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계속>
조상 대대 중개무역과 상업을 생업으로 살았던 투르크인의 문화는 터키를 가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주요 유통구조를 장악해버리기도 했지만 재래시장이나 일반 상점에서는 아직 흥정문화가 일반적이다. 흥정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다.
물건을 매개로 서로 친분을 쌓는 기회이기도 하다. 조금 비싼 물건이라서 흥정이 오래될 것 같으면 주인이나 점원은 흔쾌히 차를 대접한다. 진한 터키 커피를 카페에 주문까지 해서 배달시켜주기도 한다. 차를 마시면서 오랫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물건을 서로 흥정하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투르크인들의 유별난 자존심만큼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물건을 흥정할 때 이 원칙을 깨면 다된 비즈니스도 망치고 만다. 처음에 이야기를 나눌 때 터키 말을 알거나, 그 지방 소식이나 물건값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면 주인은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역 물정이나 시세를 모르는 이방인이라고 생각되면 된통 바가지를 뒤집어씌운다. 이윤을 남기는 것이 장사꾼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은 절대로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사기와 상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상인의 도리이다.
물건을 최대한 싸게 사고 싶으면, 현지의 실정을 잘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물건부터 최대한 칭찬해줘야 한다. 주인의 자존심을 한껏 치켜세워주고 나서 자신의 부족한 주머니 사정을 설명하면서 측은지심을 자아내면 인정 많은 터키인은 자기가 손해 보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싼 가격에 물건을 넘겨준다. 그러면 나중에 그 가게를 찾아가도 오랜 친구라도 맞이하듯 반갑게 맞아준다.
조상 대대 중개무역과 상업을 생업으로 살았던 투르크인의 문화는 터키를 가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주요 유통구조를 장악해버리기도 했지만 재래시장이나 일반 상점에서는 아직 흥정문화가 일반적이다. 흥정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다.
물건을 매개로 서로 친분을 쌓는 기회이기도 하다. 조금 비싼 물건이라서 흥정이 오래될 것 같으면 주인이나 점원은 흔쾌히 차를 대접한다. 진한 터키 커피를 카페에 주문까지 해서 배달시켜주기도 한다. 차를 마시면서 오랫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물건을 서로 흥정하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투르크인들의 유별난 자존심만큼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물건을 흥정할 때 이 원칙을 깨면 다된 비즈니스도 망치고 만다. 처음에 이야기를 나눌 때 터키 말을 알거나, 그 지방 소식이나 물건값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면 주인은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역 물정이나 시세를 모르는 이방인이라고 생각되면 된통 바가지를 뒤집어씌운다. 이윤을 남기는 것이 장사꾼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은 절대로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사기와 상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상인의 도리이다.
물건을 최대한 싸게 사고 싶으면, 현지의 실정을 잘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물건부터 최대한 칭찬해줘야 한다. 주인의 자존심을 한껏 치켜세워주고 나서 자신의 부족한 주머니 사정을 설명하면서 측은지심을 자아내면 인정 많은 터키인은 자기가 손해 보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싼 가격에 물건을 넘겨준다. 그러면 나중에 그 가게를 찾아가도 오랜 친구라도 맞이하듯 반갑게 맞아준다.
- 투르크어 사전에 삽입된 세계지도. /주간조선
그들이 이방인을 자기 사람으로 받아주는 것은 그야말로 사막 여행처럼 지난한 여정이다. 한마디로 나를 버려야 한다. 이런 경우를 빗대어 간도 쓸개도 다 내줘야 한다는 말이 생겼는지 모른다. 자기 것을 모두 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낯선 이방인을 최대한 벗겨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벗겨 먹는다. 그 과정에서 공정함이나 합리성을 강요한다는 것은 당장 관계를 끝내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무리하게 이들에게 사과나 잘못을 시인하게 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자존심이 강한 유목민 근성과 여기에다 절대 책임지기 싫어하는 관료주의 기질까지 가세해 이들에게 사과를 받아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가진 것을 다 털려도 등을 돌리지 않고 그들과 함께 남아 울고 웃을 때 그들은 비로소 자기 사람으로 받아준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되는 것이다. 공정한 거래도 이때부터 가능해진다. 공짜란 절대로 없다. 그러나 털릴 것이 두려워 이들과의 교류를 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게다가 그들은 수천 년 동안 동서양 교역의 촉매제 역할을 해오지 않았던가.
세계를 상대로 자유무역을 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투르크인들과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눠야 한다. 중국과 일본에게는 자본에서 밀린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투르크인들에게 있어 백 년을 함께 살아온 식구이다. 우리가 기댈 것은 무엇인가. 유라시아 실크로드의 주역이었던 투르크인들에게 길을 내달라고 조르기 이전에 진정한 의미의 친밀한 관계 설정부터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제 그들이 누구인지 올바로 알고 손을 내밀며 포용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