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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주사대부고 20기 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초우
오랜만에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간 가족여행은 인도에 근무하던 시절까지는 자주 해외도 나가고 하였지만, 우리회사가 국내 자본에 의해 인수된 2011년이후로는 휴가가 없어져서 항상 나를 빼고 해외여행 여행을 다녔기에 실로 오랜만에 나도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에 가게 되었다.
이번 여행도 작년 11월경에 딸아이의 겨울휴가에 맞춰 계획하면서 나를 빼고 가기로 하였지만 연말에 인사가 예상되면서 나도 이제는 좀 쉬면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급히 추가를 했는데 해가 바뀌고 2월이 되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생기면서 부담없이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은 시니어 배낭여행이 유행이라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우리 식구들은 오래전부터 패키지여행중 비행편과 호텔만 예약하고는 현지 렌터카를 이용한 자유 여행을 다녔는데 이번에는 비행편과 호텔을 포함한 모든 여정을 아이들과 집사람이 예약하고 계획하는 완전 자유여행을 하였다.
요즘 인터넷과 SNS를 통한 여행지정보가 워낙 다양하고 잘 되어있어 비록 가까운 일본이지만 마치 국내여행 하듯이 자유롭고 편하게 다녀온 것 같다.
이번여행은 온천여행으로 부산에서 제일 가까운 후코오카를 시작으로 중간 아소산을 거쳐 온천도시 벳푸에서 두밤 자고 북큐슈를 거쳐 후코오카로 돌아오는 3박4일여정으로 3박하는 동안 저녁과 아침에 온천하고 낮에는 관광하는 코스로 낮의 피로를 밤의 온천으로 풀고 아침 온천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온천에 비중을 둔 여행이었다.
후코오카는 인천에서 이륙후 1시간 10분거리로 내륙을 가로질러 부산근방을 지나 대마도상공을 지나니 금방 도착을 한다. 후코오카 공항은 김해공항정도의 규모로 깔끔하고 날씨도 초봄같은 날씨여서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렌터카는 공항에 인접해 있어서 공항 출구에 셔틀버스가 항시 대기하고 있고, 불과 5분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금방 탈 수가 있었다. 기사는 아들이 하기로 하고 5가족에 짐가방 5개를 싣기에 적당한 미니밴으로 하니 4일에 우리돈으로 50만원정도 한다. 내비에 한국말서비스가 되니 웬만한 곳을 찾아가는데 문제가 없고, 아들의 핸드폰 구글지도까지 보조로 하니 못 갈 곳이 없었다.
여행의 첫 행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본라면집에 가는 일이다. 일본라면 하면 돼지고기기름이 둥둥 뜨는 느끼한 라면이 생각나는데, 장모님이 재작년에 홋가이도에서 먹어본 기억으로 내키지 않아 하셨지만 아이들 성화로 국내에도 체인이 있다는 일품당(이푸도)로 달려간다.
역시 일본라면은 느끼한데 국물은 걸쭉한게 그럭저럭 먹고 있는데 국물 뒷맛이 너무 짜다. 3박4일내내 느낀 일본음식은 한결같이 짰고 SNS에 올라온 맛집들은 한결같이 줄을 서서 보통 30분 이상을 기다려서 먹어야 했다.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도 줄 서서 기다리는 걸 질색하는 나였지만, 그래도 일본까지 왔는데 기다려보지 뭘~ 하면서도 뒷맛은 언제나 별로 였다. 집에서는 별식으로 해줘도 잘 안 먹던 아이들이 맛있다 하면서 먹는 걸 보면서 역시 여행은 아이들 입맛도 변하게 만드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코오카에서 대표 여행지라는 다자이후신사에 가보니 고색창연한 고목과 웅장한 신사가 바글거리는 인파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고, 아름다운 정원과 꽃 봉우리 피우는 매화나무들이 봄이 오는 화사함을 선사해준다. 부산보다도 남쪽이고 온화한 해양성 기후인데 봄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우리나라보다는 한달쯤 계절이 앞서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여행은 주로 온천하며 쉬기로 하고 온천도시 벳푸를 가기로 하였는데 중간에 화산으로 유명한 아소산을 들르기로 하고 첫날은 아소산 가는 길목인 구마모토현의 산속 깊은 곳에 있는 히젠야호텔로 갔다. 길은 좁고 험한데 깊은 산속에 있어 관광객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국 단체관광객이 많아서 온통 시끌벅적했다. 온천나라답게 깊은 산속인데 호텔내에 온천이 세개나 있고 호텔밖에도 두개가 있어 어디든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온천여행오면 하루에 세번은 온천욕을 해야한다는 아이들 말에 기겁했지만, 3박하는 내내 하루 두번씩은 꼬박 온천욕을 했으니 온천을 신물나게 한 셈이다.
호텔 체크인하고 방을 들어가보니 다다미방인데 한 20여평은 되는 것 같다. 온가족이 잘 방이니 넓은게 좋다. 저녁 먹기전에 호텔내 온천욕하고 저녁먹고 와서 야외온천하기로 하고 옷 갈아입자마자 호텔내 온천으로 가니 의외로 사람이 없어 좋았다.
넓은 탕속에 몸을 푹 담그니 짜릿한 느낌에 뜨거움이 확 올라온다. 백프로 천연용출수로 온천수가 넘쳐나서 끊임없이 온천물을 쏟아붓고 그만큼 버려지니 탕속의 물은 언제나 깨끗하다. 몸이 후끈 달아올라 야외온천으로 나가니 싸한 밤공기가 온몸을 오싹 감싼다. 큰 돌들로 둘레를 만든 탕속에 누워 하늘을 보니 칠흑 같은 어둠속에 별빛이 영롱하다. 작은 담장 넘어 계곡물 흐르는 소리 시원하게 들리고 차고 깨끗한 공기가 머리를 싸하게 감싸는 노천 온천에서의 적막함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며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준다.
호텔에서 뷔페로 저녁을 먹고 나니 피로가 몰려오는데 아이들은 또 온천가자고 난리다. 노천온천이 제대로 된 호텔외부 온천은 새벽에는 문을 열지 않으므로 저녁밖에 시간이 없다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셔틀버스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온천으로 가서 또 별을 세며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새벽부터 긴 여정을 마치고 뜨거운 온천욕을 두번씩하고 나니 다리엔 열꽃이 피고 장모님은 어지럼증을 얘기하고 아들은 변비증세를 보이는데 가족 주치의인 딸이 꼼꼼하게 챙겨온 약들로 제때 처방을 받아 편안한 잠으로 첫날을 정리한다.
둘째날 아침 일찍 호텔내 온천에서 열기를 가득 담고,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고 아소산을 향해 달린다. 아소산은 5개의 봉우리로 된 화산 칼데라라는데 20만년전에 만들어진 둘레길이 100km의 거대한 칼데라호 가운데에 9만년전 현재의 봉우리가 융기하면서 호수의 물이 빠져서 분지가 되었는데 분지에는 도시가 생기고 그 도시를 빙 둘러싼 거대한 언덕이 해발 900여미터로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이 장관이었다.
아소산과 그 앞의 분지도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대관봉 정상에 오르니 아들은 한국에서부터 무겁게 들고온 드론을 드디어 날려볼 찬스에 환호하며 하늘높이 드론을 날리며 주변을 촬영한다.
광활한 억새밭과 저 아래 분지를 가로질러 아소산까지 펼쳐지는 장대한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대자연의 풍경에 압도한다. 수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풍경은 인간의 길닦기와 시설로 그 아름다움을 힘 안들이고 구경하는 행운을 만들어준다.
본격적인 아소산 등반에 앞서 아소산분지 안에 있는 아소시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역시 아이들이 검색한 맛집은 이름이 한국말로 산적여로인데 산적들이 이동하다가 들러 식사하던 곳이라고 해설이 되어 있다. 30여분을 기다려 입장하고 시킨 정식은 죽순 등을 섞어 만든 볶음밥과 토란 야채 수제비등을 넣은 잡탕국으로 역시 국물은 걸죽하나 뒷맛은 짭짜롬했다.
아소산을 바라보는 대관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아름드리 편백나무와 하늘을 찌를듯한 대나무숲 사이를 꾸불꾸불 끝없이 내려왔는데, 아소시에서 아소산을 오르는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억새밭이었다. 아소산은 최고봉이 1548미터이고 세번째 높은 중봉에 작은 화산 칼데라가 있는데 지금도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있고, 작년 10월에 큰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11킬로상공까지 치솟았다는데 얼마전에도 분화조짐이 최고조에 달하는 레벨1까지 올라 아소산 분화구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운행하지 않고 그냥 밑에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은 또 드론을 띄워 분화구를 촬영하려 시도했는데 아쉽게도 정상부근에서 통신이 끊어져 강제로 복귀시켜야만 했다. 중간 휴게소는 이름이 초천리라하여 펼쳐진 초원이 광활하고 한켠에는 화산 박물관이 있어 아소산의 생성기원과 화산관련 전시물이 많았다.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내려오는 길에는 억새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아소분지 건너 대관봉이 또 아스라이 펼쳐진다.
아소산을 뒤로하고 두어시간을 달려 벳푸에 도착했다. 일본 최대 온천 도시답게 도시에 진입하니 유황가스에서 나오는 계란썩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벳푸는 큐슈섬 동쪽에 있는 오이타현의 두번째 큰 도시로 온천수 용출량이 하루 137톤이나 되는 엄청난 온천 도시이다. 숙소는 벳푸에서 제일 큰 스기노이 호텔로 바다를 둘러싼 벳푸시내의 외곽 산자락에 있는데 객실에서 시내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에 있는 4성급 호텔이었다. 하룻밤 숙박비가 인당 11만원씩이니 넓은 방 하나에 기본숙박비가 55만원인셈이다. 아침과 저녁 식대가 포함되어 호텔 뷔페로 식사를 해결하니 간편해서 좋은데 일본만의 특색이 없었다.
숙소에서 시내방향으로 바라보니 멀리 산아래에 여기저기 수증기가 피어 오른다. 도시가 온통 온천지대이니 곳곳에서 온천이 솟아오르는 모양이다. 벳푸에는 지옥온천이라고 해서 노천온천중에 온도가 매우 높고 주변 광물질과 뒤섞여 형형색색으로 솟구쳐서 마치 지옥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사진의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곳이 그곳이다.
짐을 풀자 마자 온천욕 하러 간다. 호텔에는 온천이 두 곳에 있는데 지하 1층에 있는 온천은 규모가 작고 야외온천도 탕이 한 개 뿐이고, 5층에서 긴 연결통로로 이어지는 온천은 규모가 크고 야외 온천도 다양한 탕이 있고 시내를 지나 동쪽 바다까지 보이니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피곤해서 곧바로 지하1층으로 가고 아들은 호기심에 멀리(복도 지나 걸어가는데 5분이상 걸린다) 노천탕으로 가서 한시간여 피곤한 몸을 풀고 식당에서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올라오니 침구가 깔려 있다. 벳푸에서의 첫날밤도 온천으로 마무리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또 온천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셋째날은 노천탕에서 일출을 보기를 기대했지만 구름이 많아 포기하고 아침 식사를 마치자 마자 벳푸 뒷산을 넘어 인근 유후인으로 가서 긴린코 호수를 갔다. 지난 이틀동안 구름한점 없이 날이 좋았는데 그날은 한국처럼 비가 내렸다. 출발 전 일기예보를 보고 작은 우산을 챙겨갔는데 날씨는 예보대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유후인은 조그만 온천도시인데 도로도 좁고 호수도, 온천도 모두 규모가 작았다.
호수가 생각보다 작고 볼품이 없어 실망하고 다시 벳푸로 와서 감미다실이라는 유명 맛집에 가서 또 30분넘게 기다려서 점심을 먹고(맛은 그럭저럭) 지옥온천 순례에 나섰다. 지옥온천은 섭씨 90 ~ 100도근방의 온천 용출수가 주변 광물질과 반응해서 다양한 색과 형상을 만들어 내는데 테마별로 나누어 8군데가 있는데 한곳 입장료가 2000엔이니 우리돈 2만원가량이다. 그중 7군데 지옥온천을 구경할 수 있는 종합관람권을 인당 만엔에 구입하여 다양한 노천 온천을 섭렵했다.
저마다 특색이 다양한데 주변 경관을 잘 꾸며 놓아 관광객들이 환호하기에 충분하였다. 가마토지옥(솥가마지옥)부터 시작해서 회색빛 석회암이 용출하는 괴석지옥, 뜨거운 물로 악어를 기르는 괴산지옥, 하얀색연못 같은 백지지옥, 열대어를 기르는 바다지옥, 핏물이 그득찬 것 같은 혈지지옥, 용이 불을 뿜듯이 30분에 한번씩 힘차게 솟아오르는 용권지옥까지 7개 지옥을 차례로 돌아보니 오후가 다 지나갔다.
호텔로 돌아와 또 온천수로 몸을 풀기위해 노천온천에 가서 어둑한 시내를 바라보며 온천을 하고마지막 날 저녁은 기본 호텔식에 인당 만원씩 추가해서 일본 고급 가정식 가시에키로 분위기를 잡았다. 매실주로 입가심하고 녹차에 우려낸 해삼과 갈은생선튀김, 얇게 썰은 복어회로 전채하고 새우를 갈아서 공처럼 뭉쳐서 띄운 스프, 오이타 특산 번교구스테이크(제일 맛있었다), 계란 반숙과 함께 먹는 오리스키야키, 튀김요린인 덴푸라, 녹차에 넣은 누른밥(별로였음), 반찬들, 그리고 디저트까지 코스로 나오는 특별식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쉬다가 아들과 딸은 벳푸시내에 나가서 술 한잔하러 간다고 한다. 엄마랑 할머니는 갈 생각이 없고, 아빠는 가고는 싶은데 너무 피곤해서 망설이다가 그냥 쉬기로 했다. 젊음이 좋다고 부러워하며 가서 마음껏 기분 내고 오라고 했다.
마지막날은 꼭 일출을 보자며 새벽 6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달려가 마지막 온천욕을 했다.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고 온몸에 열이 찰 때 노천으로 나가 동쪽 바다를 바라보니 어제 비를 뿌린 구름이 멀리 수평선가에 걸쳐 있다. 바다 일출은 포기하고 한뼘 두께의 구름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이라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노천탕에 바글거린다. 끈기있게 기다리니 구름 위쪽이 붉어지며 한가운데 둥글게 색이 짙어진다.
매일 뜨는 해가 특별한날 바다위에 뜨는게 무슨 대수냐 하면서 그간 일출여행을 한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간 여행의 마지막날 보는 일출은 웬지 모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욕탕이라 사진을 못찍어 아쉬움)
32년만에 처음으로 사직서를 썼다.
32년의 긴 직장생활은 사실상 한 회사에서 사원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부장, 이사, 상무, 전무까지 오르면서, 연구원, 팀장, 연구소장(인도캐리어,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캐리어코리아, 오텍캐리어까지), 그리고 대표이사 공장장까지 하며, 결혼하고 아이 둘 낳고, 대학까지 교육시켜 이제는 둘다 독립할 때까지 캐리어는 나에게는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엔지니어로서 사실상 갈 수 있는 최고자리까지 다 올라보니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구나 했는데, 생각보다는 길게 시간이 주어졌고, 울타리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여러 기회도 주어졌지만, 이제 남은 시간들 속에 새롭게 사업을 하기에는 너무 늦고 위험도 크기에 좀더 안정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하고 사직을 했다.
다음주부터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동종업계에서 협력관계에 있던 회사의 부사장으로 가기로 했다. 새로운 시작이기에 부담도 크고, 이제와는 다른 중소기업이기에 어려움도 많겠지만, 그래도 그간의 경험과 경력을 인정해줘 대우도 좋은 조건이기에 망설임없이 가기로 하였다. 이제 옛날은 잊고 앞으로 5년은 내 경험과 경력을 살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 먹고, 대신 2주일의 휴가로 그간 고생한 나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구름위로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붉은 달걀처럼 동그랗게 그리고 조금은 긴 타원처럼 구름을 뚫고, 그리고 구름을 털어버리며 솟아오른다. 지난한 세월의 기억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라는 의미처럼, 밤새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던 시간만큼 오랫동안의 그 모습을 지우고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이다. 그래, 나도 이제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시작하며 마지막 정열을 불태워보자 생각하며 불끈 솟아오르는 태양을 태초의 원시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고, 뜨거운 열탕속에서 다짐을 해본다.
여행의 마지막여정은 벳푸를 떠나 북큐슈에 있는 석회암지대인 평미대(平尾)를 보고 후코오카로 가서 귀국하는 길이다. 평미대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카르스트지대로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물에 녹아들어 지하에서는 종유석 동굴이 만들어지고(지하에 대규모로 3개가 있다고함) 지상에서는 수많은 작은 바위들이 마치 초원의 양떼처럼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들은 또 드론을 띄워 광활한 요오군바루(羊群原)을 촬영하고 작은 등산로를 따라 10여분 올라 색다른 풍경을 구경했다.
3박4일의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나고 서둘러 후코오카로 달려가 시내 하루코백화점에서 점심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고, 그리고 렌터카를 반납하고 어둑한 후코오카 공항을 이륙하여 한국으로 돌아왔다. 길지않은 여행이었지만 여유롭게 온천욕을 하며 휴식과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이제는 독립하여 각자의 삶에 바쁜 가족이 모두 모여 한방에서 3박하며 가족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