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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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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1 동 성문 앞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수문장은 이미 그 호기를 잃었다. 철기군들이 관문의 십여명 군졸들을 에워싸고 있다.
견훤 무얼 그리 꾸물거리느냐? 어서 베어라.
추허조 베라!
그제서야 수문장은 정신을 차린다.
수문장 이.... 이보시오.... 자, 장군....?
견훤 .......?
수문장 여긴 수달 장군의 영역이요... 날 베면 후.. 후회할거요....
견훤 베라!
수문장 ....... 사.... 살려주시우..... 살려.....
견훤 베라!
견훤은 요지부동이다. 드디어 애상의 칼날이 번득인다. 수문장이 고꾸라지며 나뒹군다.
일순 어린 신검의 눈을 가리우는 박씨부인.
공포에 사로 잡힌 그 곳 군사들의 모습에서...
견훤 지금부터 이 관문은 우리가 맡는다. 군의 기강은 관문부터 바르게 서야 하는 것이니라. 군사들은 소속부대로 돌아가 다음의 군령을 기다리고..... 도적들은 썩 돌아가라.
추허조 무엇들 하느냐? 네 놈들도 목이 달아나고 싶으냐?
그러자 수문장의 수하들과 수달의 패거리들이 우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한다.
능환 수달이란 자의 위세가 가히 짐작이 가옵니다. 관문부터 이 지경이니....
견훤 군사를 두엇 남겨놓고 가세.
두 사람 예, 장군.
철기군 몇이 관문에 가서 선다. 견훤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씬 2 금성(나주) 거리
견훤과 철기군들이 오고 있다. 지나치는 행인들의 모습이 모두들 움츠려 들어 있다. 이들 관아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인의 비명 소리가 들려 온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아낙이 급히 도망치고 있는 것이 보이고, 그 뒤를 따라서 대여섯명의 군관과 군졸들이 히히덕거리며 술병을 든 채 쫓는 것이 보인다.
군관 네, 이년.. 거기 서지 모..못할꼬?
비틀거리며 쫓던 군사들과 군관이 견훤들을 보았다. 멍하니 견훤을 보다가 묻는다.
군관 들 누구시우?
추허조 허, 이거야.... 난장판이로구먼...
군관 들 누구시냐니까?
능환 너는 누구냐?
군관 본영에 있는 군관이우. 댁들은 대체....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추허조의 등채가 날아간다.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는 군관
추허조 군관이라는 자가 백주대로에 술을 마시고 부녀자를 희롱하다니.... 정신이 나간 놈이로구나.
군관 아니, 이 자들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술이 취해 칼을 빼려하는데 다시 등채가 몇 번 연거퍼 날아간다. 끝내 나가자빠지는 군관.
추허조 이 놈을 어찌하오리까?
능환 군율로 다스려라.
추허조 이 자를 끌어다 참하라.
명령 일하, 철기군들이 군관을 끌고 간다. 그리고 잠시 후, 군관은 미처 영문도 모른 채 비명 소리를 내며 죽음을 맞는다. 함께 있던 모든 군사들이 얼어 붙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정신들을 차리고 우 도망치기 시작 한다.
추허조 네 이놈들, 거기 섯지 못하겠느냐?
그러자 둘은 가다 말고 제자리에 섰고 나머지는 그대로 줄행랑을 놓는다.
추허조 무엇들 하느냐? 서라벌에서 너희들의 어른이신 견훤 장군이 오셨느니라. 썩 앞서서 뫼시지 못할까?
그제서야 그들은 정신없이 허둥거리며 이들의 앞을 서기 시작 한다. 연도의 백성들이 놀라운 눈으로 웅성거리며 보고 있다.
백성1 서라벌에서 온 장군이라네.
백성2 허어, 군관을 죽였지 않은가?
씬 3 그곳 금성의 미다부리정 군영(관아)
태수 (E) 무어라! 수....수.. 문장의 목을 쳐!
씬 4 동 태수 별실 외경
태수가 뻥한 표정으로 숨을 헐떡거리고 고하고 있는 군관 1을 보고 있다. 그 군관은 조금 전 길에서 먼저 도망친 자이다. 태수는 연신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태수 모..... 목을 쳤다? 수문장도 죽고.... 그리고 뭐? 본영의 군관도 길거리에서 목을 베? 군관 1 예, 태수 나으리.
태수 (탁자를 치며) 대채 어떤 자들이기에....
군관 1 서라벌에서 온 견훤 장군이라 했사옵니다.
태수 견훤? (고개를 외로 꼬다가) 그렇지... 그런 인사가 이리로 온다고 했었지. 맞아... 그게 오늘이었구먼.
군관 1 그렇사옵니다. 기골이 장대한 장군 하나하고 그 수하들이 따라왔사온데... .
태수 그래도 그렇지..... 이 자가 감히 어느 곳이라고.. 인사도 하기 전에 군사들을 베다니? 다시 나가서 알아보아라. 관아의 군사들도 대령하라하고..
군관 1 예, 태수님.
군관 1이 허겁지겁 문 밖으로 나간다. 태수는 연신 고개를 외로 꼰다. 그런데 막 나가려던 군관 1이 되돌아선다.
군관 1 (허겁지겁) 태수님.... 와.... 왔사옵니다. 그 자들이 벌써 왔사옵니다.
태수 왔어?
씬 5 동 관아
태수가 그의 방문 앞에 서있다. 견훤이 수하들과 함께 군례를 드린다. 이미 관아의 군사들도 하나 둘 기웃거리며 나타난다.
견훤 대왕폐하의 영을 받자와 소장 견훤이 미다부리정의 장군으로 왔사옵니다.
태수 ..... (못마땅하게 보고)
견훤 이들은 소장의 막료들이옵니다.
능환 능환이옵니다.
추허조 추허조이옵니다.
애상 애상이옵니다.
태수 (듣고 있다가 손을 저으며) 됐소! 일일이 다 인사듣을 시간도 없고.... 안으로 드시구려.
견훤 예, 태수님. (능환에게) 본영에 군령을 발하여 군적에 있는 관내의 장졸을 모두 집결시키도록 하라.
능환 ..... 예, 장군.
태수 ..... (못마땅하며 안으로 들고)
견훤이 안으로 들어선다. 그 사이 추허조와 능환들이 여기저기 웅성거리며 서 있는 구경꾼같은 관아의 군사들을 보고 있다.
추허조 너희들이 이 곳 영내의 군사들인 모양이로구나?군사들 ...... (모두들 겁을 먹고)
추허조 네 이놈들! 네 놈들이 무슨 구경꾼인 줄 아느냐? 애상이는 뭘 하느냐? 이 놈들에게 군율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거라.
애상 예, (군사들에게) 이 놈들을 바로 세워라!
철기 1 이 놈들 열을 서지 못할까? 바로 서라! 똑바로 서지 못할까!철기 2 바로 서! 줄을 서란 말이다. 똑바로 서라!
삽시간이 소란이 일기 시작한다. 철기군들이 여기저기 날뛰며 그들을 재촉한다. 이미 소문을 들어 알고 있는 그들은 겁 먹은 표정으로 열을 서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그 소란 속에서 태수에게 보고를 하러 왔던 군관 1도 철기군들에 밀려 대열 앞에 선다. 그는 하나도 정신이 없는 표정이다.
씬 6 동 태수 별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다. 태수는 아직도 앞에 앉은 견훤을 묘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견훤이 가져온 장군의 인과 사령장을 되돌려준다.
태수 서라벌에서 온 것은 틀림이 없고.... 서라벌에서 각간어른을 뫼셨다구요?견훤 그러하옵니다.
태수 ...... 덕을 단단히 보셨구려.
견훤 .....?
태수 이 곳 미다부리정은 서남해의 요지요. 이 곳의 장군으로 부임한다는 것은 여간한 배경이 아니고서는 안되는 것이지... 하지만 그 어른도... 이젠 고인이 되셨고....
견훤 ......
태수 가친은 뭘 하시는 분이오? 신라의 귀족은 아닐 테고.....
견훤 상주의 호족이시옵니다.
태수 흠..... 그러시구먼..... 그건 그렇고..... (빤히 보며) 내 들으니 이 곳 관내로 들어오면서 군관을 둘이나 베었다고?견훤 그러하옵니다. 관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와 술 취해 부녀자를 희롱하는 군관을 베었사옵니다.
태수 쯧쯧쯧.... 장군은 아직도 너무 젊구려.
견훤 어인 말씀이시온지.....
태수 세상이 이처럼 어지러운데 일개 지방의 군사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시구려.... 여기는 말이오.. 수달이란 사람이 다 움직여요.....
견훤 그는 도적이옵니다.
태수 서라벌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많은 군사들과 주변의 호족들이 그 수달이란 사람의 덕으로 살아가고 있소.
견훤 태수께서 하실 말씀이 아닌 것 같사옵니다.
태수 이 곳에서 살아보면 알게 될 것이오. 내가 태수라고 해봤자.... 뭐가 있어야지... 말이 군대이지 변변한 장졸도 없고 다스릴 곳은 넓은데... 통솔도 전혀 안되고...
견훤 ......
태수 허허허.... 그나저나... 군관이 둘이나 죽어나갔다기에 한참 놀랬소이다. 역시 젊어요.... 암.... 젊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 그렇고 말구..... 허허허... 곧 여기 호족들과 술이나 한 잔 하십시다.
견훤 ......
씬 7 견훤의 사가 외경(밤)
박씨 (E) 나으리께선 뭐하시느라 여태 안 오시는고?
씬 8 동 방 안
박씨가 신검을 앉혀놓고 시녀 옥이에게 말하고 있다.
박씨 남정네들 사는 세상이란 참으로 무섭구나.
옥이 .....
박씨 하기야 나으리는 늘 그러하셨지 위태위태하셨어. 상주에 있을 때나..... 당신 스스로 서라벌로 훌쩍 떠나실 때나..... 여기선 또 무슨 일이 일어날고? 오자마자 사람들이 죽고 군사들이 슬렁거리고..... 안 그러하냐? 옥아.
옥이 그저 모르는 체 하시오소서..
박씨 그래도 그렇지... 오늘이 이 곳에 온 첫날이 아니냐?
씬 9 동 군영(밤)
관아 뜰, 횃불을 든 수 많은 군사들이 서 있다. 한 오십 명이 될까... 젊은 장정은 얼마 없고 대부분 늙은이와 아이들이 반을 차지하고 있다. 철기군들, 집결해 있는 군사들을 좌우에서 호위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자못 위압적이다.
견훤 이들이 이 곳 본영의 군사들이란 말인가?
군관 1 (눈치를 보며) 그... 그러하옵니다. 나머지는 모두 경계지역에 나가 있고.....
견훤 제대로 된 장정은 없고 모두가 늙은이와 아이들 뿐이구나.
군관 1 어제 오늘의 일이....아.. 아니옵니다. 모두들 생업이 바쁜 지라....
견훤 군역의 의무는 백성의 의무로다. 아니되겠구나. 사흘 간의 말미를 주겠노라 군적에 이름이 올라 있는 자는 모두 제자리로 복귀하라 하라.
군관 1 .....
견훤 지체없이 시행하라. 영이 시행되지 않을 때는 먼저 너의 죄를 물을 것이니라.
군관 1 (다급하여) 하.. 하지만.. 장군! 군사들이 모이고 아니 모이는 것은 소관보다도.... 수... 수달 대장군께서......
능환 네 이놈! 어디서 천한 이름을 일러 대장군이라 하느냐? 네 놈도 목이 베이고 싶으냐! 군관 1 아... 아니옵니다.
견훤 모두 듣거라. 이 곳 미다부리정은 서남해를 지키는 넓고도 큰 요새로다. 이처럼 나태해 있으니 어찌 해적들이 출몰하지 않으랴... 이제부터 나와 함께 온 철기군들이 너희들을 강한 군사로 만들 것이다. 허조야.
추허조 예, 장군.
견훤 이들의 신원을 모두 파악하고 내일부터 훈련에 임하라 하라.
추허조 예, 장군.
견훤 철기군들도 이들을 재무장시키는데 게을리하지 말 것이다.
철기군 (모두) 예.
견훤, 돌아서서 내아 쪽으로 들어간다. 능환과 능애가 따라간다. 그리고 연이어 추허조와 애상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추허조 바로 서라! 너희들은 군인이니라. 철기군들은 뭘 하느냐? 열에 서지 않는 자는 모두 끌어내라.
그 부산한 철기군들의 모습에서.....
씬 10 동 내아
견훤은 생각이 많다. 능환, 능애가 마주 앉아 있다.
능환 나으리.... 하늘이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시는 모양이옵니다.
능애 무슨 소린가?
능환 군에 기강이 말이 아니고..... 관리들은 모두 썩었사옵니다. 수달이란 도적이 사실상 이 곳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고...
견훤,능애 .........?
능환 이 곳 서남해가 어떤 곳이옵니까? 들판은 넓고 땅은 기름져서 옛부터 신라 최대의 곡창지대가 아니었사옵니까? 견훤 그야 그렇지.
능환 헌데 그런 곳이 이렇게 버려져 있사옵니다. 여기다 씨만 뿌린다면...
능애 그게 그리 쉽겠는가?
능환 물론 쉽지는 않겠습지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군사들과 백성들의 인심이올습니다. 우리 철기군을 기반으로 수 많은 철기부대를 다시 이르키고... 세를 불려야 할 것이옵니다. 주군께서는 어쨋든 이 곳의 장군이시옵니다. 명분이 있사옵니다.
견훤 더 급한 것은 먼저 수달을 잡아야 한다는 걸세.
능환 그에 관한 일은 이미 아우님과 의논이 있었사옵니다.
견훤 무슨 의논?
능애 수달이란 자를 잡을 덫을 마련중에 있사옵니다. 다행이 애상이가 미리 와서 여러 정보를 수집해 놓았사옵니다. 저 자들이 움직이는 길목과 수달을 돕는 영내의 군관들과 군사들, 그리고 그 자가 부리고 있는 측근의 수하들 말이옵니다.
견훤 .......?
능환 수달이의 손발을 묶어가면서 치명적인 급소를 치자 했습지요.
견훤 ........ (끄덕인다)
능환 지금도 포구에는 수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선들이 가득하다 하옵니다. 밀무역선들 말이옵니다.
견훤 .....?
능환 의외로 기회가 빨리 올지도 모르겠사옵니다.
견훤 ......
씬 11 수달의 집 외경
초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안에서 왁자한 웃음소리들이 들려온다.
씬 12 동 집안
수달과 태수, 그리고 근방의 호족들이 술판을 즐기고 있다.
수달 (과장된 웃음) 핫하하하....... 듣고보니 재미 있구료. 이번에 온 그 견훤이라는 자가 그토록 용맹해요?태수 웃으실 일이 아니올시다. 젊은 패기가 하도 드세놔서 졸던 닭처럼 빌빌하던 군사들이 금방 군기가 잡히더이다.
호족 1 허허허.... 그렇소이까?
수달 그러니까 재미있다는 겝니다. 언제 군인다운 군인이 이 곳에 와본 적이 있소이까? 그래도 제깐에는 장수라고 한가닥하고 있지 않소이까? 얼마나 대견합니까? 호족 1 그래도 그렇지... 감히 수달 대장군의 수하들을 베다니요?수달 아..... 아... 모르면 그럴 수도 있지요. 아마 그 자도 이 곳에 군사들이 대부분 내 영을 듣는다는 걸 알게 되겠지요.
나총례 허지만... 예사 인물은 아닌 것 같소이다. 함께 온 그 수하들도 그렇구요. 뭐..... 철기군이라 하던가요?수달 하하하... 철기군이라. 거 이름 한 번 거창하구먼...
태수 만만히 보아선 안 될 것 같아요. 저들의 군기가 엄한 것이 마치 날이 선 칼 날 같더이다?수달 허, 그래요? 그렇다면 곧 태수께서 자리를 마련해주시구료. 만나 보고 싶구만...... 내 성미에 꼭 맞아. 사내가 그만은 해야지... 자.. 자 드십시다. 나 수달이와 그 견훤이라는 애송이를 위해서... 드십시다.
모두 와 웃으며 잔을 든다.
씬 13 한 낮의 군영(몽타주)
철기군들이 계속해 끌려오는 군졸들을 군적의 기록과 대조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수 많은 사람들이 신원을 확인받고 있다. 시끌벅적 아우성들이다. 한 쪽에서는 수없이 많은 형틀이 마련 되어있고 비명소리와 매를 치는 소리들이 극을 달리고 있다. 능애가 지휘소에서 그들을 감독하고 있다.?
능애 신원이 확인 된 군사들은 군복을 주어 훈련장으로 보내라. 아직도 나오지 않는 놈들은 가서 모두 잡아와 태형을 가하라. 샅샅히 뒤져서 모두 끌고 오라.
철기군들이 대답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씬 14 그 한켠(훈련장)
군사훈련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높은 단 위에서는 견훤과 능환이보고 있고 그 아래에서 추허조와 상애가 지휘를 하고 있다. 큰 대북이 쉴 사이없이 울리고 구호가 계속된다. 검과 방패를 든 군사들이 열을 지어 수많은 깃발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갖가지 모양세로 열을 바꾸기도 하고 공격대열을 짓기도 한다. 창과 방패, 검술과 봉술이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면면으로 견훤의 무표정한 모습이 계속 더불된다.
태수 (E) 뭐라! 군사훈련?
씬 15 관아 내아
태수가 군관 1에게 보고를 듣고 있다.
태수 그래서?
군관 1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사옵니다. 군적에 오른 자들은 일일이 모두 찾아내서 훈련에 참여시키고 있사옵고..... 불참을 했거나 눈치를 보던 자들은 모두 끌려와 태장을 맞고 훈련장으로 보내지고 있사옵니다.
태수 허허... 이런... 오자마자 일을 벌리는구만 그래.
군관 1 이곳 군영 뿐만 아니오라 포구와 바닷가 여러 고을에도 철기군들이 내려가 군사들을 샅샅이 점고하고 있다 하옵니다.
태수 그래봐야 헛 일이지. 누가 말을 듣겠는가?
군관 1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하도 엄하게 군법으로 시행하는지라....
태수 (그제서야) 그래?
군관 1 이번에 온 견훤이라는 자는 아주 지독한 놈인 것 같사옵니다.
태수 흥.. 그래봤자지.. 이렇게 되면.. 결국은 제가 다치지.... 암.... (그러다가) 헌데..... 젊은 놈이 그렇게 야무지다 말이지... 허허 그참....
군관 1 뿐만 아니옵니다.
태수 또 뭐가 있어?
군관 1 거리마다 방이 붙었사옵니다.
태수 바....앙....?
군관 1 예, 태수 어른.
씬 16 거리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보고 있다. 곳곳에 방이 붙었다.
방의 내용은 이러하다. “밀무역을 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 군사로서 도적에 가담하는 자도 극형에 처한다. 이를 고변하는 자는 그에 따른 후한 상금을 준다.” 이런 내용들이다.
사람들이 서로 끄덕이며 그렇게 보고 있고, 그들 한 편으로 군사들이 순검을 돌고 있는 것이 보인다.
씬 17 수달의 처소 외경
수달 (E) 무엇이라?
씬 18 동 방 안
수달이 나총례와 앉아 있다. 고개를 번쩍 든다. 수달의 수하 들 1, 2, 3, 4가 있고 곰치가 전말을 보고하고 있다.
수달 사형이라? 밀무역을 하는 자는 사형이라... 군사로서 이에 가담 하는 자도 극형이고...?곰치 우리 얘기를 고변하는 자에게는 상을 준다고도 하였사옵니다.
나총례 허어.... 세상을 몰라도 유분수지....
수달 그러니깐 그 견훤이라는 놈이 나를 겨냥하는 수작이렸다. 이놈이 지금쯤 내소문를 들었을 텐데 인사는 아니오고... 뭐가 어째? 나총례 아무래도 예사놈이 아니올시다.
수달 철 없는 놈이로고... 뜨거운 맛을 한 번 봐야겠구먼....
나총례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소이다. 나도 들었는데.. 이번에 온 자는 좀 다른 것 같습디다. 온 금성 관내가 지금 아주 시끄럽다고 하더이다.. 군적에 올라 있는 자들은 다 잡아다가 훈련장에 몰아 넣고... 늦은 자들은 볼기를 치고....
수달 그래요? 이 자가 그런데.....?
나총예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군사들은 겁을 먹고 있고 많은 물건들이 계속해 포구에 와 있고... 또 올 것이고.....
수달 하하하하..... 이보시오.. 나장자... 우리가 누구요? 이 일대의 서남해 바다가 다 우리 두사람 영역에 있소이다.
나총례 저들은 일당백이라 하더이다. 그네들 수 십명에게 수 백이나 되는 군사들이 숨을 못쉬고 있소이다.
수달 겁 많은 백성들이란 그런 것이오. 아니되겠구먼.. 천하의 나장자께서도 이러하시니... 이번 기회에 맛을 보여주십시다. 곰치야.
곰치 예, 나으리.
수달 지금 포구 밖에 와 있는 짐배들을 모두 강줄기로 끌여들이고 보란 듯이 물건을 풀어 옮겨라.
곰치 예?
수달 견훤이란 자를 한 번 시험해 보자꾸나.
곰치 그렇다면 관군들과 싸움이 붙을 터인데요.
수달 여기에 관군이 어디 있느냐? 이번 일은 곰치 네가 나서서 해라. 허풍이나 떠는 그 놈들에게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 주어라.
곰치 예, 나으리.
수달 코를 납작 하게 해주어라. 다시는 까불지 못하도록..
곰치 예, 나으리.
수달 나가봐!
곰치 예.
나총례 (곰치가 나가면) 이보시오. 장군, 그보다도 먼저 적당한 타협을 보시는 것이...
수달 아닙니다. 아이들이란 어릴 때 버릇을 잘 가르쳐 놓아야 해요. 하하하하..... 귀여운 놈 같으니라고... 술이나 한 잔 합시다.
나총례 ........
씬 19 나주 포구(밤)
여러 척의 배들이 불빛을 밝히고 대기해 있다. 수달의 부하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씬 20 견훤의 내아
견훤과 능환, 추허조와 능애, 애상들이 모여있다. 모두 긴장된 표정들이다.
능환 포구의 배들이 움직여요?
능애 그렇다고 하더군.... 당나라에서 온 배들인데 수달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더군. 밀무역선이지.
견훤 (좌중을 보며) 세간에 표정들은 어떠한가?
능애 모두들 움추려 있사옵니다. 이번 일이 어찌 될 것인가들 하고....
추허조 수달이란 사내는 오래도록 바다에서만 살아온 작자이옵니다. 그자의 본 이름은 능창이라 하옵는데 하도 물길을 잘 알다보니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사옵니다.
견훤 그랬구먼.. 수달이라... 허허허허.... 별명치고는 쓸만하지 않은가?능애 세력이 만만치 않사옵니다. 그 넓은 지역의 해안과 섬 곳곳에 그의 수하들이 깔려있다 들었사옵니다.
추허조 허지만 그 자가 내륙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영산강 줄기이옵니다. 말하자면 수달이란 자의 목줄은 그 강줄기에 달려있지요. 물건을 어디서 푸는지도 알아냈사옵니다.
견훤 이번에 보란 듯이 배를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와 일전을 해보겠다는 것이야.
추허조 그렇게 보아야겠습지요. 우리도 준비를 끝냈사옵니다.
능환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한 판이다. 허조야, 이번에 네가 지게되면 나으리와 우리는 여기를 떠나야 해.
추허조 형님도 참.... 이 허조를 뭘로 보는 것이오?
능환 어떻게 싸울 것이냐?
추허조 일단 금성 안에 있는 놈들의 수는 대략 일백여명 정도 되는 것 같소이다. 우리 철기군 30여명으로 저들을 상대하자면 지리적 여건을 잘 고려해야 하겠지요.
능환 그리고....?
추허조 물건을 강에서 끌려올려 산길로 몇십리 이동을 하는데 도중에 좁은 협곡을 지나게 되어 있습니다.
능애 그중 다행이로군먼...
추허조 우리 철기군을 지름길로 해서 그 쪽으로 은밀히 이동시켜 매복했다가 순식간에 덮칠 생각입니다. 옛날에 나으리께 오기 전에 많이 해본 가락이 있사옵니다. 허허허...
능애 곳곳에 첩자를 풀었을 것인데...
추허조 그래서 각자 분산해서 거기에 모이기로 했습지요. 우리는 수가 적고... 저놈들은 많고.... 우리가 유리 합니다요.
견훤 그렇기는 하다. 우린 정예병이고 저들은 오합지졸이다. 수달을 꼭 잡아야 한다. 꼭....
추허조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생각하는 견훤의 얼굴에서.....
씬 21 강변(밤)
넓은 강줄기를 타고 몇 척의 중소형 배들이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지나쳐가면....
씬 22 그 강변 산길
수많은 수달의 부하들이 가고 있다. 곰치가 수하들과 앞선다. 군관 1의 모습도 보인다.
씬 23 수달의 집
초병들이 대낯처럼 횃불을 밝히고 지켜 서 있다.
씬 24 동 집안
수달이 표정이 굳은 채 생각에 잠겨있다. 나총례가 보고 있다.
나총례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우리가 움직이고 있는데도 저들은 아무 기척이 없어요? 수달 겁이 나는 모양이지요.
나총례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달 걱정할 것 없소이다. 여긴 우리들의 땅이올시다. 이 곳의 대호족이신 나장자님과 바다의 주인인 나 수달의 땅이예요.
나총례 그렇기는 합니다만....
수달 어치피 부딪쳐야 합니다. 우리는 이 일을 계속해야하고... 또 많은 호족들이 우릴 보고 있어요.... 그리고 견훤의 군대에 속한 군사들이 이번에도 또 일을 거들고 있고요...
나총례 .......?
씬 25 강변 어느 곳 (밤)
도적들을 이끌고 곰치와 군관 1이 먼 강변의 산야를 보고 있다.
곰치 그토록 요란들 하더니 어째 견훤의 관군들이 하나도 안보여? 군관 1 그러게 말일세.
곰치 첩자들 말로도 별일이 없다는군 그래. 견훤이 있는 그 쪽도 조용하다는게야. 하기사 제 놈들이 어쩔게야? 관군인 자네도 우리 편인데... 허허허.... 이번에도 자네 한 주머니 챙기겠네 그려.
군관 1 그래야 먹고 살 게 아닌가?
곰치 우리 수달 장군님께 충성을 다해 보게. 더 큰 상을 내리실게야.
씬 26 강변 숲속
카메라에 가까이 잡혀드는 강변의 배... 수 많은 짐바리들이 곰치의 많은 부하들에 의해 내려지고 있는 것이 멀리 보인다.
추허조 그 동안 애상이 네가 아주 일을 많이 했구나.
애상 어인 말씀을요.
추허조 저 놈들이 곧 이동을 할 게다. 수하들은 잘 배치를 했겠지?애상 이를 말이옵니까. 산 허리를 타고 지름길로 왔기 때문에 놈들은 우리가 여기 근처에 와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 겁니다요.
추허조 그럼 되었다. 놈들이 저 계곡길을 지날 때 길이 좁아 한꺼번에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때 뒤에서 섶에 불을 지르고 좌우에선 화살을 퍼부어라.
애상 예.
추허조 놈들은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았어. 그게 잘못된 거야.
이들 다시 숲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씬 27 그 산 협곡 길
많은 짐바리들과 수달의 부하들이 길게 오고 있다. 추허조와 애상들이 보고 있다. 얼마만큼 왔을 때... 길 정면으로 추허조가 모습을 드러낸다.
추허조 네 이 놈들! 무엇하는 놈들이냐!
곰치 아니...? 견훤의 군사들이 아닌가?
군관 1 맞네...
곰치 언제 여기에 숨어 들었지?
추허조 네 이 도적놈들... 밀무역을 하는 해적들이로구나. 수달이란 놈의 부하들이냐?곰치 오냐, 이 겁 없는 놈아. 네 놈은 견훤이란 애송이의 수하로구나. 그렇지 않아도 기다렸다. 오늘 맛을 제대로 보며주마... 얘들아 쳐라!추허조 하하하... 딱한 놈들.... 철기군들은 무얼 하느냐?
소리와 동시에 어둠속에서 군사들이 일어나면 화살이 비오 듯 쏟아진다. 삽시간에 수 없이 쓰러지고... 도망치고... 아우성이다.
곰치 엉?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게야! 어느새 놈들이 저렇게 많이 와있었단 말이냐? 놈들이 숲 속에 숨어 있다..... 쫓아라!
그러나 화살은 더욱 더 쏟아진다. 마구 쓰러지는 수달의 수하들... 곰치, 양 옆에서도 마구 쓰러져 나뒹군다.
곰치 기습이다. 기습에 걸렸다. 매복이야. 후퇴하라. 모두 물러서라.
군관 1과 도적들이 돌아선다. 그러나 뒤 쪽에서 섬광이 일기시작한다. 바위가 절벽으로 솟아있는 강변에서 불길을 단 섶들이 마구 쏟아져 내린다. 비명소리들.... 불길 속에서... 그 아우성들..... 드디어 추허조와 애상들이 군사를 이끌고 이들을 치기 시작한다. 철기군들은 무섭게 그들과 싸운다. 적들이 수 없이 나뒹군다. 곰치와 추허조가 만난다.
추허조 네 이놈! 네 놈이 이들의 괴수로구나? 잘 만났다.
곰치 어서 오너라. 이 놈아.
추허조 허허허, 너희들은 너무 어리다. 이런 건 옛날에 나도 많이 해보았다. 너희는 우리를 너무 얕보았어. 받아랏..
그들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그러나 추허조의 상대가 아니다. 몇 합만에 비명을 지르며 나뒹군다. 추허조는 쓰러진 그를 다시 찌르려하다가 이번에는 군관 1이 달려들자, 그를 맞는다.
추허조 못난 놈. 관군의 신분으로 도적의 편을 든단 말이냐? 후회하지 말렸다.
군관 1 네 놈은 모른다. 관에서 무얼 해 주었느냐? 진짜 도적은 네 놈들이다.
추허조가 그 말을 듣고 잠시 숙연해진다. 그러나 무작정 덤벼오는 군관 1을 보고는 검을 든다. 그리고 몇합...
추허조 나를 원망하지 말라. 어차피 살아도 너는 참형을 면치 못한다.
그리고 두어 합만에 군관 1은 가슴을 베이며 쓰러진다. 그 사이 어느새 곰치는 달아나고 보이지 않는다. 곳곳이 아수라장이다. 여기저기 도적들이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기 시작한다.
추허조 무기를 버리는 자는 살려주어라.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마라.
그 혼란의 와중에서 디졸브........
씬 28 견훤의 거소 외경(새벽)
여명이 밝고 있다.
씬 29 동 집 사랑
견훤이 중앙에 앉아 있고 능환과 견훤의 동생 능애가 굳은 표정으로 좌우에 앉아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능환 주군 날이 밝고 있사옵니다.
견훤 .................
능애 추허조가 간 일이 성공한 모양이옵니다. 일이 잘못될 경우 전령을 통해 연락을 해주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무 기척이 없지 않사옵니까?능환 주군께서 자랑하시는 철기군이옵니다. 해낸 모양이옵니다.
견훤 ................
수달 (E) 이상한 일이 아닌가?
씬 30 수달의 집 마당
군사들이 초조하게 서 있다. 카메라 방 쪽으로 잡아들면....
씬 31 동 방 안
수달과 나총례가 그렇게 마주 앉아있다. 수하 1, 2, 3, 4와 수달도 긴장되어있다.
나총례 지금쯤 무슨 소식이 와도 벌써 왔어야 할 게 아닌가? 나 이거야 참.
수달례 ....... 별 일이야 있겠소이까? 아직까지는 군영의 군사들은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고 하지 않소이까? 그렇다면 지금쯤 벌써 가타부타 소식이 있어야지요?
그 때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들려온다. 바짝 귀를 기울리는 두 사람.
소리 (E) 장군님, 수달 대장군님.....
수달이 문을 확 열어제치며 일어선다.
씬 32 다시 동집 마당
피투성이의 곰치가 수하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모습이다.
수달 ...... (이미 모든 걸 파악했다) 곰치가 아니냐? 곰치 자.... 장군... 소... 송... 구... 하옵니다. 당했사옵니다.
나총례 .....
수달 저들은 군사들을 움직이지 않았다 들었다. 당하다니? 곰치 소... 송... 구하옵니다.
수달 ....(분노를 삼킨다) 곰치 네가 당하다니? 네가! 곰치 장군.... 저들을... 만만히... 보지... 마오소서.... 이미... 우리를 훤히... 읽고 있었사옵니다.
수달 데리고 간 수하들은 다 어찌 되었느냐?
곰치 대부분이.... 죽거나....포로가 되었사옵니다.요...용서...하시오소.....
곰치가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수달의 얼굴에 경련이 일고 있다. 나총례도 하얗게 굳어진다.
수달 이노옴...... 견휜이 이놈! 이제보니 꽤나 뱃포가 있는 놈인 모양이로구나.... 오냐....! 그렇다면 두고봐라......!
그 분노의 표정에서....
씬 33 저자거리
많은 포로들과 짐바리들이 길게 옮겨지고 있다. 추허조와 애상이 마치 개선장군처럼 일사불란한 철기군들을 이끌고 오고 있다. 연도의 백성들이 보고 있다. 그들 그렇게 사라져가고.... 디졸브.
씬 34 견훤집의 사랑
견훤들이 여전히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밖에서 박씨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박씨 (E) 나으리, 찻상 대령이옵니다.
견훤 들여오시오.
박씨가 찻상을 들고 들어와 놓으며 찻잔에 따르고 의자에 앉는다. 눈치를 보다가 묻는다.
박씨 밤새 모두들 한잠을 못 주무셨사옵니다.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견훤 일은 무슨..... 자 차들 마시게.
두사람 예.
박씨 지난 밤에 나으리의 군사들이 모두 어디론가 가는 걸 보았사옵니다. 어떻게 된 일이옵니까?견훤 (그제서야 미소) 물짐승 한 마리를 혼내러 갔다오.
박씨 예?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E) 장군, 철기군들이 돌아오고 있사옵니다. 장군!
비로소 견훤과 능환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 미소에서....
씬 35 견훤의 군영 뜰
잡혀온 포로들과 철기군들이 모여 있다. 견훤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추허조 장군, 이 자들을 어찌 하오리까? 영을 내려주시오소서.
견훤 도적들이 아니냐?
추허조 그러하옵니다.
견훤 이들 중에 군사로서 도적에 합류한 자들이 있다고 들었느니라.
군사들 .....(파랗게 질리고)
견훤 마땅히 참형으로 다스린다 하였다..... 그러나... 나도 배고픈 서름이 얼마나 큰 줄은 안다. 이미 주모자인 군관이 죽었으니 이번만은 불문에 부친다. 허나 차후에도 군사로서 도적에 가담한 자 있다면 반드시 목을 베리라. 모두 풀어주어라.
죽는 줄 알았던 포로들은 연거퍼 고맙다고 절을 한다.
군사 1 고맙사옵니다. 장군님.
군사 2 고맙사옵니다.
견훤 또 이르노라. 우리가 압수한 도적의 물건은 배고픈 군사들과 저자거리의 가난한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어라.
철기군들 (일제히) 예.
추허조 뭣들 하느냐? 즉시 시행하라.
아우성. 그 부산함 속에서... 견훤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씬 36 저자거리
끝도 없이 열을 지은 가난한 백성들이 양식을 배급받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백성 1 세상이 이런 날도 다 있네...
백성 2 견훤 장군에게 수달의 부하들이 떼로 죽었다더군...
백성 3 이 양식도 수달의 것이라네..
백성 1 아무렴 어떤가? 관에서 주는 곡식일세. 이게 얼마만인가?
씬 37 바닷가
견훤과 능환이 말을 타고 순시 하고 있다. 먼 바다를 보는 견훤.
능환 주군...
견훤 .....?
능환 이번 일은 허조가 잘 해냈사옵니다. 허나 수달이 잠자코 있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견훤 그렇겠지.
능환 수달은 바다에 관한한 그 힘이 크고 넓습니다. 그를 꼭 잡아야 하옵니다. 신라가 얼마나 가겠사옵니까?견훤 ........
능환 수달을 잡으면 서남해를 얻으실 수가 있고 서남해를 취하시면 삼한을 얻으실 수 있으실 것이옵니다.
견훤 생각이 같네. 자네는 언제나 나를 명경처럼 들여다 보고 있네 그려,이제부터일세. 천하는 넓네. 얼마나 많은 곳에서 그 많은 호걸들이 이 난세를 기회삼아 일신을 일으키려 하고 있겠는가....?
그러한 견훤의 얼굴에서 디졸브 되면서 몽타주로...
씬 38 몽타쥬
그 부산한 예성강 포구의 모습과 송악성의 외경들이 맞물려 든다. 해설과 함께 치열 하게 무예 공부를 가르치는 변사부와 이를 배우는 왕건의 동작들이 계속되면서.... 지켜보는 왕륭부부와 왕평달과 마사부들.... 송악성의 군사들이 조련하고 있는 그 훈련장에서 왕건의 온갖 무예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그 슬로우 모션에서....
해설 견훤이 서남해에서 수달이란 강적과의 운명을 건 싸움에 전력을 다 하고 있을 그 무렵, 이 시대의 주인공인 송악의 왕건은 여전히 그의 사부들로부터 무예와 학문을 전수 받기에 여념이 없었고, 죽주의 기훤에게 의탁한 궁예 또한 아직은 이렇다할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 채 언젠가 다가올 세월을 기다리며 서서히 그곳의 인심을 모아 가고 있었다.
죽주성의 몽타쥬로 이어진다. 궁예와 종간들이 오고 있다. 사람들은 궁예들을 향해 일제히 탄성을 올리고 합장하며 수 없이 고마움들을 표하고 있다. 마당이 온통 병자들과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자리를 펴고 그들을 돌보는 궁예들의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부처와도 같이 온화해 보인다. 저만큼에서 신원과 원회가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다.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의 그 눈빛과 모습들에서..... 궁예는 이미 급격히 인심을 모아가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해설 우리는 여기서 이 두 사람은 잠시 접어두고 견훤에 대한 얘기를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는 견훤이 이들 중 나라와 도읍을 세우는데 있어서 제일 빠른 행보를 내딛였기 때문인 것이다.
씬 39 견훤의 관아 외경
지켜선 초병들의 모습이 완전히 군기가 들어 있다. 우렁찬 기압소리들이 들려온다.
씬 40 동 훈련장
철기군들이 군사들을 조련 하고 있다. 수 백의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 추허조와 애상들의 위엄이 돋보인다. 그 훈련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대북소리와 소라소리들.. 깃발들이 출렁거리고.... 진법 연습이 한창들이다.
씬 41 견훤의 거소(집무소)
견훤이 서남해 일대의 지형도를 살피고 있다. 능환이 옆에서 거들고 있다.
능환 본래 우리 미다부리정의 관할은 여기서부터 이 곳까지 방대하옵니다. 바닷가 전역에 미쳐있고 이 많은 섬등이 모두 포함되옵니다견훤 허어.......
능환 바로 옛 백제 땅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사옵니다. 내륙으로 보시오소서. 이곳 금성이 속해 있는 무주를 포함해서 윗 쪽으로 무진주에 이르기까지 실은 미다부리정의 군영에 속한다 할 것이옵니다.
견훤 그렇구먼
능환 그러나 지금은 곳곳이 찢겨져 있사옵니다. 신라군이 있는 곳은 서라벌에서 도독들이 나와 있는 큰성인 여기 무주, 무진주정도이고 나머지 군, 현들은 모두 제 각각 입니다. 그러니까 수달이 마음 놓고 신라의 관군들을 없수히 여기는 것이옵니다.
견훤 ....................
능환 주인이 없는 땅이올습니다. 여기서 일어나시면 저 광활한 대륙의 어디로든지 가실 수 있사옵니다.
견훤 주인이 없다..........그럴까?....지금으로서는 수달이 이곳의 주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능환 그야 그렇사옵니다. 잠시 동안 이지만 말이옵니다.
견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우리에게 당한 이후로 젼혀 반응이 없어.
능환 그 자는 꼭 다시 싸움을 청해 올 것이옵니다.. 자존심이 다쳤으니까요.
씬 42 수달의 거소
수달과 나총례, 태수와 호족들이 모여 있다. 표정들이 굳었다.
수달 우리는 그동안 태수님과 관청에 적지 않은 도움을 드렸소이다.
태수 ...(입맛만 다시고)
수달 헌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잘못들어와 온 연못에 흙탕물을 일으키고 있어요. 이를 잡아야 겠소이까, 말아야 겠소이까?태수 잡아야...겠지요.
수달 이 수달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일대 망신을 당했소이다. 해안에 나가있는 나의 군사들을 다 모은다면 수 백은 됩니다.. 그러나 내가 군사를 이르키면 반란이라 할 것이고...
호족들 ................?
수달 그렇다고 태수께서도 아무 힘을 못쓰시고.... 그러다보니 얼간이 같은 백성들은 벌서 수 백명씩 견훤이란 놈의 군영에 끌려가 군사가 되버리고....이렇단 말이외다.
호족 그래요. 군사들 훈련 하는 소리에 이 금성 관내가 들썩들썩 합니다. 예전에 없던 일이예요.
수달 저 놈이 아주 교활한 놈이예요. 한쪽으로는 군사들을 겁을 주면서..또오 내 물건을 가지고 후하게 인심을 써가면서...아무래도 저 놈을 없애야 겠어요.
태수 어떻게요?
수달 거창하게 군사를 이르킬 것도 없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불러내서 목을 베버립시다.
나총예 그게 쉽겠소이까?
수달 그러니까 태수께서 도와야지요. 철기군인가 뭔가 그놈들을 떼어버리고 견훤이란 놈만 내가 정해놓은 연회장으로 데려와 안으로 들이시오. 그렇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해지는 거예요.
태수 ... 그... 그렇겠구료. 하긴 그래요. 이 자가 그래도 엄연히 내가 상전인데 알기를 우숩게 알고..... 근본도 모르는 것이....
수달 핫하하하.... 근본이요? 태수님 같은 귀족은 아니겠지요. 신라의 귀족 같으면 그렇게 목숨 아까운줄 모르고 날뛰겠소이까?태수 어흠....흠...
수달 뭔가 묘한 구석이 있기는 있어요. 듣자하니 상주에서 왔다던데..도적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태수 도적이요?
수달 그건 좀 더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하여간에....길게 시간 끌것 없이 그저 간단 하게 없애버리는 거요. 그리고 적당히 보고를 하면 될 게 아니요?나총예 언제.... 그 일을 하시렵니까?
수달 빠를 수록 좋아요. 오늘 저녁에 부릅시다.
태수 저녁에..?
수달 태수가 직접 데려 오시구료. 여기 나장자님의 별채로 부르도록 하십시다. 거기가 음침한 것이 아주 장소가 좋아요. 거기서 쥐도새도 모르게 목을 자릅시다.
사람들 모두 긴장해서 수달을 본다. 수달의 굳은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