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방배추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방동규옹의 일대기는 두 권으로 구성된 “배추가 돌아왔다”(다산책방)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일단 무지하게 웃긴다. 저녁에 무심코 잡았다가 새벽 다섯시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다.
방배추 선생은 자타가 공인하는 조선팔도 최고의 주먹이다. 그러나 그는 김두한처럼 주먹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지도 않았고, 주먹 조직에 가입하거나 이끌어본 적도 없다. 주먹으로 가게나 사람들에게 삥을 뜯는 일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다만 싸움을 최고로 잘한다는 주먹세계의 평가는 분명하게 있다.
주먹잡이라는 사람이 교우관계가 참 희안하다. 백기완 선생과는 2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평생친구이다. 그러면서도 백기완 선생의 아버지인 백홍렬도 방배추를 친구로 인정하고 교우 했다고 하니 아버지와 아들을 동시에 친구 먹은 말도 안되는 교우이다.
주먹잡이의 생을 그린 이 책 “배추가 돌아왔다 1, 2”의 추천사를 쓴 사람을 보면 면면이 심상치 않다. 전국회의원 이부영, 문학평론가 구중서,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소설가 서해성, 소설가 황석영.... 재야와 진보진영에 몸담고 있거나 몸 담았던 분들에게 방동규 선생은 무조건 “배추형”으로 통한단다.
참여정부 말기였던 2006년 당시 이 책이 출판되고, 출판 기념회가 열렸을 때는 여야를 막론하고 재야 출신들이 다 모였다. 이날 참석한 인사 중에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던 이재오 의원이 있었다. 당시 방배추 선생은 유홍준 문화재청장과의 인연으로 경복궁의 지도위원이라는 직함을 달고 관람객에게 설명과 안내를 하고 있었던 시절이다. 이재오 의원은 방배추 선생이 경복궁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배추형이 경복궁에서 일하게 한 것은 참여정부의 인사 가운데 가장 잘 된 인사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꼬마시절부터 숱하게 저질러 온 악동적 기행과 사고부터 시작하여, 백기완 구중서와 50년대부터 벌인 농촌계몽운동, 명동 양장점 ‘살롱드방’ 주인, 70년대의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기치를 걸고 운영한 노느매기 공동체 운동, 말지 사건으로 구속, 파독광부, 90년대의 서해화성 CEO, 70이 넘은 2000년대 들어서는 헬스클럽 강사를 거쳐 경복궁 관람안내 지도위원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인생 역정이 그의 발군의 주먹과 얽히며 그려진다.
이 책에서 무슨 깊은 철학적, 예술적 감동을 얻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한 세상을 호방하게 살았던 한 사나이가 몸으로 부딪히며 만난 한국의 현대사를 즐겁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참여정부 시절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배려로 경복궁 지도위원이라는 직함을 달고 관람안내를 하던 방배추 선생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당선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사표를 제출했다고 전해지니, MB정부 들어 전정권과 코드가 맞다고 해서 자리를 내 놓은 그 첫 번째 사람은 방배추선생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여 미스터코리아에 입상하는 것을 목표로 운동 중이란다....
첫댓글 좋으신 분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