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만물상
[만물상] 침묵으로 말하기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입력 2024.05.15. 20:07업데이트 2024.05.15. 23:38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4/05/15/TFAIVGE7KBGCLNXGSQAH3UIA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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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어느 날 스티브 잡스가 애플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 섰다. “2년 반 동안 이날이 오기를 기다려 왔습니다.” 첫마디 운을 띄운 후 잡스는 무려 7초 동안이나 침묵했다. 청중들의 눈빛이 기대와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뒷날 그는 이렇게 적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프레젠테이션 룸.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그들을 내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갈 것인가?’ 잡스는 이런 침묵 화법을 자주 써먹었다.
▶아마 우연일 것이다. 그제 이원석 검찰총장도 검사장들 인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7초간 말을 끊었다. 청사 앞에서 기자가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 묻자 그는 “어제 단행된 검찰 인사는…”이라고 입을 연 뒤 7초간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나서 무거운 표정으로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식의 보도가 불가피했다. 그의 침묵이 의도된 화법인지 해석이 분분했다.
▶TV에선 3초 이상 침묵하면 ‘방송 사고’로 친다. 일본어로는 ‘마(間)가 뜬다’고 한다. 이 총장이 무려(!) 7초간 말을 끊은 사이 실시간 중계를 하던 방송사 스튜디오에도 묘한 긴장감이 흘렀으나 사고라는 생각은 안 했다. 때로는 화려한 말재주보다 질의응답의 여백과 제스처 같은 ‘말 사이’에 훨씬 중요한 메시지가 담기기 때문이다. 말에 이격(離隔)을 두면 흡사 말굽쇠 공명처럼 듣는 이의 마음에 울림이 생긴다.
▶유명 정치인에게 ‘침묵의 달인’이란 별칭을 붙일 때가 있으나 보통 인터뷰 화법하고는 결이 다른 얘기다. 박근혜·최규하 전 대통령, JP 같은 분들이 정치적 난관을 헤쳐나갈 때 ‘침묵과 칩거의 정치 달인’으로 묘사되곤 했었다. 반대로 강준만 교수는 연전에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책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적 침묵’ ‘내로남불형 유체 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2011년 애리조나 총기 사건 때 추도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8세 소녀를 언급하며 “이 나라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뒤 51초 동안 침묵했다. 그는 입술을 꽉 다물고 심호흡을 했다. 침묵의 다른 이름은 경청이라고 한다. 공명을 일으키는 신호탄이라고도 했다. 엊그제 공개된 최신 AI 모델은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대화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의 침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금세 알아차린다. 이원석 총장의 ‘7초 침묵’을 임명권자는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했다.
김광일 기자 논설위원
ALS
2024.05.15 22:17:09
한국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죄 지은 인간 붙잡아 조사하고, 기소해서 법대로 처벌하는 일은 사회와 국가 보전을 위한 기본 기능이다. 그런데 명백한 실정법을 어긴 인간들을 털끝 하나 못 건드리고 세월은 2년이 흘렀다. 명색이 법치국가라면서 왜 이런 해괴한 일아 벌어질까? 그리고 이 같은 망칙스런 작태 앞에서 분노할 줄 모르는 국민은 또 뭔가? 이제 국회는 글자 그대로 범법자 소굴이 돼 버렸다. 징역 2년이 거의 확정된 어느 인사는 막강한 입법 캐스팅보트 권력을 거머쥐고 지금은 양자회담을 하자며 대통령을 희롱한다. 대장동 백현동 까마득한 옛 이야기의 피의자는 아직도 국가 권력 핵심부를 가로세로 휘저으며 오히려 특검으로 행정부를 압박하며, 꿀꿀이죽 같은 개인당 25만원 공짜돈으로 다수 개돼지를 포플리즘 울안에 가두려 한다. 일반 서민은 하찮은 교통 법규 하나만 위반해도 벌금쪽지가 칼난처럼 날아든다. 그러나 법을 장신구로 알고 있는 인간들 얼굴엔 여유만만 희색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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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홍
2024.05.15 20:36:54
2년 동안이나 재인이, 재명이, 조구기, 섹스톤의 수사를 뭉개고 방탄 쳐 주었는데 더 이상 미션이 사라졌으니 할 말이 없겠지요. 그래도 의리있는 고향이라 토사구팽은 안당하고 내년에 금뱃지를 달지 않을까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기회가 사람보는 안목을 애국국민들 눈높이에 맞추는 계기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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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2024.05.15 22:46:01
아무리 봐도 이번 검찰 인사 건은 보기에 낯설다. 왜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 많은 문제의 수사가 지지부진하여 문제가 있다고 보았으면 진작 처리했어야 했고, 김건희 건도 진작에 처리했어야 했는데 오래 시간을 끌다 이제야 수사 지시를 내린 총장이나 지검장의 처신도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의 채상병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도 이해 불가하다. 뭐가 복잡한가? 아주 단순한 사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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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
2024.05.15 21:37:53
왜 겨우 임기 4개월 남겨놓고 그러는지 좀 많이 아쉽네. 윤통도 한동훈도 잃고 결혼식사회봤던 사람도 잃고 검찰총장도 잃고 이제 주변에 남은 건 박민수 복지부 왕차관같은 십상시 뿐이네. 예전에 나경원 저출산 발언정도로 주저앉힐때부터 쎄하더만. 나중에 같이 그 좋아하는 소맥 한잔 할 검찰후배도 없겠다. 의대정원 순리대로 풀어가라. 법원에서마자 팽 당하면 법원발 레임덕 시작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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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n point
2024.05.15 23:37:52
석렬이는 7초의 침묵에 대해 뭘 느낄만한 인간 자체로도 모자라는 자다.오로지 지마누라 지키기위해 인사권을 휘두르는 드럽고 비겁한 초라한 인간이다.일체기대할게 없다.하루라도 빠리 목아비틀어 끌어내리는게 답이다.검찰총장은 반드시 김건희 죄를 낱낱히 조사하거라.나중에가서 오리발 내밀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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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학
2024.05.15 22:37:29
문재인꼴보기싫어서,윤석열찍었는데 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