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덕적도 넘어 먼 바다 어초낚시를 참 오랜만에 다녀왔다.
오랜만의 조행이어서 그런지 초저녁잠을 설치고 거의 뜬눈으로 새벽세시 집을 나섰다.
방안에선 몰랐지만 막상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사이 새벽냉기에 코가 찡했다.
예약한 낚시점 앞에 도착하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바다내음이 새벽어둠속에서 찡해진 내 코를 뻥 뚫어 준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선장의 희끗한 머리카락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나는 내 인생의 날짜를 하루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따라왔는데 세월은 너무 먼 발치에서 우뚝 서버린 것 같아 마음이 시린다.
허지만 바다는 나의 오늘 같고 지나간 나의 세월 같다. 바람도 있고 섬도 있고 그 위에 하늘도 있는 깊은 물속으로 낚싯줄을 내린다.
100호추가 어초에 닿은 느낌을 받고 액션을 주자 첫 수확물이 대번에 올라온다.
허지만 그 후 먼저 올라온 녀석의 동지들은 나의 미끼를 더 이상 물어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삐이이익!”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선상신호음이다.
포인트를 옮기는 사이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그 사이 내 의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급하기로 광어입질같은 내 성질이 불끈했지만 순간 머릿속을 빛의 속도로 스치는 영상이 있었다.
포인트까지 2시간여를 달리는 사이 눈 붙일 곳을 찾아 선실을 기울였지만 빈자리가 없어 황망한 내 눈에 번듯 띄는 빈자리하나가 있었다. 비집고 들어가 누우면 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을 것 같은 자리였다. 덜렁 들어 누웠다.
“아저씨! 그 자린 임자 있어요.”
내 옆자리에 스푼처럼 뻗어 있던 친구의 퇴박이었다. 나보다 훨씬 젊은 친구의 졸린 눈을 힐끔 쳐다보며 내가 말했다.
“여기?”
“네!”
“아무도 없잖소?”
젊은 친구는 신경질 반 섞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라이프자켓 깔아 뒀잖아요?”
그제야 나는 머리맡에 던져 둔 라이프자켓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선상에서 라이프자켓하나로 잠자리 선점해둔다는 것은 내가 낚시 다니던 시절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하여튼 나는 그렇게 쫓겨나서 다른 빈자리를 찾아 기웃거렸다. 내가 군 말없이 쫓겨 나준 것은 젊은 사람과 다툰다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 때문이 아니었다. 이른 새벽부터 서로 기분 상하면 그날 하루 나의조행을 망친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의자는 누가 가져갔을까? 분노 같은 불쾌감이 소용돌이 쳤지만 나는 사라진 나의 의자를 되찾을 생각은 금세 포기했다. 물 칸을 개조해 만든 선실에서 쫓겨나던 영상이 불끈 치솟은 성질을 누그러트렸다.
내가 참으면 하루가 편할 것을. 그리고 내가 불편한 만큼 내 의자를 가져간 사람이 편하겠지. 혹시 그는 몸이 불편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이것이 나의 성질을 달래는 내 자조적 위로였다.
그래도 불쾌한 찌꺼기가 명치끝에 끈적하게 남아 있었지만, 선장과 함께 세월을 뒤집어 쓴 식당아줌마의 변하지 않은 매운탕 맛이 내 명치끝의 불쾌감을 세척해버린 점심식사시간이 끝난 오후, 나는 소위 개우럭이라는 대형조피볼락을 연거푸 3마리 걸어 올리고 낚시를 마감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와! 아저씨 오늘 대박치셨네요.”
“대박이라니요?”
“그것보다 큰 것도 잡아 보셨어요?”
나는 순해 보이는 그러나 확실히 초보 같은 그 친구에게 격의 없이 말했다.
“나는 1.5cm부터 최대 120k까지 낚아 봐서 이젠 이런 조과에 연연하지 않아요.”
그가 입을 반쯤 벌리고 되물었다.
“네? 1.5cm가 120k나 나가요?”
웃으며 내가 자랑처럼 설명했다.
“1.5cm는 온양수로에서 낚은 거고 120k는 트롤링으로 사이판에서 포획한 거라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그런 고기죠?”
“그건 청새치라는 뚱보고, 그 뚱보보다 날씬한 불루마린이란 참치종류였어요.”
“와!”
그의 감탄사와 함께 불루마린 투쟁기가 인천대교 밑을 지날 때까지 먼 뱃길을 지루하게 하지 않았다.
헤어지며 앞서가던 그가 불현듯 뒤돌아보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저씨. 1.5cm는 멸치였죠?”
귀항하는 사이 정이 들었는지 그의 웃음이 신선해 보여 나는 너털한 소리로 대답했다.
“멸치가 어떻게 민물에 살겠소? 그건 기생붕어라는 건데 참 예뻤지요.”
“와! 그런 고기도 있었네요.”
그리고 우린 헤어졌다.
그리고 또 다음날새벽 영종도진두항의 낚시선사고 속보를 접했다.
첫댓글 오랫만입니다 안녕 하세요..
요즘도 낚시를 다니셨군요..
날씨가 무척 춥네요..
건강 관리 잘하시고 낚시는 따뜻한 봄날에
하시는게 좋을걸로 생각이듭니다.
건안 하세요^^
정말 오랜만이죠?
요즘 제가 사는게 그렇습니다.
젠틀맨님의 겨울도 따뜻하고 행운이 가득한 년말 가족 모두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마음은 젠틀맨농장에 있으면서 마음뿐이군요.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좋은밤되세요
영종도 낚시배 사고는 인제가 빚어진 사고로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고 였슴니다.
낚시하시는 작가님께서도
더욱 남의 일만은 아닐것이라고 생각 이 듭니다.
좋은글 잘봤슴니다.
천일염님 보내는 한해 잘 마무리하고 계시지요?
천일염님의 격려가 무척 저를 따뜻하게 합니다.
이제 자주 뵐 수 있도록 오랜 무필의 잠에서 깨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선한 글로 대해주시는 천일염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삶의 엣세이
고맙습니다. 이슬김님도 그동안 간강하시죠?
좋은날되세요
어떻게 보면 인생의길은 멀고도 가까운가 봅니다.
평소즐기는 바다 낚시때문에
한순간에 15명이란 생명을 앗아갔으니 말입니다.
오랫만입니다. 건안 하신가요..
다시뵙게 되는 군요..
창박에 아직도 눈이 내립니다
이 아침 김일수님도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잘계셨지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고는 언제나 일어나고 유명을 달리할 수도 있는게 인생아닐까 싶습니다.
편한 하루 되시며 항상 즐겁고 행복했던 일들만 생각하세요
또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