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한국인 입주민_"개똥 찍찍, 파티땐 요란" / 美軍가족 입주민 "斷水 안내 한국말로만…"
동두천 아파트촌에선 '美軍 주민' 對 '한국 주민' 옥신각신
지난 7월 말 동두천시 지행동 휴먼빌 아파트 단지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아닌 밤중에 개 짖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 것이다. 놀이공원을 가운데 두고 여섯 개 동이 빙 둘러싼 이른바 '원형극장' 구조라, 개 울음소리는 단박에 아파트 전체를 진동시켰다. 그날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잠들 만하면 시작되는 개 울음소리가 무려 1주일간 지속된 것. 주민 대표들이 나서 진원을 조사하니 미2사단의 한 장교 가족이 사는 곳이었다. "개만 남겨두고 20일 동안 미국 본토로 가족 모두 휴가를 떠난 거예요.
먹을 게 떨어지니 이 개가 울기 시작한 거고요. 주민들이 화난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김진현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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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멍!”17일 오후 4시 동두천의 한 아파트에서 미국인 여성이 끌고 가던 개 두 마리가 한국인 할머니와 손녀를 향해 짖고 있다. 그 뒤로 쓰레기 분리수거이 보인다. / 동두천=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개똥 때문에" 시작된 韓·美 갈등
한국의 안보 상황이 좋아졌다고 판단한 주한미군이 올해부터 장병 가족들의 '영외거주(營外居住)'를 적극 권장하면서 미2사단 주력부대가 위치한 동두천시 아파트촌이 요즘 시끌시끌하다. 지난해 말 이후 현재까지 영외로 나와 사는 미군 가족이 전국 1000여 가구에 동두천에만 712가구(4000여 명). 역세권에 주변환경이 좋아 인기가 많은 신축 아파트의 경우, 많게는 가구의 40%를 미군 가족이 차지하면서 양국 입주민 사이 새로운 문화갈등, 생활잡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입주민들 원성을 가장 많이 사는 것이 개(犬)다. "발바리처럼 작은 개면 이쁘기라도 하지요. 송아지보다 큰 도사견들을 그것도 두세 마리씩 앞세워 다니는데 물리면 죽겠다 싶은 게 무서워 죽겠어요."
'개똥' 치우기도 큰 골칫거리다. '애견과의 산책' 그 자체가 즐거운 미국인들에게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며 애완동물의 변을 처리해야 한다는 규범은 엄격하지 않은 탓. 361가구 중 150가구가 미군 가족인 생연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는 "그놈의 개똥 때문에" 2명이면 적당한 청소부 인원을 5명으로 늘렸다고 했다.
한국 주민들은 소음 문제도 토로한다. 파티 문화가 일상적인 미국인들의 경우 밤늦게까지 음악을 틀어놓고 큰소리로 웃고 떠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임을 해도 10명 이내로 모여 조용하게 놀고 얘기하다 가잖아요. 게네들은 안 그래요. 20~30명이 떼로 몰려오는 데다, 베란다에 기대 맥주를 마시며 떠들고 놀지요. 스피커는 또 얼마나 크게 틀어놓는지…." 한밤중 오토바이를 타고 단지를 질주하는 굉음 때문에 잠을 깨는 일도 다반사. M 아파트에 사는 주부 조모(35)씨는 "요즘은 좀 낫지만, 처음엔 개똥 많고 시끄럽다는 소문에 집값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쓰레기 처리하는 데서도 자주 말썽이 난다. "입주 초반에는 베란다 창문으로 쓰레기 같은 걸 휙휙 던져버려서 엄청 놀랐어요. 음식물 쓰레기도 화단이나 놀이터에 아무렇게나 버리니 황당 그 자체였지요."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들 뛰노는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미국인 주부들에 불만이 많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뻐끔뻐끔 피워대니 화가 나요. 떠듬떠듬 안 되는 영어로 항의했더니 요즘은 놀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벤치에 나가서 피우지요."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의 이재훈 노인회장은 "우방국만 아니면 쫓아내도 벌써 쫓아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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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게시판에 걸려 있 는‘생활 쓰레기 배출 방법’이 국문과 영 문으로 나란히 쓰여 있다. / 채승우 기자
- ▲ “멍멍!”17일 오후 4시 동두천의 한 아파트에서 미국인 여성이 끌고 가던 개 두 마리가 한국인 할머니와 손녀를 향해 짖고 있다. 그 뒤로 쓰레기 분리수거이 보인다. / 동두천=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한국의 안보 상황이 좋아졌다고 판단한 주한미군이 올해부터 장병 가족들의 '영외거주(營外居住)'를 적극 권장하면서 미2사단 주력부대가 위치한 동두천시 아파트촌이 요즘 시끌시끌하다. 지난해 말 이후 현재까지 영외로 나와 사는 미군 가족이 전국 1000여 가구에 동두천에만 712가구(4000여 명). 역세권에 주변환경이 좋아 인기가 많은 신축 아파트의 경우, 많게는 가구의 40%를 미군 가족이 차지하면서 양국 입주민 사이 새로운 문화갈등, 생활잡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입주민들 원성을 가장 많이 사는 것이 개(犬)다. "발바리처럼 작은 개면 이쁘기라도 하지요. 송아지보다 큰 도사견들을 그것도 두세 마리씩 앞세워 다니는데 물리면 죽겠다 싶은 게 무서워 죽겠어요."
한국 주민들은 소음 문제도 토로한다. 파티 문화가 일상적인 미국인들의 경우 밤늦게까지 음악을 틀어놓고 큰소리로 웃고 떠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임을 해도 10명 이내로 모여 조용하게 놀고 얘기하다 가잖아요. 게네들은 안 그래요. 20~30명이 떼로 몰려오는 데다, 베란다에 기대 맥주를 마시며 떠들고 놀지요. 스피커는 또 얼마나 크게 틀어놓는지…." 한밤중 오토바이를 타고 단지를 질주하는 굉음 때문에 잠을 깨는 일도 다반사. M 아파트에 사는 주부 조모(35)씨는 "요즘은 좀 낫지만, 처음엔 개똥 많고 시끄럽다는 소문에 집값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쓰레기 처리하는 데서도 자주 말썽이 난다. "입주 초반에는 베란다 창문으로 쓰레기 같은 걸 휙휙 던져버려서 엄청 놀랐어요. 음식물 쓰레기도 화단이나 놀이터에 아무렇게나 버리니 황당 그 자체였지요."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들 뛰노는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미국인 주부들에 불만이 많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뻐끔뻐끔 피워대니 화가 나요. 떠듬떠듬 안 되는 영어로 항의했더니 요즘은 놀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벤치에 나가서 피우지요."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의 이재훈 노인회장은 "우방국만 아니면 쫓아내도 벌써 쫓아냈을 것"이라며 웃었다.
- ▲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게시판에 걸려 있 는‘생활 쓰레기 배출 방법’이 국문과 영 문으로 나란히 쓰여 있다. / 채승우 기자
우리도 입주민, 왜 소외시키나?
미군 가족이라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2사단 레크리에이션 디렉터로 일하는 셀리(53)씨는 한국 아파트에 나와 산 지 5년째.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아는 그녀는 엄연한 입주민으로서 미군 가족을 인정하고 배려하지 않는 원주민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옛날처럼 아파트에 (미국 가족이) 서너 가구만 사는 시절이 아닌데도 여전히 아파트 안내방송은 한국말로만 나와요. '지하주차장 물청소를 하니 오늘은 주차하면 안 된다', '물탱크 청소를 하니 오전에 단수가 된다'는 내용의 중요한 방송들이 영어로는 안 나오니까 샤워하다 물이 안 나와 당황하고 물바다인 주차장에 들어갔다 돌아나와야 하는 거죠." 그녀는 관리사무소에 항의를 하러 갔다 오히려 훈계만 듣고 나왔다고 했다. "왜 개를 키워서 (한국) 주민들을 못살게 구느냐, 세탁기는 왜 밤늦게까지 돌려서 원성을 듣느냐며 주의사항만 잔뜩 늘어놓던걸요."
개와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다. 지난 1월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멜라니(29)씨는 "애완견은 우리에게 한가족이나 다름없는데 덩치 크고 무서워 보인다고 해서 구박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노인들은 개를 향해 노골적으로 욕을 퍼붓고 침을 뱉기도 해서 무척 불쾌했다"고도 했다.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서 4살, 2살 자녀를 키우는 크리스티(29)씨는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게 너무나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병 따로, 캔 따로, 종이 따로 분리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에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요즘은 만원짜리 쓰레기봉투에 모두 담아 부대 안으로 보내버려요. 돈이 들어도 그게 덜 짜증나니까요."
김진현 휴먼빌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자녀를 키우는 미군 가족들로부터 '놀이터 차별'에 관한 민원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밤 9시 이후에는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도록 자치규약을 만들었는데, 밤에도 곧잘 나와서 산책하고 뛰노는 미군 가족들에겐 그게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거죠. 가끔 경비원들이 제재를 하면 자기 아이들을 건드리는 줄 알고 거세게 항의합니다."
개인주의, '노 터치(no touch)'가 일상화된 미국인들에게 한국인들의 잔소리와 규제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인 김재억 씨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전했다. "밤늦게까지 음악을 틀어놓는 것에 대한 민원이 하도 높아 영어 좀 한다는 후배를 시켜 경고문을 붙였었죠. 그런데 이걸 본 미국인이 막 화를 내는 거예요. 문장 앞머리에 적힌 '네가 엘비스 프레슬리냐?'라는 말에 열받은 거였어요."
대한민국 최초 '韓·美 반상회'
중재 노력도 있었다. 간혹 주먹다툼이 있을 만큼 사안이 심각해지자 시(市)가 나섰고, 오세창 시장이 미2사단장에 건의, 양국 주민 간 '반상회'를 주선했다. 오 시장은 "군부대 주둔지역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관공서 신고를 거쳐 헌병대가 달려오는 게 관례인데, 주민들 사이의 문화 갈등인 만큼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7월 26일 첫 반상회가 열린 곳이 미군 가족 비율이 가장 많은 월드메르디앙. "미군 가족 150여명, 한국 가족 200여명이 참석해 잡채, 불고기, 막걸리를 나누며 그간 쌓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놨죠. 시에서 파견한 20여 명의 통역원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앉아 통역을 했고요. 미2사단 간부들까지 나와 아주 화기애애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반상회 이후 변화의 조짐도 조금씩 엿보인다. 김재억씨는 "개를 데리고 나와도 아이들 뛰노는 놀이터가 아니라 아파트 외곽의 작은 공터를 활용하고, 비닐봉지도 대부분 손에 들고 다닌다"면서 "청소하는 용역 직원들이 요즘 같으면 일할 만하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게시판 공지사항은 물론 안내방송도 2개 국어로 나간다. "영어를 정확히 써야 오해가 안 생기니 카투사를 포함해 주변에 영어 잘하는 사람들 수소문해 영작하고 교열 보느라 바쁘지요. 한번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마을회관에서 식사를 대접하니 와달라는 안내방송을 한 적이 있어요. 미군 가족 중엔 그 연세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으니 한국말로만 나갔는데, 5분도 안 돼 미국 주민이 뛰어와서 항의를 했지요. 우리만 빼놓고 또 뭘 하려는 거냐면서요.(웃음)"
- ▲ 오세창 동두천시장 주선으로 지난달 26일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서 열린‘한ㆍ미우 호반상회’. 잡채와 불고기를 맛보며 미군 가족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 동두천시청 제공
물론 주민 간 갈등의 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언어장벽은 여전하고, 눈 맞춰가며 미소 짓고 인사하기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송아지만한 개들은 여전히 화단의 꽃나무를 뭉개놔서 공동주택 내 애완견 사육 금지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는다. 한 주민은 "'애완견 오물과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쪽은 미국인'이라는 선입견을 악용해 오물과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리는 비양심 (한국인) 주민들도 있다"며 혀를 찼다.
그래도 양국 주민 간 이웃되기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7일에는 휴먼빌 아파트에서 두번째 한·미 반상회가 열린다. 61가구의 미군 가족이 거주하는 동원베네스트 아파트에서는 한·미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겸 놀이공간을 만들고 있다. 동두천시에서는 미군부대에 새로 들어온 장병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국 주거문화와 생활에 대한 교육을 월 1회 실시한다.
월드메르디앙 주민 조윤상씨는 "솔직히 쓰레기나 소음, 애완견 문제는 개인 차이이지 국민성 차이가 아니다"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주부 최기옥 씨는 "엄마들은 말이 안 통하니 서먹서먹해도 아이들은 금세 친해져서 영어와 한국말을 섞으며 놀더라"면서 "마음을 열면 어른들 또한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걸 우리라고 왜 모르겠느냐"며 반문하는 셀리씨는 "문제는 정보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에서 집주인과 계약할 때부터 한국 주거문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애완견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 관련 법규랄지, 밤 문화에 대한 에티켓 같은 것을 가르쳐줘야 한단 말이죠." 미국인 전업주부 리즈베스씨는 "한국인들은 매사에 심각하고(serious), 표정이 굳어 있어 가까이하기 어렵다"면서 "그 습관만 고치면 우린 금세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첫댓글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