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바둑]
2년간 多冠王 실종… '춘추전국', 21번 우승한 이창호 시대는 옛말
이세돌·커제·박영훈 등 도전 중… 7일 개막 삼성화재배도 변수
영웅의 실종. 세계 바둑을 휘어잡는 스타가 안 보인다. 메이저급 7개 타이틀의 주인이 제각각이다. 이세돌이 2013년 말 춘란배에 이어 삼성화재배서 우승, 2관왕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2년 가까이 다관왕(多冠王)이 자취를 감췄다.
과거 전성기의 이창호는 4관왕과 3관왕에 두 번씩 오르며 총 21개의 세계 타이틀을 따내 일세를 풍미했다. 이세돌은 2007년 1월부터 2008년 2월 사이 도요타덴소배, TV아시아, 삼성화재배, LG배를 차례로 따내 4관왕을 구가했다. 구리(古力)가 제1회 비씨카드를 품에 넣은 시점(2009년 5월) 세계 타이틀 재고(在庫)는 5개에 달했었다. 쿵제(孔杰)도 한 차례 4관왕으로 군림했다.
- 국제 바둑계에 1인 독주 시대가 사라지고 춘추전국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다관왕에 가장 근접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커제(왼쪽)와 이세돌. /한국기원 제공
그렇다면 현재 '멀티 타이틀'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기사는 누구일까. 중국의 신예 커제(柯潔)가 일단 선두 주자로 꼽힌다. 18세에 불과한 그는 올해 제2회 바이링배 제패로 세계 우승자 클럽에 등록한 뒤 몽백합배 4강과 LG배 8강에도 진출, 타이틀 추가가 멀지 않아 보인다. 현재 자국 랭킹 2위로 9월 중 1위 등극이 유력하다.
한국에선 요즘 이세돌(32)의 기세가 가장 좋다. 최근 TV아시아대회 2연속 우승에 이어 지난주 몽백합배 4강에 안착했다. 반면 19회 LG배 보유자 박정환(22)은 차기 LG배와 몽백합배서 연속 중도 탈락해 주춤한 상태. 19회 삼성화재배 보유자인 김지석은 LG배 8강에 올라 다관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박영훈(30)은 현재 무관(無冠)이지만 LG배 8강, 몽백합배 4강 등 쾌조 속에 다관왕 사정권에 진입했다.
이 시점에 7일 베이징서 개막한 제20회 삼성화재배도 변수다. 올 연말까지 우승자가 가려질 이 대회 본선 32강전에 올라 있는 현역 타이틀 홀더는 박정환(LG배), 구리(32·춘란배), 이세돌(TV아시아), 커제(바이링배) 등이다. 디펜딩 챔프 김지석과 박영훈도 출전한다. 세계 우승 경험자인 스웨(時越·24)와 탕웨이싱(唐葦星·22)은 LG배 8강, 삼성화재배 32강에 올라 2개 국제기전을 조준 중이다.
세계무대 다관왕을 향한 열망은 한국보다 중국이 더 간절하다. 최근 2년여 동안 10명 가까운 세계 챔프를 무더기로 배출했지만 그 중 단 1명도 복수(複數) 지배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 세계 바둑 천하를 양분 중인 한·중 두 나라 중 어느 쪽에서 먼저 새로운 '문어발'이 탄생할지 팬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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