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오늘도 만석이다. 계속 이랬으면 하는 바램이다. 잠을 못 잤지만 설레는 맘으로 산우님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런 맘으로 1경유지에 도착하니 버스가 한 대뿐이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한대는 내가 가는 대도파라다이스 버스이고, 구수천 팔탄 천년 옛길 가는 버스가 없다. 사장님께선 동분서주하고, 난 안도의 한숨을 쉰다. 내가 아니라 허대장님이라서... 1경유지에 타시는 산우님들을 태워 일단 3경유지인 하나은행에 도착했고, 구수천 팔탄 천년 옛길 가시는 산우님과 허대장님께 미안한 맘이 들지만 배시간 때문에 인사를 하고 먼저 갈 수 밖에 없었다. 버스 수배는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깐... 맘은 무거웠지만 그렇게 출발하여 죽전네거리 신호 대기 중에 허대장님께 전화하니 두류네거리라고 한다. 그나마 버스를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오늘 하루 무사히 별일없이 마무리 할 수 있기를 속으로 기도 한다.
날씨가 좋다. 진정 가을답다. 오늘은 단체 손님들이 많다. 다른 날보다 몇 배는 더 긴장이 된다. 도로엔 생각보단 차가 없다. 아침을 영산 휴게소에서 먹고 급한 분이 계셔서 사천 휴게소 한 번 더 들러 최종 목적지인 대도 파라다이스를 가기 위한 항에 도착했다. 배가 들어 오는 중이다. 각자 여정을 준비하고 배를 탄다. 선장님께 사전의 양해 말씀을 구한다. 북천 코스모스 축제 막날이라 교통이 혼잡할 것이라 예상하여 배시간 조정을 부탁드렸고, 원래 정규 시간 배는 15시 30분이나, 편의를 봐 주셔서 없는 배 시간을 만들어 14시 30분 배를 타고 나오기로 한다. 너무 고마워서 담에 올 땐 박카스 한박스 사 오겠다고 했다.
오늘만큼은 대도 파라다이스는 우리 것이다. 우리 외에 아무도 없다. 어제 많은 분들이 다녀 가셨고, 오늘은 조용하다. 걱정과 근심은 잠시 굿바이~~ 온 몸의 촉들을 내려 놓고 무념무상으로 보내보자. 따땃하니 볕도 좋고, 콧털을 자극하는 바닷냄새도 좋고, 머리결이 날리는 바람도 좋다. 언제나 그렇지만 대도 파라다이스는 내겐 편안한 곳이다. 저절로 마음이 비워진달까?!?! 좋은 곳 구경도 식후경이라 아침을 적게 먹은 탓에 배가 고프다. 빨간풍차 식당에 들어가서 사장님께 반갑게 인사하고 점심을 먹는다. 여느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생선만큼은 맛있다. 장어와 달근대를 그릴에 구워 그 위에 양념을 발라 나오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밥 한 그릇을 뚝딱하고 커피를 먹으려는데 산우님께서 아메라카노를 한잔 사 주신다. 감사하단 인사를 드린 후 커피로 입가심 하고 농섬을 돌아본다. 그렇게 원점인 부두로 다시 돌아오니 14시 10분! 11시 배를 타고 14시 30분배로 나가는게 딱 맞다. 산우님도 좋아하고, 축제장에서의 시간도 충분하고...
대도섬에서 힐링 시간을 보냈다면 역시 축제장에서는 분답다. 사람에 치이고 차에 치이고... 많다 많아~~ 코스모스는 지고 있었다. 메밀꽃은 떨어졌다. 꺽이고 시들고 부러지고...축제장에서의 부여 시간은 한시간 반이다. 그게 잘못이었을까? 너무 많이 부여한 탓이었을까?? 축제장에서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먹거리도 많다. 그래서 단체로 오신 팀이 과한 약주 탓으로 그 중에 한 사람에게 난 하루종일 열심히 한 댓가로 욕을 얻어 먹었다. 안 먹어도 되는데...'야임마, 가이드 가시나 싸가지 없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라는 건 아닐텐데... 참!!!! 회의스럽다... 잠 못 자고 나와 하루 종일 산우님 한분 한분에게 하나라도 더 안내하고 친절하게 하려는 나에게 욕이라니... 칭찬은 안 하더라도 최소한 욕은 하지 말아야지... 술은 기분좋게 먹는거지 과하게 먹고 함부로 하라는 건 아닐텐데... 보조석에 앉아 있는데 속에서 울분이 터진다. 엄마, 아버지한테도 지금까지 한번도 안 들어 봤던 말! 곱디곱게 자라 대학까지 나와 가이드 일이 좋아 한다고 하는 나에게 함부로 대한다는게 속상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우는 걸 본 산우님께서 달래 주신다. '술 먹은 기분에 가이드님이 이뻐서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맘에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어 주는데 안 받으니깐 주는 손이 민망해서 아마 그래서 그렇게 말을 한걸테니 너무 마음에 담아 주지 말고 그냥 흘려 보내고 잊어 버려요. 가이드님이 아직 세상에 때묻지 않아 순수해서 이런 경우에 힘들겠지만 좀 의연하게 대처하세요' 라는 말씀을 하신다.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려본다. 좋아하는 일이 가이드라고 생각했다. 가이드 일이 천직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다. 잠 설쳐 가며 공부하고 산우님 드릴 선물 포장하고...가기 전 날 밤은 아직도 두근대고 들뜬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해도 본전이고, 욕까지 들어 먹는 건 정말 억울하다. 내가 잘못해서 욕하는 건 마땅하지만 잘못한게 없는데 욕하는 건 진짜 속상하다. 산우님들을 예대하여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면 산우님들도 마땅히 예우하여 가이드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내가 산우님들보다 나이가 어려도 엄연히 드림 산악회를 대표하여 대표자 대신 여러분들 안내하는 선답자이니깐 대장이라고 불러야 한다. 세상을 사는게, 살아 간다는 게 참 어렵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도 이렇게 힘들고 쉽지 않은데... 참 만만한게 없구나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맘을 되잡아 본다. 좀 더 천연덕스럽고 유들유들하게 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웃으면서 허를 찌르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본보기가 된 하루였다!!
첫댓글 참으로 꼴불견이군요.개매너 열반에 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인격이 덜된탓이라 생각하입시더
늘 인격수양하는 울대장님들
아직 열반에 못 올라나봅니다....
좀 더 수련하여 의연하게 대해야겠습니다!!
참 별별 인간이 안된사람도
다있네ㅡㅡㅠ
가시나가 뭐꼬 ㅡ
어휴ㅡㅡㅠ
성질대로 하면 ㅡㅡㅜ
그래도 우얍니까ㅡ
진정 산이좋아 찾아오시는드림분들
위해서 참고 또참고 참아야죠
힘내세요대장닝 ㅡㅡ파이ㅡㅡ팅
여자라서 아마도 만만하게 보는 거겠지요... 제 스스로가 더 단단해져 함입니다~~~
힘내고
조만간 소주 한잔 하자
소주 대신 따뜻한 카페라떼!!~
왜 ??? 남자 산대장들에게는 하지 못하는 막말을 여자 산대장들에게는 쉬이 던지는지 ???
나 역시도 "예"를 갖추어 손님들을 대했지만 그중 몇몇은 참 ,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을 하더구만 ~~~
이일을 하면서 온갖욕 다 들으면서 얻은 결론은 ,,,,,,그런말을 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
모양은 사람이지만 속은 사람이 아니니 ,,,,,짐승 소리에 반응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는게 내 소견인데 .....
그래도 얼마나 속상할까 ??? 그걸 어떻게 다 말로할까 ???
그래도 이겨내야지 ,,,,,,힘내야지 ,,,,,,우리가 있잖아 ~~~맘풀고 점점더 강해지는거야 ~~~
난 오늘도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서며 다짐한다 ......
나한테 덤비기만 해봐라 ,
대장님이 정말 대단한단 생각을 또 한번 해봅니다... 어찌 그리 많은 세월을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 했을텐데 잘 지나왔는지, 잘 버텨내고 , 이겨 왔는지..... 저두 좀 더 제 마음이 안 다치도록 방어벽을 둘러야겠어요. 그래야 좋아하는 가이드 일을 롱런 할 수 있을테니깐요~~~
부처님을 만나면 부처님처럼 하고 선비를 만나면 선비처럼하고 왕비를 만나면 여왕처럼하되 개를 만나면 개대접을하면 되겠다라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
나도 모르게 내가 무서울 정도로 아주 강인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걸 느낍니다
아마도 현실을 이겨내려고 몸과 마음이 똘똘뭉쳐 바꿔놓아겠죠...
우리한번 해봅시다 ,,, 장담하건데 우린 할수있을겁니다 ~~~
ㅋㅋㅋ 대장님 개대접 넘 웃겨용 ㅎ
대장님이 제 곁에 있어 든든합니다...비속어(욕)를 들었을 때 웃으면서 너스레 떠는 요령 내지 노하우를 많이 전수 해 주세요~~ 대장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저도 제 나름대로의 방법을 만들어 대접 중에 상 대접인 개대접을 아주 우아하게 떨어줘야겠어요~~
사진 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