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본고사, 기여 입학제, 고교 등급제를 금지하는 교육부의 3불 정책에 대한 도전이 거세다. 내신 성적의 무력화가 시도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들먹이며 고교 평준화의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교육부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3불 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자녀들은 아마도 과학고나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닐 것이고 시골학교 학생보다 낮은 내신을 극복하고자 논술에 치중하고 있을 것이다. 만일 기여 입학제가 실시된다면 기여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미 과학고나 외고를 통해 평준화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 또한 평준화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전문계(예전의 실업계) 고등학교는 또 다른 등급의 고등학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인교육이란 말은 책 속에나 존재하는 단어일 뿐이다. 내신 성적을 강화한다고 해도 수능 과목을 위주로 반영하기 때문에 교육 현장이 정상화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진보 진영에서는 대학 평준화를 주장한다. 주장대로 국립 대학교 네트워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평준화를 이룰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이 그리 간단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3불 정책을 폐지하자고 감히 주장해 본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는 법이다. 재정지원의 중단이 그것이다. 교육부의 협박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재정 독립일 것이다.
공교육의 부실을 주장하는 이들이 사실은 공교육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국립인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소위 일류대로 분류되는 사립대학의 학생들이야말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공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에 비하면 서너 배의 세금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혜택을 받고 졸업한 이들이 사회에 빚을 갚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제 서서히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여나가야 한다. 마침내 대학은 홀로 서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들먹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 교육은 기업에서 해야지 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가?
얼마 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연구에 참여했던 교수가 개인적으로 특허를 취득해버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수많은 신약 개발이 국가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특허는 일부 제약회사들의 소유가 되어버리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대학생이 많고 적음이 국가 경쟁력의 전부는 아니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되어야지 직업 훈련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간판을 얻기 위한 곳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백 여명이 계단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던 대학의 교양 강의실은 지금도 비슷할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전공보다는 영어 공부나 고시 공부에 열중하는 것 또한 예전과 비슷할 것이다.
대학에 지원되는 모든 재정을 중등학교의 직업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호주에서 사람들이 가장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목수라는 조사결과를 보았다. 놀랍게도 4위까지 이던가가 몸을 주로 사용하는 직업이었다. 능력이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등을 꿈꾸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학벌을 능력과 혼동하고 시험성적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입시제도도 결국은 실패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다소 엉뚱한 주장을 펼쳐보았다.
아이들이 밝은 햇살 아래 집에 돌아가 고전 읽기에 빠져들고, 노동자들이 시간이 날 때 시집을 읽는 세상이 꿈이라고 말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