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본은 초고령화사회로 이미 접어들었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저출산이 심각하지는 않지만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 됐습니다. 얼마나 초고령화가 심화됐으면 75살이상의 고령자들을 합법적 안락사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영화까지 나왔겠습니까. 한국은 어떤가요. 고령화도 고령화이지만 한국은 저출산이 심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초 저출산의 원인을 캐기위해 각국의 인구학자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한다는 상당히 불편한 소리도 자주 들립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한국과 일본만은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도 저출산과 고령화가 점차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는 결코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지만 실제로 그들의 사회로 들어가보면 그런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여럿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인구대국인 중국도 고령화에다 저출산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세계적인 현상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한국은 가족 구성 트랜드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입니다. 한때는 초 대가족 시대가 있었습니다. 자녀들도 보통 5~7명씩 낳았습니다. 한국전쟁이후 1970년대까지도 그런 추세가 계속됐습니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이다보니 농사짓는 인구가 많은 것이 유리했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많이 생산했습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해 영아 사망률이 높고 잦은 전쟁으로 희생자가 많았으니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자연히 자녀 그가운데 사내아이를 많이 낳으려 희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초 대가족에서 대가족으로 변해가더니 핵가족으로 그 다음은 일인가족 시스템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가족시스템이 바뀌는 나라는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이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냄비에 물 끓듯이 변화무쌍하다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인류학자들과 인구학자들 그리고 사회학자들이 연구 논문의 주제를 한국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그런 상황속에 한때 유행어처럼 나돌다 살며시 사라진 듯한 캥거루족이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 성인이 되면 집을 나가 독립하는 그런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성인이 되어도 독립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부류가 바로 캥거루족 아닙니까. 부모들도 자식들을 내보낼 생각은 않고 그냥 품속에 안고 생활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나혼자 산다라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영향인가요 너도 나도 집을 떠나 독립해 살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급증했습니다. 각 가정에서 상당수 20대들이 부모를 졸라 학교나 직장 부근에 작은 방을 얻어 나가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이런 부류들을 겨냥한 혼술 혼밥 혼영 등 혼자 먹고 생활하는 풍조가 대유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트랜드는 또 달라졌다고 합니다. 나혼자 살아보았자 별로 낙도 없고 희망도 보이지 않자 슬슬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신(新) 캥거루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나혼자 산다족 대부분은 사실상 자신이 직접 노동해서 돈을 벌어 살았던 것이 아닌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아 살았습니다. 부모곁을 떠나 생활하니 부모의 잔소리를 듣지않아 다소 편안했지만 먹는 것도 그렇고 청소하기도 쉽지 않고 이런 저런 여러가지가 불편해지자 다시 집을 찾아드는 것입니다. 이런 자녀들을 그냥 받아주는 것이 한국의 일반적인 가정입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부모와 같이 사는 25살에서 40살까지의 설문조사 결과 결혼 전에는 독립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이 거의 7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독립하지 않는 이유는 굳이 독립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가 40%, 부모와 같이 사는 것이 편하다가 32%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깥에 나가서 치열하게 구직활동을 하고 어렵게 직장을 얻어 피곤하게 사느니 그냥 부모들의 그늘아래에서 도움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편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특히 한번쯤 밖에 나가 생활했던 그룹은 지금 당장 결혼할 생각도 없는데다가 실제로 외부에서 생활해보니 생활의 대부분을 부모가 해결해 주는 집이 더욱 편하고 좋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때는 학교앞에서 자취하는 것이 좋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다소 해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다수였습니다.
캥거루족들의 급증은 한국만의 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하고 있습니다. 꼭 집에서 부모와 같이 살고 있지는 않아도 부모가 자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기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등 실질적인 캥거루족이 급증하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미국 부모의 60%정도가 35세 이하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제공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던 미국 사회 모습과 많이 다른 현상입니다. 언론매체들은 미국의 젊은 세대는 경제적 독립에 도달하는데 더 큰 비용과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중국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극심한 중국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그냥 집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업자녀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업자녀라는 것은 일반적인 캥거루족들과 달리 부모를 대신해 집안에서 식사와 청소 등 집안일을 하고 부모로부터 일종의 월급을 받는 청년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캥거루족들이 늘었다고 가정이 예전처럼 가족적인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냥 집에서 방하나 빌려 지내는 것뿐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그냥 그렇게 지낸다는 것이죠. 자녀들은 자신의 방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고 화장실갈 때나 방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만들어준 음식을 자신들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 그냥 거기서 혼자 먹는 것이죠. 캥거루족들의 나홀로 생활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아마도 코로나 19 팬더믹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거의 3년동안 격리돼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취업난 등으로 직업구하기가 갈수록 쉽지않고 원룸하나 얻는 것도 힘들고 식사 챙겨먹는 것도 힘들다고 판단하니 부모가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만 생활 자체는 원룸에서 있었던 것처럼 하겠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19때 코로나에 감염되면 혼자서 문 걸어 잠그고 일주일 이상 격리 생활한 것이 길게 연장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방안에는 텔레비젼에 컴퓨터에 핸드폰에 즐길 것이 다 있으니 굳이 거실로 나와 가족들과 얼굴을 맞댈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이 부모입장에서는 참으로 피곤합니다. 다 큰 자식들이 결혼할 생각도 않고 독립해 밖으로 나갈 생각도 안하니까 말이죠. 취업이 되도 그냥 직장갔다가 돌아오면 방문 잠그고 혼자 있다가 아침되면 그냥 나가는 그런 생활이 되풀이 됩니다. 같은 집에 살아도 자식이 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같이 사니 먼 나들이나 여행도 하기 힘듭니다. 또한 자식들의 경제적인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 늙어도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해야 하니 동네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늘어놓을 시간도 대폭 줄어듭니다. 아버지들은 다 큰 자식들과 함께 사니 불편합니다. 거실에서 드러누워 텔레비젼을 자유롭게 보기도 힘듭니다. 이런 불편한 동거가 지금 상당수 가정에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이런데 인공지능 AI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기가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인공지능에게 일자리 다 빼앗기고 오고 갈데 없이 그냥 방구석에 파묻혀 지내는 형편이 되지않을까 자녀들도 부모들도 우려가 커집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국민들이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건지 알 수도 없습니다. 총선이 가까워오지만 각당은 서로 손가락질 하기 바쁘고 이전투구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고 국민들의 민생은 관심밖인 것 같아 보입니다. 저출산 초고령화에다 캥거루족에다 나홀로족의 급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변화무쌍한 한국의 가족 패턴의 변화는 앞으로 과연 어떤 신조어나 트랜트를 보일지 관심속에 우려도 커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4년 3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