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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서 오리발을 신을 때 모래가 많이 끼어들어가는 바람에
오리바위 출발점에서 해파리 뜨기하며 오리발을 벗어서 모래를 털어내고 다시 신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젤로 불만이었던 점.
우리 조는 핑크색 수모를 지급받았습니다.
이걸 어디다 써먹냐구요.
TI 수모도 잃어버려서 수모 하나 생기나 했더니 여자한테 줘야겠군요..
각 조마다 조장은 노랑모자를 쓴 채 선두에 서고
3조와 4조는 구조보트가 감시가 용이하도록 약간의 거리만 두고 같이 갑니다.
3, 4조에는 철인이 너덧분 계셨고 마라-제주 건너신 분도 있고
한반도 횡단 달리기를 완주하신 분도 계셔서 왠지 든든했습니다.
이분들만 따라가면 되는구나 믿음을 가졌지요.
그리고 우리 조장님은 현직 경찰로 철인에다 작년에 경포바다대회를 슈트 없이 맨몸으로 쉽게 완영하신 분이었구요.
대회 직전에도 맨몸으로 가겠다 그러셨는데 날씨가 좋질 않아서 이번에는 슈트를 입으셨습니다.
안목등대로 가는 건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처음에는 수중 시야가 3미터 정도 밖에 안되고 발밑이 완전히 깜깜해서 좀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주최측 얘기로는 수심이 7미터라고 하더군요.
헤드업을 너무 띄엄띄엄 하다가 뒷분한테 방향지시를 받고
그 후로는 3-4번 스트로크에 한번씩 헤드업을 하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3조에서는 두 분 정도가 계속 처져서 그분들을 기다리느라 여러번 입영을 하며 대기해야 했습니다.
결국 중간쯤 가서 두분은 배를 타셨구요.
3킬로쯤 가서 구조보트에서 카스타드와 바나나, 물을 던져줘서 허기를 메웠습니다.
맛있더군요..ㅋㅋ
바다에 봉지를 버리면 해양오염인데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가졌었는데
구조보트에서 그물봉으로 다 수거를 하더군요.
그리고 수중사진사한테 기념사진도 찍히구요.
이렇게 쉬는 동안에 자꾸 저려오는 발가락과 손가락을 주물려주고
쥐 나지 않도록 종아리와 발가락 부분을 스트레칭했습니다.
저는 핀수영만 하면 항상 쥐가 났는데 이번에는 쥐 나지 않도록 스트레칭도 많이 하고 스포츠 테이핑도 하고
강한 발차기를 자제하고 해서 한번도 쥐가 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다행이지요.
나머지 4킬로에서는 바람이 불어서 조류가 밀어주는 바람에 너무나 쉽게 간 것 같습니다.
조장한테만 붙어서 가다 보니까 헤드업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물속에서 오리발만 보면서 갔었니까요.
중간에 많이 쉬었는데도 반환점까지 2시간 5분 정도 걸렸습니다.
너무 쉽게 온 데 대한 보상으로 돌아가면서 힘들 것 같아 한편으론 불안했습니다.
역시나....
반환점을 딱 도니까 거의 숨을 못 쉬겠더군요.
1미터 정도 되는 너울이 계속 밀려오는데,
전방호흡을 하면 물 먹는 건 둘째치고 일단 파도벽 때문에 전방확인이 전혀 안되었습니다.
파도를 통과하려면 수직강하해서 잠영을 하면 된다지만
너울이 계속해서 밀려오는데 그러다간 전방확인은 커녕 계속 잠영만 해야 할 판이고
또 너울 리듬을 타서 높은 파도에 올라섰을 때 전방확인을 하면 된다지만,
말이 쉽지 헤드업을 연속 서너번을 해야 겨우 한번 정도 볼 수 있었습니다.
조류를 거슬러가려니 헤드업으로는 속도도 안 나고 해서
일단 최대한 속도를 내서 자유형으로 가다가
평영 헤드업으로 전방확인을 하곤 했습니다.
자유형으로 전방호흡을 했더니 짠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위 음식물이 역류하네요.
지금도 식도가 상해서 아픕니다..ㅠㅠ
나중에 뒷풀이 때 조장님 말씀으로는
전방호흡해선 안되고 옆으로 호흡을 하다가 전방확인을 한 후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해야
너울이 많은 곳에서는 물을 안 먹는다더군요.
3,4조 20명 중 16명이 참가를 했구요.
10킬로 쯤 오니까 남아있는 사람은 8명밖에 없었습니다.
속도가 너무 느려서 민폐 끼칠까봐 포기한 사람, 큰 볼일이 있어서 배 탄 사람, 탈진한 사람, 너울 땜에 멀미가 나서 포기한 사람 등등...
이분들을 해안으로 실어나르고 그 동안 구조보트의 감시 없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다른 조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조에서 이탈되어서 다른 조에 섞인 사람들이 꽤 되었습니다.
10킬로를 넘어서니 저도 자꾸 앞사람들로부터 처지더군요.
조류를 거스르다가 좀 지치기도 하고 "어차피 앞도 안 보이는데" 하며 헤드업을 게을리한 데다
잠이 와서 눈감고 헤엄쳐갔더니 조류에 밀려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하구요..
500미터 정도마다 1미터 정도 높이의 빨간 부표가 있었는데 여기까지 오면 사람들이 쉬어가곤 했습니다.
겨우겨우 도착했더니 우리 조 앞사람들은 벌써 출발하고 있어서
쉬지도 못하고 또 따라가고... 중간에 간식도 못 먹고...
안목등대로 갈 때는 처진 사람을 여러 번 기다려주기도 하고
반환점 지난 후에도 뒤처진 4조를 10분 넘게 기다려주고 그랬는데
이런... 돌아올 때는 아무도 나를 안 기다려주네요.. 배신감...ㅋㅋ
뒤에 들으니까 만약에 물 속에서 쉬거나 그러면 조류에 밀려버리기 때문에
자기들도 속도를 빨리 해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그러대요..
그렇다고 제가 많이 느리게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도 1,2조를 따라잡아서 거의 같이가고 있었으니깐요.
3종경기하시는 3,4조분들, 특히 절반을 탈락시키고 남은 철인들이라 이분들이 너무 빨랐던 거죠.
어떤 때 평영 헤드업을 하다보면 파도벽에 둘러싸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혼자만이 망망대해에 떠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벼락까지 우르르 쾅쾅 칩니다.
물속에 있어 몰랐는데 소나기가 내리고 있더군요.
13킬로 정도 왔을 때 주최측에서 대회를 중단시켰습니다.
우리 3,4조가 1,2조를 제치고 선두 13.5킬로쯤 있었고 저는 500미터 정도 처져서 1,2조와 함께 있었는데
기상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더군요.
작년같으면 그때쯤 완영할 시간인데
남은 2킬로를 가려면 조류 때문에 2시간 정도는 더 걸린다네요.
결국 거기서 그만두고 모든 조들이 일제히 해안가로 헤엄쳐가야 했습니다.
해안가까지 500미터 정도.
합해서 13.5킬로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 33분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3킬로 남았다고 하신 분도 있었는데, 당시 보트 책임자에게서 선두가 1.5킬로 남았다고 들었고
중단한 해안가에서 도착점 해안가까지 걸어가는데 20분이 못 걸렸으니
2킬로가 안되는 걸로 추측됩니다. 대체로 걷는 속도가 킬로당 10-12분 정도거든요.)
십리바위에서 완영사진을 박지 못한 게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늘이 안 도와주는 걸...
지난 달에 북한강 100킬로 대회를 달릴 때에도 밤새 비가 내려서 골탕 먹고 겨우 완주를 했는데
이번에도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군요...ㅠㅠ
작년에 마라-제주를 건너신 분 얘기로는
자기도 바다수영을 여러번 해봤는데 마라-제주보다 너울은 낮지만 조류속도가 훨씬 빨라서 애를 먹었다네요.
다른 사람들 위로해주려고 하는 말이겠죠.
맨몸으로 잘만 가더라구요.ㅎㅎㅎ
저는 손가락은 물론이고 혀가 물에 불어서 쭈글쭈글해져 있었는데
어떤 분은 혀가 짠물에 절여져서 맛을 못 느끼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서울에 올 즈음에는 혀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살짝 데인 것처럼 따갑더군요.
뒷풀이로 회 잘먹고 경포대 구경 잘하고
약간의 아쉬움만 남기고 강릉을 떠나왔습니다.
처음 바다수영 경험치고는 상당히 스릴 넘치고 재미있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소나기 속에서 강한 너울을 만나며 당황하기도 했지만,
너울을 타며 위로 올랐다가 툭 떨어지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
민물과는 다른 바다수영의 강한 매력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1) 해파리가 가끔씩 눈에 띄었는데요.
우리 조의 한 분은 슈트를 입었는데도 팔목에 쏘여서 부었다가 한 시간 쯤 뒤에 가라앉았습니다.
맹방대회 때에 제거작업을 벌이겠지만, 바다를 몽땅 훑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미리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테크백님이 프로그램해주신 소사번개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저저번 주에 소사번개 - 강동번개 연속 두 탕은 지구력 훈련이 충분히 되었구요.
정말 그 담날 오르막 달리기 해도 쉽게 지치지 않을 정도였어요.
3) 수온 체크인데요.
8월 12일 맹방대회날은 7월 29일보다는 수온이 더 따뜻할 겁니다.
그리고 29일날은 비까지 왔는데도 맨몸으로 수영하신 분도 있었고 저도 많이 춥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추위를 남들보다 심하게 느낀다는 분이거나
대회날에 비가 온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맹방대회 때 굳이 슈트를 입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동해 수온이 예년에 비해 올해에는 2-3도 높다고 합니다.
첫댓글 이글은 개인으로 참석하신 "따라가자"님이 네이버카페에 올린글을 옮겨왔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이었지만, 뒤에 아이언윙에 가입해서 아이언윙의 3조와 함께 했습니다. 제가 진작에 올렸어야 했는데 사랑이님께 수고를 끼쳐드렸네요..^^
오Gooooooooooooooood이네여.. 아주 잘읽었습니다... 제 마음을 그대로 올려 놓은듯한 멋진 글 ㄳ요
잘보고 재밋게 읽고 갑니다
멋져요.............^ ^
사진 찍어놓은 거 보니까 후기 중에 좀 뻥이 있네요.. 너울이 1미터?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ㅋㅋ 다시 수정.. 완영을 못했으니 거리만 어떡해서든 늘려보려고 애쓴 흔적도 보이구요..ㅎㅎㅎ 여하튼 바다수영 첫경험치고는 아주 재밌었습니다. 그러면 된거죠.. 바사모에 감사드립니다.
글을 참 잘쓰시네요~~ 후기가 넘 사실적이고 재미있어서...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참가는 못했지만 읽으면서 그때 그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습니다..잘보았습니다..늘 건강하시고..담에 또 바다에서 뵐날이 오겠지요..아자~~!!!
좋은 경험담 올려 놓아주셔서 감사합니다.너울이 1미터 수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집행부가 해양경찰 고속보트를 타고 있었는데 너울 파도 1미터 됩니다.경기를 더 진행하지 못한 이유도 너울파도,비바람,천둥번개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언윙이면 철인들의 모임인데.... 따라가자님도 철인이신가요?? 암튼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운동하셔요~~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