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의 황창연 신부님과 수녀님들 이야기
2012년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소속의 수녀 16명이 생태마을을 찾았다. 그중 얼굴이 햇빛에 그을려 유난히 새카만 수녀가 눈에 띄었다. 얼굴이 그을린 이유를 물으니 아프리카에서 농장을 운영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는 1996년부터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의료·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3년, 의료봉사단을 꾸려 처음 잠비아를 찾았다.
황창연 신부는 잠비아에 다녀온 후 강연 때마다 잠비아 이야기를 했다. ‘울창한 숲에 물도 많고, 토지도 비옥해 옥수수를 심으면 쑥쑥 자란다. 조금만 도와주면 농장을 잘 지을 수 있다.’면서 농업대학을 세우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2015년 어느 날, 80대 김모씨가 “잠비아에 농업대학을 세우는 데 썼으면 좋겠다.”면서 100억원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무풀리라는 전교봉사수녀회의 활동 거점 중 한 곳이다. 무풀리라 시장을 만나 “농업대학을 세울 땅을 달라.”고 말했다. “시장이 얼마나 필요하느냐 묻기에 대뜸 ‘3000ha’(900만평)를 달라고 했어요.
사실 얼마나 큰 땅인지 저도 감이 없었어요. 시장이 깜짝 놀라더니 안 된다고 해요. 무풀리라시가 겨우 1400ha라면서. 그 정도 땅이면 대통령 만나야 한다는 겁니다.” 그 후 6개월, 인맥을 동원해 잠비아의 에드가 룽구 대통령과 약속을 잡아놓고 다시 잠비아를 찾았다.
자신의 계획을 전하고, 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룽구 대통령은 한국 수녀들이 그동안 잠비아를 위해 헌신해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룽구 대통령은 “각료들의 승인도 받아야 하고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니 최소 2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만나고 바로 다음 일정 때문에 잠비아를 떠났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해 보니 잠비아에서 보낸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국토부 장관에게 당장 3000ha를 책임지고 만들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을 만나고 40일 만에 측량까지 끝낸 땅의 지적도가 한국에 도착했다. 무풀리라와 잠비아 제2의 도시 은돌라, 키트웨 사이에 긴 삼각형 모양의 땅이었다. 잠비아 산림청이 조성한 숲으로 주변에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강이 2개나 흐르고 있다. 땅의 소유권은 잠비아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명의로 했다. 잠비아의 한국 수녀님들 이야기
잠비아와의 인연은 1994년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잠비아의 한 주교님이 잠비아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선교사들을 찾다 우리 수녀회의 소문을 듣고 연락을 해온 겁니다. 당시 우리 수녀회가 출범한 지얼마 안 됐기 때문에 깜짝 놀랐죠.” 편지를 받고 바로 잠비아를 찾았다.
“슬럼가는 처참했습니다. 당시 온 나라에 에이즈가 확산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어요. 구리광산이 나라의 유일한 소득이었는데 국제 구리 값이 폭락하면서 광산은 황폐해졌고 아이들은 영양실조가 심각했어요. 빨리 와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바로 결심했죠.”
1996년 2월, 잠비아로 갔다. 한국 수녀 5명이 그와 함께했다.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익히고 준비하는 데 1년이 걸렸다. 수녀들은 각각 영양사, 재봉사, 교사, 간호사 역할을 담당할 이들이었다. 무풀리라에 자리를 잡고 진료소를 열었다. 재봉·농업·요리 교실도 운영했다. 은돌라, 땀부 등 활동지역도 넓혔다. 병원을 짓고 간호학교, 수녀원을 만들어 간호사, 수녀들을 키우고 있다. 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 노인시설, 농업훈련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후원금 마련하느라 발이 닳았다. “잠비아의 상황은 여전히 안 좋습니다. 구리광산과 외채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국제 구리 가격에 온 나라가 휘둘리고 그나마 광산도 외국인들이 소유해 잠비아에 돌아오는 것도 없습니다.” 희망을 ‘카사리아 에코시티’에 걸고 있다. 잠비아 정부로부터 3000ha의 땅을 받기까지 중간 역할을 했다. “잠비아의 미래는 농업과 자급자족에 달려 있습니다. 카사리아를 시작으로 잠비아 전역에 생태도시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출처: 평창생태마을 홈페이지 |
첫댓글 감동적인글 세상에는 아직
아름다운 사람이 많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