兄弟投金
얼마 전 놀랍고 안타깝게도 경기도 화성에서 엽총으로 80대 친형 부부와 파출소장, 그리고 자신을 해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결국 밝혀진 것은 역시 ‘돈' 때문이라고 합니다.
숨진 형에게 2008년 재개발 토지 보상금으로 받은 돈 중 일부 (10억원 중 3억)를 달라고 했는데, (조카가) 아무 설명 없이 돈을 달라고하는 요구를 거절하자, 치밀한 계획 속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죠. 형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했을까요? 형제투금(兄弟投金)입니다. 형제가 던질 투, 금 금, 금을 던져버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나오는 고려 공민왕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 형제가 길을 가던 중, 동생이 길에서 금덩이 2개를 주웠다고 합니다.
동생은 그 중 하나를 형에게 주었죠. 그리고 지금의 서울 강서구 개화동 근처인 공암진(孔岩津)에서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동생이 갑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금을 강에 던져 버리는 것입니다. 깜짝 놀란 형이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 때 동생이 하는 말이 "형님, 제가 평소에 형님을 얼마나 좋아하고 따르는지 아시지요. 그런데 조금 전에 금덩어리 하나를 형님께 드리고부터는 자꾸만 형님을 싫어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겁니다.
그러니 이 금은 분명히 좋지 못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제 나쁜 마음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려고 금을 강물에 던져 버렸습니다." 사실 형도 동생과 같은 마음이 있었기에, 금을 강물에 던져 버렸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동생이... 혹시 이 시조 아시나요?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라는 시조(時調)를 지은 고려말 대학자 이조년입니다.
이조년
[ 李兆年 ]
고려 후기 때의 문신. 본관은 성주(星州). 자는 원로(元老), 호는 매운당(梅雲堂) · 백화헌(百花軒). 농서군공(隴西郡公) 장경(長庚)의 아들이다. 1294년(충렬왕 20) 향공진사(鄕貢進士)로 문과에 급제하여 안남서기(安南書記)에 보직되고, 이어 예빈내급사(禮賓内給事)를 거쳐 지협주사(知陜州事) · 비서랑(秘書郎) 등을 지냈다.
형제가 금을 던져버리다라는 형제투금, 바보같이 보이시나요? 그런데 얼마를 주면 내 형제를 세상에서 가질 수 있을까요? 돈과 재물을 넘어 인간이 추구해야 할 바가 따로 있다는 선조의 이야기입니다. 재물보다 형제 간의 우애가 소중하고 절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 형제, 자매를 두고 있는 분들은, 금보다 소중한 우애를 전화로라도 한번 표현해보면 어떨지요.
첫댓글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물질을 뛰어넘는 형제간의 우애가 참으로 아름답슴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