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이 되고자 하는 것은 해외근무를 꿈꾸는 것을 포함합니다. 문제는 그 해외근무가 보기에도 멋지고 우아하고 고품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와 정반대로 매우 위험하고 힘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곳으로 발령받아 가서 근무하느냐 하는 것이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안전한 문명국이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인데 근무지를 자기가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시나 명령이 내려오는 대로 가야 합니다. 물론 사전에 본인의 의사를 타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명감을 가지고 위험지역을 스스로 택하여 갈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상상하던 외교관의 삶과는 전혀 다른 생활에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외교관이라 하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라의 위신과 품격을 대표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치외법권이라는 특별한 권리를 비롯하여 그 나라에서 자국민과는 다른 권리도 가지고 있지만 그 지역이 당하고 있는 위험도 감수해야만 합니다. 더구나 한 나라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으니 테러집단에게 있어서 몸값이 높은 대상이기도 합니다. 일반 사람보다 더 위험한 처지에 놓인 사람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들에게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지역으로 선뜻 나서서 근무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근무실적에 높은 평가를 제공함으로 그 기간을 지나 한결 나은 곳으로 전근해 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오랜 시간 외교부에서도 중동과를 담당하여 일하고 있는 ‘이민준’은 미국 근무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어느 날 불평불만 속에서 늦도록 사무실을 지키다 나갑니다. 그런데 전화가 옵니다. 마지못해 자리로 돌아와 수화기를 듭니다. 그런데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이상한 신호가 들려옵니다. 가만 들어보니 뜻이 있는 소리입니다. 연전에 납치 실종된 외교관의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바로 보고합니다. 모두 놀랍니다. 우리 외교관입니다. 동료입니다. 구해내야 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사실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숙제가 따라옵니다. 함부로 공개하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일단 외교부 단독으로 처리하자고 내부결정을 합니다. 그러면 누가 이 일을 맡아서 추진할 것인가? 그래도 중동과에서 일하는 이민준이 적격입니다. 그러나 나라 안에서 일하는 것과 현지에서 일하는 것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그 위험한 곳으로 선뜻 가겠습니까? 그래 잘만 끝내주면 가고 싶은 곳으로 발령 내줄게. 중동 사태에 관련하여 정통한 사람을 찾아내 교섭을 합니다. 공식적인 업무가 아니니 대가를 어떻게 지불하고 받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액수가 5백만 불입니다. 일단 반을 주고 구출 후 잔금을 내주기로 합의합니다. 그리고 현금 전달 방식도 알려줍니다. 현금을 가지고 공항을 통과할 수는 없기에 그 방법도 알게 됩니다.
현지에서는 외교관의 몸값을 가지고 사람이 들어온다고 이미 소문이 났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벌써 군부대부터 나서서 혈안이 되어 뒤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타국입니다. 공항에서부터 총격을 당하며 쫓깁니다. 급하게 택시에 오르고 보니 운전자가 한국인입니다. 우선은 그곳을 피해 빨리 떠나야 합니다. 반갑기는 한데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지는 모릅니다. 더구나 쉽게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힘이 되는 것이 바로 돈입니다. 돈으로 사람이 움직입니다. 가야 할 곳과 만나야 할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도 현지 상황을 좀 아는 듯한 이 사람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가자고 조릅니다. 역시 돈이 힘이지요.
어쩌다 동행하게 된 이 운전자 ‘김판수’ 덕에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 외교부와 연락도 합니다. 외교부에서도 김판수를 알고 있습니다. 알려준 사실은 믿지는 말라는 것이지요. 이제는 이민준이 현금 가방을 짊어지고 움직입니다. 여차하면 다 날아갑니다. 250만 불입니다. 위험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입니다. 알기만 하면 너도나도 달려들 것입니다. 그런데 동행하는 이 김판수를 어찌합니까?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그 위험지구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현재로서는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위험한 동행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당합니다.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도 들지만 큰 액수의 현금은 폭탄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미국비자에 대한 미련이 빌미가 되었을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안기부가 사태를 알고는 마땅히 자기네가 맡아야 할 일을 외교부가 나서서 설치니 곱게 대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온 나라가 올림픽 준비로 여타 문제를 만들려하지 않습니다. 그깟 ‘한 사람의 목숨’ 정도로 치부합니다. 테러집단과는 협상이 있을 수 없다는 원칙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속 터지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결국 다 된 마당에 잔금 송금도 막힙니다. 그냥 위험에 내쳐집니다. 외교부 직원들이 자신들의 3개월 급여를 모아 협력하려 합니다. 장관이 감동을 받아 계속 추진을 합니다. 민준은 이 기회에 판수를 귀국시켜주려 합니다. 그런데 항공 허가는 두 사람만 나옵니다. 구출된 외교관과 민준과 판수, 세 사람인데 어쩌지요? 그런대로 감동도 있습니다. 영화 ‘비공식작전’(Ransomed)을 보았습니다.