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오 목사님… 좀 이상하지 않아?"
주일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서정식 집사(58)는 아내에게 물었다. 언젠가부터 오 목사에게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은 2008년 옥 목사가 오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썼듯 "소리 없이 쌓이는 불신의 먼지"였다. 어느 한 사건이 문제였다기보다는 2003년 오 목사가 부임한 이래 수년간 누적돼 온 불편함이었다. 처음 오 목사가 왔을 때는 환영했다. 그것은 오 목사에 대한 신뢰였다기보다는 그를 택한 옥한흠 목사에 대한 신뢰였다. 하지만 무언가 빗나갔다는 느낌이 갈수록 강해졌다. 비록 다른 교인들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아내와는 전부터 오 목사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해 오고 있었다.
"그러게, 갈수록 이상하네…."
서정식 집사는 언젠가 오 목사가 설교 시간에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2005)를 언급한 일을 기억하고 있다. 오 목사는 드러커의 사상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서정식 집사가 봤을 때, 오 목사가 경영학의 대가 드러커를 직접 만나 이야기까지 나눴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 차치하더라도 당시 이미 드러커의 저서를 섭렵했던 서정식 집사는 오 목사가 그를 잘 모르고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설교 시간에 하는지, 그때 서 집사는 알지 못했다.
박사 학위논문 표절이 드러나기 전에도 오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낀 사람은 서정식 집사뿐만이 아니었다. 법률가로 사랑의교회 법조선교회에서 활동했던 김성만 집사도 이상한 점을 느끼고 있었다. 김 집사의 습관은 설교를 메모하는 것이다. 누구의 설교든지 일단 예배 시간에는 항상 펜과 종이를 가지고 임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사랑의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매주 옥 목사의 설교를 빼놓지 않고 메모했다. 당연히 모든 설교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메모를 해 놓으면 나중에 그것만 봐도 설교의 핵심 메시지가 떠오르곤 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설교를 메모하는 일을 놓지 못했다.
오 목사가 부임했을 때만 해도 "쌍수를 들고 환영한" 김성만 집사였다. 오 목사가 정식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그의 저서를 구입해 읽는 열정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오 목사의 주일예배 설교는 메모하기가 곤혹스러웠다. 수년간 매주 설교를 정리해 온 김 집사도 오 목사의 설교는 당최 무슨 내용인지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가끔은 오 목사가 정말 설교 내용을 알고 말하는 건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핵심 메시지가 명확하게 정리되던 옥한흠 목사의 설교와는 딴판이었다. 이는 단순히 원로목사의 훌륭한 설교에 길들어져 후임 목사의 설교가 마땅치 않은 수준이 아니었다. 무언가 본질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저는 사람을 볼 때 어떤 큰 하나의 사건보다는 평소 그가 하는 행동을 보는데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오 목사는 확실히 옥 목사와 달랐다. 옥 목사는 가끔 교회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었고,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대형 교회 담임목사인데도 성품이 부드럽고 목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오 목사는 일요일에도 교인들과 접촉하기를 꺼리는 듯 보였고, 외부 일정을 다닐 때면 마치 대기업 CEO처럼 부목사를 여러 명 대동했다. 무엇보다 오 목사 부임 후 교회에서 정치인들이 많이 보이고 강단에서 소개됐다. 이런 모습들이 김성만 집사의 안테나에 탁탁 걸렸다. 그는 교회가 변질되고 있다고 느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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