이/덩그러니 남아 있다.//(중략)//가여운 물새 두고 가기 싫어/찰랑찰랑 강물을 휘저어 본다./가다가 자꾸만 돌아다본다. -「물새 한 마리」 중에서
혼자 있는 어린 물새의 모습이 아이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란 순박한 동정심만으로 단순화하기에는 형용하기 힘든 파동이 있음을 동시는 그대로 담아낸다. 일하러 간 엄마를 끝내 기다리다가 아슴아슴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한 아이는 엄마의 기척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대단한 엄마」), 집안 사정으로 등교하지 못한 친구의 빈자리는 풍경마저 달라 보이게 만든다.(「기도」) 아기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할아버지의 멀고 먼 산책길을 눈으로 쫓는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눈물이 찔끔 나온다.(「외할아버지」)
제3회 푸른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하고 첫 동시집 『떡볶이 미사일』에서 진정성 있는 동시들을 선보였던 김영 시인이 5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 『바다로 간 우산』을 출간했다. 지난 20여 년간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해 온 시인은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어른이다. 문학 작품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솔직한 감정에 귀 기울여 왔던 만큼 아이들의 속마음을 잘 알고 이해해 주었던 시인은 다시 한 번 섬세한 감성을 품은 동시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 앨범에 한 장 한 장 채워 가는 빛나는 추억 같은 동시집!김영 시인은 자신이 동시를 쓰는 까닭에 대해 ‘세상을 더 아름답고 순수하게 바라보던 시절이 오래갔으면 하는 욕심’ 때문일 거라 말한다. 동시집 『바다로 간 우산』에는 시인의 어린 시절이 간혹 엿보이는 시들이 있는데, 먼발치에 바다를 두고 논밭이 펼쳐진 섬마을에서 자란 시인답게 바다 내음이 나는 작품들이 특히 그러하다. 이는 시인의 자전적 회상일 뿐만 아니라 바로 지금도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시인이 그러했듯 울다가 웃다가 하며 살아가고 있을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표제작 「바다로 간 우산」 또한 바다가 주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렬한 작품이다. 꽃게잡이를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날, 갑자기 쏟아지는 굵은 비에 바다는 어둑해진다. 우산을 들고 뛰어나간 아이들은 목을 내밀고 배를 찾는데, 순간 놓쳐 버린 우산을 바다가 가로채 간다. 파도에 실려 떠나가는 우산을 바라만 보는데 우산의 마중을 받듯 아버지를 태운 배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순간에 사진처럼 각인된 한 장면 같기도, 한 편의 이야기 같기도 한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김영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에게 전혀 난해하게 다가가지 않으면서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첫 동시집 『떡볶이 미사일』을 읽고 ‘왜 우리 이야기는 없어?’하고 서운해하던 아이들을 위해서 이번 동시집을 펴냈다는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동시를 쓰고자 하는 시인’이다. 책의 말미에 실린 인터뷰를 진행한 신형건 시인은 그가 ‘동시의 주인은 아이들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시인은 재치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동시보다는 진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를 써왔다. 아이들과 마주하는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요즘 아이들의 지나치게 바쁜 일상을 실감했던 시인은 아이들이 다시금 소중한 추억으로 두고두고 되새길 만한 장면들을 만들어 내며 살아가길 소망한다.
‘햇볕을 듬뿍 쬐어야 해요!/봄날 병아리처럼요?//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해요!/청둥오리 떼처럼요?’(「우울증 처방전」)하는 명랑한 문답은 우울이라는 병증에 익숙한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제시하는 천진한 해법인 듯하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시인의 걱정 어린 마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봄날 병아리처럼 햇볕을 듬뿍 쬐고 친구들과 맘껏 어울려 자라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은 동시집 『바다로 간 우산』이 아이들의 마음을 봄 햇살같이 따듯하게 덥혀 주길 기대해 본다.
첫댓글 김영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
에효,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업일정이 겹쳐 세미나에도 못가서 넘나 아쉬운데. 소개까지 감사해요.
곧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